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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S Jul 03. 2017

내가 바라는 화장실의 모습

최소한, 도시에서는, 이런 화장실이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부터 화장실에 관심이 높아졌다.
몇번의 개인적 경험을 통하여, 

배설과 세수/세면 등을 통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장소가 화장실이라면, 

위생뿐 아니라 사용자의(?) 인권이 가장 존중받아야 하는 장소가 화장실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충분한 상하수도 시설이 확보되지 않아서 오염된 물과 전염병에 위험이 있는 지역을 생각하면 사치스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오래된 건물이고 수압 등으로 인해 개선 방법을 찾기 어려운 건물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리고 학생 때부터 내가 화장실에 민감하긴 했으나,
그래도 대한민국 도시에 있는 화장실이라면, 다음의 사항들이 지켜졌으면 좋겠다.


1단계 : 동성이 화장실 청소하지 않았으면. 최소한 안내판 붙여놓기 


남성분들, 다들 이런 경험 많이 있으시죠?

       

       이미 많이 이야기도 되었지만, 남자 화장실을 여성분들이 청소하시는 상황이 편하지는 않다.
       (나도 3년 전 관련된 생각을 끄적인 경험도 있군)
       볼일을 보다가 들어오실 때,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걸레질하고 계실 때, 서로 민망하다.

       그게 직업이라고 할지라도, 아무렇지 않은 척 일을 보는데 서로 익숙해지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 
 
       현실적인 상황상 모든 건물이 청소하시는 분을 남/여 모두 두는 게 어렵다면... 

위의 사진처럼 청소하는 동안에는 안내판을 두어 그 어색한 만남을 방지하으면 좋겠다. 

(물론 그 전에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 때는 충분한 시간을 보장. 그리고 미화원 분들이 

기다려도 청소에 지장이 없도록 근무 범위를 조정 )

청소시간이 특별한 이슈가 없으면 보통 5분 이내인데, 대부분 이 정도는 기다릴 수 있지 않은가.

가능한 건물의 경우 다른 층을 사용하면 되고....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정말 급한 경우라면... 아직은 이해하다. 


2단계 : 일반 화장실과 장애인 화장실의 충분한 거리  


솔직히 얼마 전까지는 장애인화장실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공연장에서 남자장애인화장실의 여성분이 남성분의 휠체어를 끌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왜 장애인 화장실이 일반 화장실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칸막이로 된 장애인화장실의 모습 


화장실의 구조 등으로 인해 이성이 휠체어를 도우며 장애인화장실로 갈 경우가 생길 수가 있다. 

(이런 장면을 목격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것 자체가, 아직까지도 장애인이 편안하게 다니기 어려운 사회라는 증거일지도 모르다.) 

특별히 장애인화장실 이용을 돕는 목적일지라도, 남성이 여성화장실로 들어가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장애인 화장실은 일반 화장실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 위치하여있으면 좋겠다. 


동시에 위의 사진처럼, 장애인 화장실도 가능한 공용이 아니라 남/여 분리해서 만들어 주었으면.


3. 공용화장실의 감소. 불가피할 경우 충분한 공간의 분리  


작년 강남역 사건 이후 공용화장실 이슈는 많이 언급되었다. 

그럼에도 작고 오래된 건물의 경우 단시일 내에 남/여 별도의 화장실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충분한 공간적 분리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 어떤 화장실은 그 안에 남성용 소변기와 변기만 있으면서도 변기 출입문만 잠글 수 있고, 화장실 출입문은 잠글 수 없다. 이 경우 남성용 소변기는 어떻게 사용하라는 건가...


4. 남녀 화장실 내부를 서로 볼 수 없는 구조 


경험하신 분들이 있겠지만, 남여 화장실이 매우 가까운 경우 의도치 않게 다른 성별의 화장실 내부 구조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여성분들도 불편하겠지만 최소한 개별 칸들이 가려져 있는데, 남성 화장실은 입구에서 바로 소변기가 보이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새로 화장실 공사를 할 경우 이동경로와 각도를 감안해서 문이나 소변기의 위치를 만들었으면 
이미 만들어서 대대적 수리는 할 수 없는 경우 최소한 가림막이나 안내판 등으로 막아 주었으면.  

 

5단계 : 남녀화장실 소리의 분리 


이 포스팅을 쓰게 된 직접적인 이유. 

전직장은 오래되긴 했지만 그래도 여의도역 바로 옆 15층 되는 괜찮은 건물이었는데, 

 화장실의 치명적 단점은 남녀화장실이 분리가 얇은 재질의 자재(젠장. 그걸 뭐라고 부르는지 기억이 안 남)로 되어있어, 이성이 쓰는 화장실의 사운드가 너무나도 잘 들린다는 점이었다. 


변기가 바로 붙어있는 구조인데, 

내가 남자화장실에 있으면 여자화장실에 물 내리는 소리가 잘 들렸고, 
화장실에서 통화하는 내용도 100%는 아니어도 상당부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입구는 거의 붙어 있어서, 들어가고 나오는 것을 볼 수도 있는데....

내가 상대방의 소리를 듣고 상대방이 나의 소리를 듣는 그 상황이 나는 상당히 신경이 쓰였다. 

무언가 방음재를 집어넣어서라도, 원치않는 음향효과는 막아주었으면....  


6단계 : 양치만을 위한 단독공간을 보장하라!! 


6단계는 현실적으로 많은 장소에서 쉽지는 않겠지만....

그린팩토리에 처음 지어졌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양치하는 곳과 화장실이 분리되었다는 점이었다.


양치를 하면서 화장실을 사용하시는 분의 사운드 듣기 좋은 BGM이 아니었고(향기도 물론...) 

양치를 하다가도 손을 씻는 분들과 세면대를 교차사용해야 할 때가 많았기에, 

이를 닦는 그 순간이 그렇게 쾌적한 기분은 아니었다. 

내가 근무했었던 해피빈은 그팩이 아닌 퍼스트타워와 분당스퀘어를 사용하여 

아쉽게도 저 치카치카존을 사용할 기회가 없었는데 ㅠㅠ

저렇게 별도의 양치존이 있는 조직에서 일해보는 것이 작은 로망 중 하나이다. 

 

위의 단계에는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 남자화장실에도 기저귀 가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 아이를 위한 가족화장실이 있었으면 좋겠다, 

휴지의 퀄리티가 좋았으면 좋겠다, 환기를 자주 하고 방향제를 사용했으면 좋겠다 등이 있음. 


 

                                            북미에 있다는 가족화장실. 캐나다 관련 블로그 에서 퍼 옴. 

  

마침 Publy에서도 우리가 알고 있던 화장실 vs. 우리가 알아야 할 화장실 
이라는 주제로 콘텐츠가 올라오던데,

화장실이 더럽고 민망한 감정을 주는 곳이 아니라, 

총체적인 사용자경험(^^)을 통하여 내밀한 사생활이 존중받는,

조금 더 기분좋고 상쾌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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