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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S Feb 12. 2019

일하는 마음

나를 키우며 일하기 위하여 

1. 여러 장르를 한 번에 섭렵한 기분 


한 번에 읽었지만, 계속 다시 곱씹어보게 되는 책.

'일의 의미와 변화'가 나의 주요 키워드이다 보니 더욱 배우고 느낀 게 많았던 책.

서점의 장르 분류로는 사회과학-에세이 등으로 표시되어 있으나, 
매우 다양한 장르를 동시에 읽는 기분이었다.  


- 먼저 길을 간 사람의 경험 가운데,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여행기'
- 어렴풋한 일에 대한, 내생각을 명쾌하고 살아있는 언어로 명확히 공감할 수 있도록 정리해준 '요약문'  
- 사이드프로젝트 등 유연하고 느슨한 일과 관계 중심 삶 속 찾아오는 불안감을 위로하는 '응원가' 
-  일의 조건과 감각이 변화하는 시대,  관련된 정책과 프로그램을 펼치는 사람들을 위한 '제안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에 나온 표현들과 비슷한 단어들을 종종 쓰면서도, 
그 단어에 맞는 실천을 하지 못한 나를 분명한 논리로 날카롭게 꾸짖는 '피드백/조언문'처럼 느껴졌다.  



2.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책, 특별히 나에게는 


동일한 책을 읽어도, 일에 대한 관점과 경험에 따라 느끼고 다가오는 지점이 다르다. 

누군가는 ‘어떤 조건,  어떤 상태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일하느냐(p7)’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고,
기존의 공동체와는 다른 느슨한 공동체의 현존과 그들간 서로 지지/위로해주는 모습이 신기할 수도 있으며, 
회사 밖과 회사 안의 삶의 차이가 궁금했던 사람은, 직장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지 않더라도 직장 밖과 직장 안에서 일을 대하는 태도에 큰 차이가 없음에 당황했을 수도 있을 듯 하다. 

 
저자도 이야기했듯이 일의 의미와 일을 대하는 태도에 하나의 정답은 없다. 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실천하고 있느냐일 것이다. 나라는 사람은 서문에 나온 표현과 같은 자세로 일을 잘하고 싶은 사람이다. 탁월한 역량을 가진 유능한 사람 - '그 두려운 상황이 점점 줄어들고, 어떤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편안하게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p10)' - 으로 일을 하고 싶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과정을 충분히 밟아가고 있느냐 누군가 물어보면, 자신있게 대답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집중하였는지, 내가 했던 일의 핵심역량이라고 부를 수 있는 - 맥락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정리하며 확장하는 노력 - 을 충분히 하였는지, 이상적으로 바라는 나에 집착하다가 현재 집중해야 하는 일들을 하찮게 여기거나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나에게 와 닿았던, 적용해야 할 내용들을 중심으로 정리해본다.



3. 꾸준함이 선사하는 변화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뛸 수 있는 1킬로미터에 집중하는 거였다. 그러다 보니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조금씩 늘어난 것처럼, 삶의 트랙에서도 어는 날인가 나도 모르게 2.5킬로미터를 뛸 수 있께 되었다(p23)'

'어떤 날 갑작스럽게 생겨나는 새로운 능력은 그날따라 나도 모르게 수행한 다른 기본기들 덕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p121)'


이 표현 외에도 이 책은 다양한 사례와 경험을 통해,
지금 현재의 일에 집중하고 꾸준함을 가질 때,
전환 과정에서의 몰입을 통해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냥 정해진 루트만 달려왔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성찰과 돌아봄이 훨씬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상당히 잦은 멈춤과 회고의 순간을 경험했던 나에게는,  
지금 이 순간 이슈에 충실한 경험, 보다 깊이있는 메타-성찰을 통한 성장의 경험이 훨씬 중요하다.  


더 좋은 사회, 더 나은 조직문화를 이야기하면서도 나는 조금 어려우면 도피하지 않았을까.

거대한 담론을 논하면서 '오늘 해야 할 일을 훌륭하게 해낼 내일의 나'를 맹신하며 게으름에 빠지지 않았을까. 

경험들을 꾸준히 이어가며 스토리를 만들고 , 어려운 상황 속 한숨은 짓더라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을까.  

변화의 가능성을 먼저 보고 열심히 몰입하며 성장하는 경험을 하였는지 물어본다면, 
그러한 태도로 많은 시간들을 보냈다고 자신있게 말하기는 어렵다.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와 타인의 인정만 바라는 욕심으로 인하여,
과정에 충실치 못하기에 결과도 만들지 못하고 있었음을 스스로는 안다. 

말과 글대로 살지 못하면, 그러한 삶의 모습들이 조금씩 조금씩 축적되다 보면, 

그 차이가 나에게도 남에게도 자연스레 보인다. (그래서 두렵기도 하다.)

  

꾸준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 1KM를 뛸 수 있을 때 3KM도 5KM도 10KM도 뛸 수 있음을 기억할 것. 

때로는 꾸역꾸역이라는 느낌이 들더라도 계속해서 해 나가며, 성장의 근육을 키워나갈 것.
첫 번째로 나에게 다가온 메시지이다.  


4. 다른 방식의 일을 위한 중요기술 갖추기. 


' 성장은 과정을 경유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결과이고, 잘 수행된 과정은 세상이 성공이라고 정의하는 결과를 담보하지는 못 해도 성장만은 가져다준다. 수행의 과정에 지적으로 집중하며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의식하는데 노력을 기울인 사람은, 자신이 무엇에서 나아졌는지 발견하게 된다. 그걸 발견한 사람은 거기에 성장이라는 이름을 붙인다(p41)'

'N잡러에게 필요한 것은 고정된 단 하나의 답을 찾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답들을 서로 연결하여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서사가 유동하는 정체성을 붙들어주는 하나의 정박지가 된다.(p153)' 

'자기만의 만족기준, 달성하려는 목표를 가진 사람이 탁월성을 만들어낸다. 탁월성은 또한 자신이 해온 일, 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반추하며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탁월성은 끊임없이 이것과 저것을 조합하고, 그 모든 경험을 관통하면서 만들어내는 자신만의 역량이자 고유한 스토리일 것이다.(p169)'


'전문성이 아닌 탁월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을 때도 가슴이 아프다. 

한 분야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며, 배움을 통해 다른 시각의 신선함을 전달하고 , 연결과 이해 가운데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정의(?)하였다면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할 텐데...
소위 N프로젝터/다능인에게는 필요한 핵심역량-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해석하며 스토리를 만들고, 나 자신도 타인도 이해하기 쉽게 언어로 만드는 -  을 나는 충분히 발전시켰을까. 


저자가 조직 내부와 조직 밖에서 - 때로는 유연하게, 때로는 몰입하여 - 경험하였듯이,  
상당수의 성장은 이런 상황에서 일어난다. 

당장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성공의 결실을 얻지 못하더라도, 
타이밍에 맞는 몰입 그리고 메타인지 역량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성찰하고 바라볼 때 성장한다. 


사회가 과거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모호함을 받아들이며 이해하는 너그러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사회를 계속해서 탓하기만 해서는 내 삶은 변화하지 않는다. 남탓에만 머물 가능성이 높다.
아직은 많은 걱정과 우려를 받을 수 있는 삶을 선택했다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로 풀 수 있는 감각을 키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이드 프로젝트나 N잡 등 어쩌다 우연히 맞이할 수도 있는 커리어의 전환을 긍정하기 위해서는,
나의 배움을 언어화하고 학습을 삼는 것.  그 배움들을 연결고리로 삼아 증명해나감을 필요로 한다.


5. 좋은 관계를 만수 있는 일 

' 일상에서 수행하는 모든 역할들을 유기적으로 종합한 총체로서 자신의 삶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있느냐다.(p158)' 

'일을 잘한다는 것이 궁극적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되게끔 이끌어주지 않는다면, 굳이 일을 잘하려고 애쓸 필요가 있는가.(p183)' 

'일을 잘한다는 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능력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p186)' 


본문에 사례에서도 나온 것처럼 '좋은 사람이 되려고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을 잘 해도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전혀 관계가 없다면' 지금 시대에 많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많이 슬픈 상황이지 않을까.   


어빙 고프만의 상호작용 의례에서 나온 것처럼, 사회에서 내가 수행해야 할/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이 있고 그 역할마다 특징과 개성이 있을 것이다. 어느 하나만 '진정한 나'라고 생각한다면 그 역할이 아닐 때 우선 너무 힘들고, 다른 역할들에 최선을 다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 전제조건 안에서, 나에게는 '일과 삶의 일관적 다양성'이 중요하다. 

처해있는 상황마다 역할은 차이가 날 수가 있겠지만, 그 역할을 하는 이유들이 내 안에서 용납되지 않거나 서로 모순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꼭 지켜야하는 원칙은 지켰으면 좋겠고, 일터와 삶터의 내 모습이 전혀 다른 사람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이, (장기적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연관이 있기를 바란다. 

여기서 좋은 사람은 우유부단하고, 타인의 잘못에 침묵하고, 실수해도 무조건 괜찮아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함께하는 사람을 존중하고 이해하되, 명확한 원칙 가운데 일과 관계를 맺어가고, 소중한 사람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6. 그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내 기준에서 좋은 글을 쓰려면, 대단한 삶은 아니더라도 기만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기기만 없는 글쓰기의 비결은 어쩌면 내 삶 안에서 떠올릴 수 있는 얼굴들을 향해 쓸 수 있는 글을 쓰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p249)'


머리와 가슴이 계속해서 함께 반응한 책이지만, 그럼에도 내 생각과 차이가 나는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더 좋았다. 하나의 정답이 있기보다는, 다양한 관점과 입장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때 세상이 달라지리라고 믿기에.  

그리고 인정할 건 인정하자. 저자와 지금 나는, 생각의 깊이/이해/적용력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책을 보고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할지라도, 그 깨달음이 삶으로 오지 않으면 또 똑같이 살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 꾸준한 운동 기운데  

 - 내 일의 의미와 배움을 좀 더 맥락화하고 

- 하는 일에 너무 부담을 가지지 말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습관을 키우며 

- 구체화한 행동들을 차분차분히 실천해나가면서

-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실존하는 구체적인 사람들을 꾸준히 만나는 삶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저자 역시 스키 등 지속적인 운동으로 인한 체력과 그 과정에서의 느낌과 경험이 일의 감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작년 몸이 망가졌던 경험도 있으니 이제 나이도 있으니 나 역시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기회와 마음을 만들자. 


*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조직문화에 대해서는 나만의 경험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허접하고 부끄러울지라도 중간 결과물들을 계속 만들자.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씨줄과 날줄을 꿰어본 경험이 더 나아가며 달성할 수 있는 힘이 되니까. 1km를 뛰어야 2km를 뛸 수 있으니까. 스스로는 아무것도 안 했으면서 입으로만 다른 사람을 비평만 하는 그런 삶은 살고 싶지가 않으니까. 한 번에 다 잘 하려고 욕심을 부리지 말고, 꾸준히 해 나가자. 


* 혼나기 싫어서 애초에 시도하지 않거나 도피했던 경험이 있다.  당장 변화가 일어나지않더라도 축적의 시간이 필요함을 이해하며, 조금씩 스스로의 장점과 변화된 모습에 좀 더 집중하고 나를 칭찬하는 습관을 가지자. 내 성격에는 좀 그래도 된다.  


* 내 이야기의 편집권은 나에게 있다. 나의 맥락은 나로 인해 만들어진다. 게으름과 관성이 나를 가로막을 때가 많지만, 글이든 영상이든 목소리든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자. 그 압박감을 넘는, 경계를 넘는 경험을 해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지금 부족하다고 타인을 회피하는 것도 결국 내 삶의 태도이니까 말이다. 


일하는 태도와 방식에 대한 37년의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을 숨겨서 38년/39년에도 여전히 아쉬워하는 것보다는, 지금 알릴 건 알리고 아플 건 아프면서 변화해나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나는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지만 그래도 조금 커진 원의 경로를 통해서라고, 정면충돌을 피할 수 없었떤 그 지점을 이번에는 조금씩 빗겨나며 거쳐가고 그래서 충격이 조금은 덜한 것이라고, 언젠가 또 이 지점 근처로 돌아오겠지만 그때는 충격을 이번보다도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요. 그리고 새로운 것에는 오직 이런 식으로만 가닿게 되는 것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림을 머릿속으로 뱅글뱅글 그려보니, 어쨓든 저의 원은 조금씩 커지고 있던 것 같습니다, 아니 분명히 그렇습니다(p253)'  

하나도 성장하지 않고, 뫼비우스의 띠를 돌듯이 예전과 그대로인 듯하여 절망감에 빠질 때도 있다. 

그러나 책 에필로그에 그림처럼, 때로는 바로 경험하지 못할지라도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안다면  조금씩 달라지고 있겠지. 

그 가운데 내가 바라는 조직문화와 공동체를 감지하고 이해하고 만들어가는 능력이 생기면 좋겠다. 
그렇게 서로에게 귀기울여주며 존재를 인정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만들어갔으면 한다. 


넘어서야 할 어려움의 크기보다 하고 싶은 마음의 크기가 더 커야만, 괴로움을 뚫고 나갈 동력이 생기는 거니까요.(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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