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시, 「댓글」은 저의 시 쓰기에서 또 새로운 시작입니다. 앞선 3~ 6편이 필리핀 '딸락'(#캠프아시아)을 중심으로 한 장소·자연·신학적 사유의 기록이라면, 이 7편은 1~2편의 흐름으로 되돌아가 현대적 언어·기억·관계로 다시 이어졌습니다. 이런 전환은 단절이 아니라, 연속이면서 또 자연에서 누린 은총의 경험을 ‘지금여기 시대의 언어’를 되새기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단어가 새벽에 나를 깨울지 알 수 없습니다. 저는 시인이 아닙니다. 그래서 어눌하지만 시를 쓸 수 있습니다. 시인은 시를 쓰지 못할 겁니다. 그것이 그의 삶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시를 흉내 내는 저는 앞선 시들이 그러했듯, 이 낱개 시가 모이면 일련의 커다란 내적 흐름이 생긴다는 것을 거듭 경험할 것입니다. 딸락의 자연에서 얻은 삶의 감각이 이제는 도시의 언어와 디지털 문화 속에서도 기쁨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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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 속살거려
부끄러웠던
그 시인의 밤비
오늘 여기
다시 흩뿌려
여름 내내
청춘이었던
그 아카시아
이제 가녀린
소슬비 마저 무거워
부는 바람에
잎끝 쓸리다
가을로
서둘러 지고 싶은지
몸만 겨우 흐느적하는
사이
한껏 힘 오른 바람
거친 댓글처럼
잎을 뒤흔들 때,
벌도 새도 날아들지 않아
쓸쓸해진 아침
반가운 떡비
잎 위로 내려앉아
롤러코스트 바람
함께 이리저리 휘둘러
비잎바람 환호하는 소리
그 육첩방까지 소식비로 내리면
대학노트 낀 채
어제 읽던 책 다시 편
부끄러운 그에게
그래도 좋다고
속 깊은 댓글 하나
선물
여기는 나의 서재
그날처럼 창밖에
속살대는 하늘의 맞장구
하롱하롱
튀어 올라
그와 맞잡은
악수의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