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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S Jul 24. 2017

별마당 도서관의 역할

하나의 제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지난 5월 30일 코엑스 스타빌드 메인광장에 오픈한 별마당도서관.
개관 이후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인스타그램 등 주요 sns에 업로되는 어마무시한 숫자의 포스팅(해쉬태그로도 쉽게 확인 가능)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방문자들의 반응도 좋다.

외국인의 인스타그램에 담긴 별마당도서관

이미 많이 보도가 된 것처럼 신세계가 리모델링 이후 침체를 겪고 있던 코엑스 인수한 후,
리브랜딩 과정에서 가장 큰 마케팅 포인트로 삼은 것이 별마당 도서관이다.


코엑스몰 어디에서도 접근이 가능한 중심부에 자리 잡은 별마당 도서관은 보도에 따르면 약 60억원을 들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1) 13m 높이의 압도적인 비주얼에 대형 서가,  2) 사회공헌과 연결하기 가장 부담이 적은 도구인 책(에 5만여권의 책과 독립 책장으로 1층에 깔아놓은 다양한 국내외 잡지, 최신 e-Book 시스템 등) 3) 적지 않는 수량의 책상/의자와 도난방지 시스템 등을 설치하지 않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공간의 구성 등을  주요 특성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이 최근에 책을 통해 진행한 가장 Visible한 이벤트이기 때문에 언론의 반응도 호의적이고,

Reading Entertainment를 통해 코엑스를 찾을 이유를 만들기에(아이들을 풀어놓기도 좋고,  랜드마크의 역할도 하고) 모객 효과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국뽕은 아니더라도, 코엑스를 찾은 외국인들도 Amazing 하다고 생각하며 사진을 많이 찍는 것 같다.


하지만 일부 비판의 목소리도 보이는데,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도서관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책들간의 맥락으로 이어져야 하고 사람의 제안이 있어야 하는데, 이 곳은 단순히 전시에 불과하다. 파주 지혜의 숲 등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 책에 가치에 집중하지 않는다. 쇼잉을 위한 장소이고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장소로 책을 소비하는 것에  가깝다. 책장을 보고 사진찍는 인스타그래머블한 곳이지, 책에 본질적인 의미를 경험하기는 어렵다.

 기존 영화와 tv에서 책을 사용했던 방식과 큰 차이가 없기에, 근본적인 변화는 일어나기 어렵다.

- 신세계라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면서, 임직원 또는 개인들의 기부로 운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러한 비판에 타당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별마당 도서관에 책 분류는 테마가 있다기보다는 기존의  분류체계를 그대로 따른다.

책을 집중적으로 보기에는 쉽지 않을 수 있고, 책장의 배열 자체가 기존에는 몰랐던 우연한 발견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구조이다. 어떤 공간을 편의점이나 카페를 지나야만 갈 수 있다는 점도 상업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말입니다(응?)......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별마당 도서관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아쉬운 점은 있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삶의 경험이 다양한 것처럼, 특정한 경험에서 완벽하고 온전한 경험을 하기는 어렵다.

한 공간, 한 단체가 줄 수 있는 경험의 가치와 한계를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을 연결할 수 있는 제안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의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별마당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 플레이스이다.

책에 조금 더 가깝고 친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의미 라고 생각한다.

(잡지가 많은 것도 그러한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최근 많이 이야기가 나오는 츠타야의 방식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야 할 필요는 없다.

책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책이 주는 비쥬얼(6층 이후는 실제 책이 아닌 DP용)에 매료된 후, 책에 의미와 가치를 다른 곳에서 찾아나갈 수도 있다.

쇼핑을 하다가 쉴 때 짧게라도 책을 볼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다. 그 곳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문화활동(강연회, 북콘서트, 컬쳐클럽, 북케이션) 등을 통해 책의 확장성을 경험할 수도 있다.


도서관 명칭의 사용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넓은 의미에서 사용하지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 편이다. (현실적인 제약을 이해하지만 도서관에 아쉬운 부분 중 하나가 아직까지 엄숙함이 지배하는 곳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도서관에 대한 마음의 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할 수도)

대립하기보다는 역할을 나누어서, 어쩌면 별마당도서관을 책과 친해질 수 있는 지렛대 중 하나로 활용하여, 지역 도서관 그리고 다양한 책과 관련된 공간들이 더욱 활성화되어서 책을 보다 다양하고 넓게 만날 수 있는 역할을 하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위에서 이야기했던 아쉬운 점들이 심화 단계로 이루어지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개인의 경험이 편협하지 않도록 독서토론을 하고,

단순한 지적 만족감이 아닌 삶에서 활동으로 이어지고,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 과정에서 보다 입체적인 제안과 추천을 하고,

그 과정 가운데 개인들이 자신만의 분류법을 만들고....
스타필드가 선사하는 책의 규모감과, 작은 도서관이 선사하는 책의 개인성이 선순환을 이루는 것.

쉽지는 않겠지만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신세계라는 회사는 별마당도서관이 스타필드의 활성화로도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기업으로서 당연하다.

하지만 동시에, 별마당도서관을 홍보용 사회공헌으로만 소비하지 않고, 사람들의 책의 경험을 다양화하는데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쏟았으면 좋겠다.

책과 도서관을 좋아하며 별마당도서관에 대한 우려가 있는 사람들도, 여러 공간들이 각자의 역할이 있음을 전제한 후, 각자가 바라는 방식으로 책에 대한 더 깊은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한다면 원하는 모습에 좀 더 가까워지지 않을바래본다. 



* 참고자료
1. 생각노트 : 스타필드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 
2. 시사저널 : 서점.도서관 쇼핑몰을 접수하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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