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돈과 커리어의 관계
연봉 통보를 받았다. 작년보다 6.2% 올랐다. 지난번과 같은 수준이다. 뉴스를 찾아보니까 보통 수준에 해당하는 듯하다. 이보다 더 적게 오르는 경우도 있고, 물가 상승률보다는 높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이 정도 올려도 괜찮냐"는 이사의 질문에 별다른 반박을 하지 못했다. 지난번이랑 똑같이 주겠거니 생각했기 때문에 특별한 말을 덧붙이지 않고 "괜찮다"라고 답했다. '말해봤자 뭐 하나, 뭐 얼마를 더 달라고 말해도 소용없잖아'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그동안의 커리어, 앞으로의 커리어를 돌아보고 더 열심히 해봤자,
비슷한 수준의 연봉 상승만 반복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무력한 회의감이 든다.
'대충 그럴싸하게 일하면 장땡 아닐까?'라는 베짱이 같은 생각이 이어진다. '내가 일하는 원동력은 뭘까?' 이런 질문도 떠오른다. 자기만족과 성장을 위해서 성찰하는 거겠지. 그게 엄청 대단한 정도의 발전과 결과를 낳지 않더라도 말이다. 마치 자존감 같은 걸까? 근거는 없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같이, 내가 나를 봤을 때 잘했고 최선을 다했다면 그만인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근거가 아예 없지는 않다.
회사가 나를 자르지 않고 해코지하지도 않는 정도면 된 거지.
그러고 보니 연봉 통보 시간에 이사가 지나가는 말로
'ㅇㅇ님은 회사에서 필요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했었다.
기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달린 걸까? 연봉 얼마짜리, 어떤 능력이 어느 정도 수준, 이루고 싶은 목표, 닿고 싶은 꿈, 살고 싶은 삶의 모습, 내가 원하는 나란 사람의 상태, 이런 것들?
이 회사에 다닌 지 만 3년이 되기 전까지는 어찌어찌 어영부영 다녔고, 커리어도 10년이 넘었고, 나이는 더 많아지고 있으니까, 위기의식을 가지고 자신을 돌아봐야 할 것만 같아서, 꾸역꾸역 성찰하려 하는 건 아닐까?
연봉은 지금 수준도 나쁘지 않고, 능력도 뭐 그냥저냥, 목표와 꿈은 딱히 없고, 내가 원하는 삶은 평온하고 무탈한 것이다. 그렇다면 사실 딱히 고민할 필요 없는 거 아닌가? 막 살아 그냥 대충 살아 그냥. 아 그래도... 이건 아닌가. 뭐 어때 그냥 살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