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월 후 나의 삶 詩 11. 수정 만용

ㅡ시작노트 덧붙임

by 푸른킴

산산이 조각

나버렸다

멀쩡히 조각한

팔천자,

끝내 산문


한 단어 두 단어 다듬고

다져도

어긋난 흐름 틀어진 글 몸

갈팡질팡 탈진

소생 난


최선의

과유불급

수정만용

한밤 선잠 끝에

심기일전 몸도 깨워

Ad 폰테스,


처음으로


글의 개혁

뒤엉킨

문고리 첫 글자

발굴 정위치 미련 없이

덜어내기

다시 시작


완벽 한 걸음 앞

돌아서는

수정용기

마침내 너와 나

미완하는 여백

해방


탈고. (25.0904)


시작 노트ㅡ 여백의 자유

나는 늦은 밤까지 인문 에세이 하나를 반복해 수정했으나 끝내 완성하지 못했다. 『수정 만용』은 그 작업을 새벽 이른 잠 끝에 되새기며 쓴 시다. 여기에는 나의 완벽을 향한 욕망과 불완전성의 역설이 담겨 있다.


글은 다듬을수록 완전해진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더 큰 결핍을 낳는다. 이는 사람의 삶과 닮았다. 우리는 매 순간을 완성하려 하지만, 결국 삶은 미완의 여백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매번 깨닫는다.


수정은 몇 글자 고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과감히 무너뜨리고, 다시 첫 단어를 찾아 골격을 세우는 일이다. 해체와 덜어냄, 그리고 채움의 반복 속에서 완벽은 언제나 한 걸음 앞에 머물고, 우리는 그 앞에서 되돌아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바로 그 ‘돌아섬’이야말로 글을 살리고, 글과 나를 자유롭게 한다.


탈고란 완전한 끝맺음이 아니라, 미완으로 누리는 해방이다. 글쓰기는 완벽이 아닌 여백을 남기려는 덜어냄의 운동이며, 미완 속에서도 완성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산물이다.


당신의 미완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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