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감각 하위 1%의 운전포비아, 그리고 재도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숫자에 대한 감각이 상위 1%라면
공간에 대한 감각은 하위 1%이다.
IQ 테스트 때도 앞에 계산 문제는 매우 빠르게 풀었지만, 같은 도형 맞추는 영역은 문제 이해 자체가 힘들었다.
겁에 대한 첫 번째 테마로 운전을 다루는 이유이기도 하다.
난 겁이 많다.
몸에 겁이 배어있고, 그것이 마음에도 스며들어서 때로는 유리멘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100% 그것만이 원인은 아니지만, 내 표현으로 일상생활능력(남들은 너무 당연한 일상활동)이 부족한 것도,
일정 수준 성장하면 정체하는 것도, 연애가 멈춘 것도, 회사를 자주 그만 둔 이유 중 일부도
그 두려움의 순간을 잘 맞닥드리지 못해서이다.
가뜩이나 몸의 균형감각/운동신경도 하위 5%인데,
거기에 겁까지 들어가면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마음도 평온을 잃는다.
겁도 많고, 공간감도 하위 1% 수준인 나에게 운전은 언급하기도 생각하기도 껄끄러운 주제였다.
대학교 때 별 생각없이 운전학원에 등록했다가 내 참혹한 공간능력을 경험하였고,
주행연수 중 사고를 낸 후에는 운전에 대한 공포가 더욱 심해졌다.
차선 맞추기든 좌회전/우회전시 핸들 맞추기 등 균형과 공간 관련된 부분은 모두 어려웠지만,
특별히 힘들었던 부분은 주차. 몇 번을 연습하고 이야기를 들어도 머리로도 이해가 되지 않고,
그 자리에 앉으면 몸에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물론 무엇이든지 연습을 하면 늘겠지만, 공간이나 자세와 관련된 이슈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암묵지를 익히는 속도와 이해도가 엄청 느리다)
그런 이유로, 면허를 딴 뒤에도 운전을 한 경험이 거의 없었고 마지막 운전도 10년이 넘었다.
지금도 솔직한 심정으로는 운전과 관계없이 살아가고 싶다.
대중교통에 매우 익숙해졌고, 차 없이 가기 힘든 곳은 택시를 타거나 장거리일 경우 운전 잘 하는 사람과 함께 가면 되고(사례는 하겠지만)
계속해서 연애를 안 한다면 차로 바래다주는 행동을 할 필요도 없으니까.
혹 차가 필요하다면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자율주행차가 출시되면 타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15년 가까이 미루고 미뤄왔던 운전대를 잡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유는 부모님의 이동을 위하여.
동생이 결혼하고 애도 태어나며 과거처럼(동생은 대학 때 차를 샀다) 동생이 운전하는 차를 탈 수 없고,
아버지도 거의 65세가 넘으시면서 운전감가도 많이 떨어져서, 할머니댁을 가는 등 이동할 때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를 타기에는 마음이 불편했다.
그동안 나의 미봉책 중 하나는 부모님과 최대한 동행하지 않는 것이었으나(다른 곳을 갔다가 혼자 할머니댁에 가는 등), 이런 비겁한 방법으로 계속 피하기에는(스트레스 지수가 엄청 심해졌음) 한계에 다다른 듯 하여.....
결국 운전 연수를 다시 시작했다.
누군가에게는 우스운 변명처럼 들릴 수 있겠으나, 회사를 스탑한 이유 중 하나도 운전이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운전을 하는 기간 동안 다른 무엇에 집중하는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래 나도 이런 내가 좋지는 않다만...) 회사와 운전을 병행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현재까지 받은 13시간의 운전연수. 예상대로... 쉽지 않다.
10년 넘게 운전을 안 했으니 거의 처음 운전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몸에 힘이 꽉 들어가서 차에서 내리면 왼팔이 엄청 아프고,
강사분들에게 첫날둘째날 지금 시험기준이면 바로 불합격이라는 이야기도 듣고,
정해진 코스를 다 해 보기는 했지만 솔직히 지금도 혼자 어떻게 운전을 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이렇게 쓴 건, 여전히 겁이 나지만 계속해서 해 보겠다는 다짐.
아직은 좋아하지도 맘이 가지도 않지만,
때로는 그러더라도 해야 하는 것이 있으니까.
욕을 먹고 사고도 낼 수 밖에 없지만, 그리고 아직은 그런 상황을 생각하면 너무 싫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야먄 성장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