꺽지다

나의 한 단어 19-365

by 푸른킴

성격이 억세고 꿋꿋하며 용감하다.



1.

신념이 확고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어느 날 문득 상상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선명한 그림은 떠오르지 않았다.

세계를 지탱하는 데는

강골의 신념만으로는 부족한 걸까?


2.

지난겨울 어느 늦은 밤,

깃발을 높이 든 사람들과 함께

광장을 가득 채운 깃발을 따라 걸었다.

그 깃발이

어떤 정의를 말하는지,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았다.

도움과 지지를 호소하는,

자기 삶을 위한 그들의 신념이

미세먼지처럼 흐려지거나

달리는 차들처럼 시야에서 사라지는 일은

다시는 없기를 바랐다.


3.

오늘도 세계는

바벨탑처럼

하나의 방향으로만 쌓이며 나아가는 듯하다.

‘신념’이라는 것도

새로운 신념과 충돌하고,

그 파편들은 다시 어떤 형태로든 변형되어

또 다른 신념이 되어 거리를 메운다.

그 어설픈 시대가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4.

‘꺽지다’


글자의 모양만 보아도

그 뜻을 짐작할 수 있다.

성격이 억세고, 꿋꿋하며, 용감하다.

흔들림 없이 견고하다.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막무가내로 고집부리는 모습이 아니라

부드러운 곡선을 지닌,

모서리에 온기가 흐르는 강인함이 보인다.

마치 봄날에 피는 매화꽃 같고

진달래꽃잎 같다.


5.

‘꺽지다’

*유약승강강柔弱勝剛强


부드러운 강인함이야말로
격한 강인함보다

세계를 떠받치는 더욱 견고한 힘 아닐까.

가장 ‘꺽진’ 삶이란,

꺾여 부러지는 옹고집 신념이 아니라

유연하게 굽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오뚝이 같은 신념으로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삶 아닐까 싶다.


*노장,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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