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놀다

나의 한 단어 4ㅡ365

by 푸른킴

“무엇을 몹시 그리워하며 동경하다”


1.

잠들기 전, 머리맡 작은 등을 켜두고

한 장씩 가볍게 읽는 책이 있다.

책에는 에피소드 하나에 음식 한두 종류가 곁들여져 있다.

그 음식 이야기는 결론적으로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감사와

특히 인간에 대한 짙은 그리움을 꿈처럼 그려낸다.

그 책을 읽다 보면

그리움이란.

“추억이 씨앗처럼 뿌려져 피어난 상상 속 꽃,

불가시화(不可視花)”라고 할만하다.


2.

‘흐놀다’

처음 이 단어를 읽었을 때,

‘놀다’라는 말에서 이미 여유와 여백을 떠올렸다.

접두어처럼 붙은 ‘흐’에서는

가볍게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해체에 근거하면 이 말은 다시 풀어 쓸 수 있다.

‘마음이 가벼워져 여유와 여백이 생기고

흔들거리듯 자유롭게 즐기는 상태’


무엇이든 ‘흐놀다’는 자유하는 인간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에 잇대어 있다.

3.

누구의 삶이든 위로받아 마땅하다.

그래서인지 오늘 위로가 그리운 이들은

급한 마음에 자기 과거에라도 기대려 한다.

하지만, 지난날들, 삶의 자리는 뒤죽박죽이었을 적이 많다.

이제야 돌아보니 그나마 마음 따뜻한 이야기가 남아있을 뿐이다.

그나마 그거라도 다행이다.

그 불가항력 같은 상황을 거쳐온 내가 대견하고

다시 그런 위태로움이 반복된다 해도

힘써 대면할 수 있는 용기가 조금 생겼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 혼자만으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타인의 손길이 없었다면, 나의 옛 삶은 여전히 카오스였을지 모른다.

그날을 그리워할 수 있는 것은 나를 지탱한 수많은 ‘타자’들 덕분이다.

지금도 그 옛사람들이

작은 안부 한마디에 마음을 실어

희망 가득한 연민을 베풀어주는 일은

여전히 기대도 좋은 버팀목 같은 경건한 선물이다.

서울 상청공원 초입, 비온 뒤의 싪폭포

4.

그리움은 연민이라는 선물이다.

누구에게나 없을 것 같지만, 있는 것이다.

그걸 드러내놓고 살지 않는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은 ‘어제의 그리움’으로

오늘 내 삶의 아름다움을 흐놀다.

용기를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이제 가능하다면,

과거로부터 오는 그리움만이 아니라

내 생의 마지막 날로부터 다가오는 미완의 그리움과 함께

다른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짧은 안부 댓글을 남겨보자.

기분좋은 오늘은 그리움을 감추지 않는

나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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