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S Mar 05. 2018

'시리아 내전, 편견에 갇힌 나를 깨우는 소리'

시리아 공부모임, 회의적 이상주의자의 후기

민간인에게 생화학 무기를 사용했다는 알레포 폭격 후 수년이 지나고, 

IS의 세력이 쇠락한 후 한동안 한국의 뉴스에서 멀어졌던 시리아.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에도 내전이 계속되며 수십만 명이 사망하였거,
해외의 난민 그리고 삶터를 지키는 시민들의 대다수가 기본권을 존중받지 못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최근 시리아 동 구타 지역에서 정부군에 의한 학살에 가까운 소식이 들려온 후,  

다시 언론에서 시리아 관련 뉴스를 종종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와 별 상관없는, 먼 곳에서 누군가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는 이야기 정도로만 받아들인다면, 

곧  우리 관심에서 멀어지는, 잊혀진 전쟁이 되겠지요.

 

외면한다고 가슴 아픈 일들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상황을 명확하게 이해하고(물론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만) 그에 기반한 공감을 할  때,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 할 다른 인간의 존엄성을 기억하고,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무언가 행동할 수 있지 않을까요.


3월 4일 저녁, 최인아책방 에서 열린 '시리아 내전, 우리를 깨우는 소리' 에는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약 60명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발제자 세 분이 각각 '시리아 내전이 진행된 과정', '시리아의 찬란했던 과거와 참혹한 현실', '시리아 내전 본질과 맥락에 대한 통합적 접근'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플로어에서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첫 번째 발제자 분이 정리하신, 시리아 내전 진행상황에 대한 개요 입니다.|
부자 세습을 통하여 수십 년간 이어진 아사드 독재정권에 대한 민주화 시위(2011년 '아랍의 봄'에 영향을 받은)에 대하여 정부가 무력으로 대응하였고,
이에 반군이 조직되면서 더욱 격렬한 전쟁이 벌이게 되었으며 , 

그 후 극단 이슬람 세력인 IS의 등장과 그에 관련된 국제사회의 개입 그리고 터키 등에 걸쳐있는 쿠르드족 이슈 등이 발생하며 현재까지 내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 발제자 분은 '시리아 내전'이 계속되는 주요 원인을 위와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복잡하고 모두 연계되어 있으나, 내부의 힘의 균형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이해관계자는 계속 늘어나고, 
강대국 중심의 국제사회는 적극 개입하기에는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별로 없기에 (단순히 인도적/민주주의만을 위하여 자국 병사들의 희생을 감수하기는 어렵다는 냉혹한 현실에서) 적극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 전쟁의 승자가 누가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쟁이 지속될수록 무고한 시민들이 계속 희생을 당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다음과 같이 소망하고 있는 정치적 해법을 제시하셨습니다.    


부제에도 쓴 것처럼, 회의적 이상주의자로서의 저의 느낌을 정리해 봅니다.
(저의 짧은 지식과 편견으로 인하여, 어제 많은 분들이 느끼셨던 점과 다를 수도 있어요. 그 부분은 의견 주시면 저도 더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치적 해법이 쉽지는 않겠다.  

가슴이 매우 아프지만, 위의 조건들을 보니 '군사적 해법'이 '정치적 해법'보다 더 쉬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현재 돌아가는 국제 정세를 보았을 때, '사우디/이란 화해'나 '미국/러시아 정책 변화'가 과연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국제기구들이 그만큼 힘을 가지며 '특정한 판단'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개입할 수 있을지....    물론 희망하는 바는 서로가 전쟁으로 인해 피해 보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고 평화로운 협상을 통하여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지만, 지금까지 상처가 쌓여있는 상황에서 그것이 과연 얼마나 가능할까요. 작은 가능성이라도 놓쳐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죠. 


각자의 입장, 각자의 정의를 먼저 파악해보기  

'세계평화도 아니요 인권존중도 아니요 국가는 자국민 보호 및 이익이 가장 중요한 집단'이라는 관점도 있기에,
 (그래서 이타적 개인은 있어도 이타적 조직은 없다는 말도 있지요. 심정적으로 동의하고 싶지는 않지만)
현재 국제기구 및 여러 국가가 취하고 있는 행동을 무조건 비난과 비판만 할 수도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 시리아 정권을 국제사회가 명확한 공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군사적 개입을 했다면, 어쩌면 자주권을 무시한 내정개입이라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고(비록 어제 국민보호책임 개념이 나왔지만 기준을 명확히 하기가 어렵고, 현실적으로 초반에 개입했으면 수도 중심의 민간인들도 적잖게 희생되었을 테니)

- 어제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자국에 대한 직접적 위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에서는, 옳고 그름을 떠나 자국민 희생에 대한 국내 여론에 신경을 받지 않을 수가 없고,
- 명확한 신분확인이 되지 않는 입장에서 테러를 목적으로 한 사람이 조금이라도 들어와서 실제 실행으로 이루어지면 후폭풍이 상당할 테니까...

굉장히 친기득권적인 입장에서 이야기하였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상황이 어쩔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위의 조건들에도, 때로는 불특정 대상을 향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함께 지켜가야만 할 가치가 있고,
그런 마음으로 시민들이 함께 노력하고 목소리를 낸다면 정부의 입장과 태도도 변화할 수 있으니까요.  

(어제 강연 중 더 묻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부분. IS로 인해 이스라엘이 위협 받기에 군사적 조치를 안 하던 미국이 개입하였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실제 동기가 그렇게 계산적인 부분이 대부분이라 할지라도 그로 인한 군사적 개입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있을지는 모르습니다.. 어찌 되었든 IS는 잘못된 이슬람 믿음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인권을 보다 잔인하게 유린하였으니까... )


당사자 중심주의로 바라보기. 이것은 종교전쟁이 아니다   

어제 제가 위험을 무릅쓰고(?)  던진 질문은...  '물론 복합적인 원인이 있고 수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 생각과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시리아 사람들은 이 전쟁을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였습니다.
언론에서는 이해하기 쉽도록 단순화하여 '시아파 정부 VS 수니파 반군 VS 극단 수니파 IS' 프레임으로 자주 이야기하지만 실제 시리아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현재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높다면, (위에서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였지만) 생화학 공격은 분명 잘못되었다고 할지라도, '민주주의를 요청하는 선한 반군' VS '부정부패 독재를 저지르는 정부군'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이 적합한지 조금 더 알고 싶었어요. (실제 아랍의 봄 이후 집권한 많은 정부가 과거 못지않은 독재나 인권유린을 조정하는 경우도 있고요)


당사자 중심주의를 강조하는 건, 멀리 떨어진 우리가 편안한 환경에서 분석하는 것과 실제 경험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누군가 보기에는 북한도 독재정권에 굉장한 인권유린이 벌어지고 있지만 - 시리아 같은 학살 수준은 아니더라도 - 우리가 북한의 평범한 사람들을 위하여 국제사회가 무력개입을 하여 정권을 쫓아내자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는 것처럼요) 


어제 질문의 답변을 들으며, 그리고 조금 더 정리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것은 절대 종교전쟁이 아닙니다. 보다 쉽게 설명하려는 언론의 의도는 이해하더라도, 시아파 정부 VS 수니파 반군 구도는 자칫 종교에 대한 더 큰 편견을 가지도록 할 수 있습니다. 현실은 잘못된 지도자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종교를 오도하여 지금의 참혹한 전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다. 실제로 정부를 지지하는 시아파도 적지 않은 점에서도, 단순한 종교전 프레임은 본질을 놓치게 만듭니다.

- 그래서 저는 (최소한 아직은) '정부군은 악, 반군은 선' 프레임으로 접근하지는 못하겠습니. 실제로 반군이 권력을 잡으면 어떠한 결과가 향후 나타날지 예측하기는 힘듭니다. 그럼에도 권력을 잡은 입장에서 자국 국민들을 우선으로 여기지 못하고 지금까지 지내온 부분에서는,어떠한 방법으로든 책임을 져야 합니다. 


평범한 사람과 평범한 사람이 이어질 때 


- 헬프시리아 사무국장인 Wahab의 발표를 들으며 저절로 반성한 부분.
그가 보여주었던 많은 프레젠테이션 자료처럼,
시리아도 정말 문화적으로 자랑할 부분이 많은 아름다운 나라이고,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웃으며 즐겁게 살아갈 당연한 권리가 있었으며,
평범한 사람들이 활기차게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던 곳인데....
시혜자와 수혜자의 입장으로 접근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헬프시리아 와합이 보여준,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유적. 유프라테스의 문명이 발현한 장소  

지금 내가 가진 많은 부분은 내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면서,
이 모임도 때로는 선하고 때로는 이기적인 평범한 사람들의 잠재력과 나눔을 기대한다고 하면서,  

'불쌍하다, 안타깝다'의 관점에서 시리아를 바라보는 오만을 저질렀습니다.  

전쟁 전까지 현대적인 풍요도 누렸던 그들을 항상 어렵고 힘들게 살아왔다고 착각하지 않았는지,

고유한 문화를 오랫동안 풍성히 발전시켜 왔던 그들의 가능성을 무시하지 않았는지...

시리아를 이야기하며 한반도의 현재 상황을 다시 돌아보고,

시리아 사람들을 이야기하며 나와 내 주변의 모습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모임의 공식 명칭은 '시리아 내전, 나를 깨우는 소리'였지만 
이 글의 제목은 '시리아 내전, 편견에 갇힌 나를 깨우는 소리'로 잡은 이유입니다. 


모임 주최자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비도 많이 온 일요일 저녁 공지한지 5일만에 60명이 모였다는 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변화에 대한 마음을 가졌다는 의미겠죠. 

모임공지 글처럼 게으르고 이기적이며 무언가 문제가 벌어질 때 무력감과 좌절감도 자주 느끼는 개인이지만, 

공감하고 함께 할 때 예상하고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기대하고 실천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세계의 아픔을 함께 이해하는 '시리아 내전'이 아니더라도, 잘못된 부분에 대하여 함께 연결되어 본질에 집중하면서 유연하게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성취감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모임, 그리고 이후 만들어진 그룹  도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야기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고, 몇몇 단체의 후원금이 늘어나는 정도로 만족할 수도 있고, 여러 단체와 개인을 엮어서 거시와 미시가 조화를 이룬 프로젝트가 만들어갈 수도 있겠지요.
기대하는 바는 '살아있고 열려있는 네트워크'로, '조직 없는 조직화'를 통해 지금 시대에 맞는 또 하나의 '조직의 사례'를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보다 자기답게 살 수 있는 다양한 '일하는 방식, 조직과 개인의 관계, 조직문화'를 탐구하려 하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가 연결되어 만들어질 새로운 세상을 희망을 계속 품어봅니다.



* 3월 4일 발표내용 라이브는 이 링크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트업 조직문화에는 정답이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