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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rden Feb 01. 2023

후회

후회의 두 얼굴

옷순이는,

오늘도 옷얘기로 시작해 본다.

하루는, 친구(너와 나의 연결고리의 등장인물 바로 그 S)가 카톡으로 나한테 옷 사진을 몇 가지 보내면서 물어본다.

“이거 사면 후회할까?”

내 대답이 무엇이었을까.

“그건 사봐야 알지.”

수많은 옷을 사고, 반품하고, 입어보고, 되팔고, 갖다 버리고, 후회사면서 다시 사모으고를 반복하 알게 된 사실은,

놀랍게도 나만의 취향과 스타일을 가지고 고급과 오래입을 옷을 알아보는 눈을 갖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많이 사보고 입어보고 버려보고 자책하고 후회해봐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던 그 시절(당시 사건중 기억이 나는 게 미국발 금융위기여서 쓴 것일 뿐, 그 어떤 의미도 없다)

그러니까 무려 2009년에 나왔던 노래 중에 <심장이 없어> 란 노래가 있다.

내가 이 노래에 꽂혔었던 단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언제나 제일 느린 게 후회라는데”

라는 가사 때문이었다. 정말 후회란 느리기만 할까. 정말 그렇기만 한 것인가.


생각해 보면 후회처럼 양가적인 감정도 없다. 후회는 좌초와 극복의 정중앙에 위치한 채, 내가 여기서 주저앉을 것인지

절치부심해서 치고 올라갈 기회로 삼을 것인지 아슬아슬하게 나를 떠보는 감정이다. 학교에서 많은 부분을 알려주던 시절을 지나 어른이 되면,

비로소 온마음과 온몸으로 후회를 그 지점에서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반드시 찾아온다.

어린 시절에는 후회도 공짜로 할 수 있지만 어른에게는 후회의 크기는 수업료의 액수에 비례한다. 내 주변에선 그랬다.

옷을 사재끼던 내가,

여자 친구와 남자 친구에게 차이고

새벽두시에 "자니?" 라는 문자를 보내던 찌질이들이,

주식과 코인에 처물려 없어도 되는 돈으로 시작했지만 국 그돈이 꼭 있어야만 했던 돈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개미들이 다들 그러했다.

그 수업료를 매몰비용으로 꼬라박을지, 다시 원금을 회수하는 걸 너머 더 많이 벌어들일지는 내 손에 달려있다.


후회는 그래서,

가장 처음일 수 있다. 내 후회의 맨얼굴을 정확히 직시하고 난 뒤, 어떠한 결심이 생겨나고

지독한 후회를 딛고 서는 그 순간, 후회는 시작의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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