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 단어 5-365
1.
고대 히브리 성서 첫 번째 책, 「창세기」 서른두 번째 장 끝부분에
‘브니엘’(the face of God)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그 다음에 아침이 밝아오는 장면과 이어져있다.
‘그(야곱)가 브니엘을 떠날 때, 해가 돋았다’
끝새벽이다.
암흑 같은 시간을 막 빠져나온 도망자 야곱(Jacob)에게
아침 햇살이 떠올라 빛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동쪽 하늘이 환히 밝아와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게 하는 어둠의 끝, 동틀녘.
고대인들에게는 신의 섭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믿었던 시간,
아무리 깊고 어둑하더라도
반드시 쏟아지는 아침 햇살에 자리를 내어주는 검은 안식의 공간
2.
새벽과 한낮이 앞뒤로 교차하듯,
누구에게나
삶의 시간도 어둠과 빛이 앞다투어 자리를 바꾸며 흐르고 있다.
당연히 어둠보다 빛에 머물러 있고 싶지만,
삶은 묘한 것이어서 빛보다 어둠에 있고 싶어 하는 마음도 허다하다.
사람도 그러하고, 사회도 그러하고, 세계도 그러하다.
그러니 나는 믿는다.
한 대낮에도 ‘밤 같은 길’을 걷는 사람에게,
사라질 것 같지 않던 어둠을 숨죽이며 걸어야만 했던 사람에게도
마침내 새벽은 깨지고, 빛은 삶에 스며든다는 것을.
3.
밤새 마음졸이던 일도
새벽녘 햇살에 풀어지듯
묶인 시간이 자유롭게 되는 순간은 온다.
하지만, 어둠은 끝내 사라지진 않는다.
빛의 세계 안에 스며있다.
세계는 어둠과 빛의 공존으로 유지된다는
낯선 진리를 몸으로 체감하는 시간,
무엇인지 몰라도,
언제나 투쟁해야 하는 시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