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움의 해체-정화된 세속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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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본향을 향한 순례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영적 행동이다.
걸을 때, 내 몸은 길 위에서 나의 예배를 드린다.”
“안식월의 걷기는 내 몸으로
이 세계 속에서 드리는
무형의 예배다.”
안식월에 멀리 오래 걷기
안식월, 모두 열여섯 번 정도 길을 걸었다. 주일에 여덟 번은 당일로, 주중에 여덟 번은 이틀이나 사흘 정도였다. 출발지까지 오가는 길은 가끔 기차를 이용하고, 자주 걸어서 움직였다. 그러면서 나는 ‘안식월 걷기 규칙’을 하나 세웠다.
‘내 몸으로 점점 멀리, 오래 걷기다.’
평소에는 집에서 가깝고, 익숙한 길을 걸었다. 하지만, 안식월에는 좀 더 멀리 낯선 길을 가고 싶었다. 그것도 홀로. 그래서 집에서부터 멀리 떨어진 산, 들판, 도시, 광장, 골목 등을 밤, 낮 그리 구분 없이 걸었다.
나는 걸으면서 종종 상상했다. 어떤 날은 몸 하나로 벌판에 서 있는 원시(原始) 걷기를, 또 다른 날은 빌딩들의 꼭대기에서 도로 한복판에 덩그러니 멈춰있는 나를 부감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런 상상은 걸음에 힘을 실어준다. 돌아보니 나의 모든 걷기는 선물 같았다. 그 선물은 고단한 걷기 끝에 마침내 본향에 안착했을 때 주어지는 풀어짐이다. 결국, 걷기는 영적 순례이다. 이런 선물을 얻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이면서 드러나지 않는 준비가 있다. 먼저, 걷는 의의를 스스로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나는 나의 걷기를 이렇게 정의 내린다. ‘나의 과거를 토대로 미래를 통찰하기 위해 주어진 길을 따라 걷다 귀향하는 자발적, 적극적 행위이다.’ 이 문장 속에 담긴 나의 걷기는 ‘최후 본향을 향한 순례’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걷기는 나그네처럼 나의 삶이 끝나는 날 돌아갈 마지막 귀향지를 향한 묵묵한 수행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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