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31일의 기도문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by 푸른킴

“올해 주어진 시간을 마감합니다.


살아가는 모든 날 동안, 쉼 쉬는 일만큼이나

당신의 질문에 쉼 없이 답변하는 기도의 삶을

잘 감당해 보겠다는 마음은 한결같습니다.”


평소와 다르지 않지만,

오늘은 2025년 마지막 날입니다.

어제와 같고, 내일이라 해도 달라질 일 없어 보이는 오늘입니다.


하지만 모든 시간이 그러하듯,

신기하게도 매듭을 짓고 나면

어제와 오늘은 달라지고

내일은 오늘과 같지 않습니다.


어제의 실망이 오늘의 희망이 되고,

오늘의 희망이 내일의 새 도전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하루, 한 달, 계절, 일 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에 적절한 매듭을 짓는 일은

고요한 중에도 역동하는 힘이 됩니다.


돌아보니, 가장 최후의 언어는 늘 ‘감사’였습니다.

그 안에서 매 순간 연결되어,

일상의 영성을 풍요롭게 누렸습니다.

올해 새해 첫날, 나의 소망은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새날입니다.

지나간 시간의 아쉬움을 털어버리고

다가올 시간에 몸을 기울입니다…(중략)

올해 나 덕분에

세계의 ‘너’가 행복한 시간을 함께 누리도록 해보겠습니다.”


돌아보면 즐거운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하나하나 헤아리기조차 어렵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하늘의 당신 덕분에 숱한 날들이—

아니 거의 매일—즐거웠다는 사실입니다.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즐거웠는지

굳이 되물을 필요도 없습니다.

내가 오늘 이 마지막 날,

이 기도문을 기분 좋게 쓰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매일 365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한 번도 제 시간을 미루거나 건너뛰지 않고,

나의 간절한 기도를 글에 담아 적을 수 있도록

내 삶을 일깨워 주신 것—감사합니다.


이 짧은 기도문은,

비록 나의 소망을 담아보려는 욕구로 시작했으나

결국 당신이 던지신 질문에 대한

나의 응답으로 끝나는 일이 많았습니다.

정갈한 기도문을 바라며 썼는데,

갈수록 글이 투박해졌습니다.


그만큼 내가 제대로 답하기 어려운 시간들이었다는 뜻입니다.

세계는 부정의와 불공정, 물질에 대한 욕망이

‘정의로운 삶’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권장되는 곳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앞에서 나는,

그것이 옳다 그르다를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침묵은 그것을 판단하기보다,

그런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이 땅의 사람들을

여전히 긍휼히 여기고 있다는 संकेत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 긍휼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나에게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너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나는 계속 답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 답도 하고 싶지 않은 시간도 있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나의 이 기도문은 행복한 언어들로 마감하고 있습니다.

하여, 오늘 나의 감정도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행복은, 자기 삶의 질서가

제자리에 잘 유지되는 상태일 것입니다.


그 증거는 안정감일 것입니다.

아침과 밤에 남긴 기도문은

내가 가장 안정된 한 해를 보냈다는

행복의 증표입니다.


아울러 이 기도에 멀리서 마음을 같이하여 동참해 준 이,

함께 기도문을 나눠 읽어 준 이가 있었습니다.

결국 올해 나는 ‘일상의 영성’을 체감했습니다.


거부할 수 없이, 나의 마지막 인사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합니다’뿐입니다.


2025년 365일,

나의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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