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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a Kim Oct 19. 2016

하와이 체크리스트 #1 사람

여행을 준비하면서

엄마가 1년 정도 한국을 방문하시기로 결정하고 나서, 나와 동생에게 여행을 제안하셨다. 지금 것 가족들을 돌보며 캐나다에서의 생활을 함께해준 엄마. 처음으로 당신만의 시간을 갖겠다는 엄마의 결단을 나와 동생은 200% 지지하면서, 함께 여행 계획을 짜 보기로 했다. 물론, 엄마의 결정을 전전으로 후원하는 바이나 여전히 엄마가 밴쿠버에 있는 우리를 떠나 한국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새롭고 놀랍고 또 아주 조금 슬프기도 한 것은 사실이었다.


여행은 하와이 Hawaii, 여러 섬들 중에서도 오하우 Oahu로 결정되었다. 나는 온갖 웹사이트를 통해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모으고자 했다. 오하우에서 먹어야 할 음식, 꼭 가봐야 할 명소, 들러봐야 할 동네, 시도해봐야 할 스포츠 등을 검색했다. 검색창을 가득 채운 웹사이트들. 기사와 블로그 포스트들. 4박 5일이라는 일정에 무엇을 언제 끼워 넣어야 할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다, 자주 들르는 페이스북 그룹, Vancouver Flight Deals & Travel Specials II (YVR-2)에 짧은 글을 하나 올렸다.


5일의 여행을 위해 다음 주 오하우로 떠납니다. 함께 여행할 저와 엄마와 여동생을 위해 추천해주실 만한 해변이나, 활동, 동네나 식당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감사해요!


밴쿠버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인 이 페이스북 그룹에서는 운영자가 항공권 깜짝 할인 소식을 공지하고, 나머지 참여자들이 여행에 관련된 팁이나 질문을 하는 곳으로, 여행에 관련해 활발한 소통이 일어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답글이 하나 둘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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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을 해야 할 때면 줄곧 구글이나 네이버를 찾는 사람들. 나에게도 언제부턴가 사람보다는 인터넷이 훨씬 믿음직스러워진 것 같다. 이것이 맞네, 저것이 맞네하며 작은 실랑이가 생기면 바로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정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서로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작은 기계에게로 우리의 모든 눈길을 쏟는다.


9월부터 시작한 UX Design 수업에 참여하게 된 것도 테크에 의존하고 있는 나의 관심사를 잘 보여준다. 4번째 수업이 끝난 지금에서야 내가 생각했던 디자인(테크)과 배워가고 있는 디자인(사람)이 참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은 디자인 이전에 디자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이다. 매일 테크크런치 Tech Crunch와 프로덕트헌트 Product Hunt를 기웃거리며 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다시 학생의 자리에 오게 된 나이지만,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한번 더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테크 이전에 사람이다.






나의 질문 아래로, 하와이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추천하는 장소들과 음식들이 댓글창을 수놓았다. 짧았건 길었건 자신들의 여행에서 절대 잊지 못할 해변이라던가, 밴쿠버로 돌아온 후 비슷한 음식을 찾아 나섰지만 하와이만 하지 못했다는 음식의 이름들이 눈에 띄었다. 노트에 차곡차곡 적고, 작은 테이블을 만들어 날짜별로, 지역별로 묶었다.


엄마와 동생을 만난 지난 주일, 티타임을 가지면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도를 보면서 추천받은 지역과 음식에 대해 짧게 설명하는 나에게, 엄마와 동생은 너무 많은 계획을 가지고 움직이기보다 편안하게 쉬면서 여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또다시 내 뇌리를 스치는 한마디:

계획 이전에 사람이다.




지난주 월요일은 캐나다 추수감사절이었다. 동생은 부모님의 가게 일을 돕고 있고, 가게는 문을 닫지 않았으므로 그날도 출근을 했어야만 했다. 버스를 타면 40분 정도가 걸리지만, 내가 데려다주면 2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였기에 나는 동생과 함께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다운타운 초입에 닿았을 때 우리는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래를 하는 동생과 글을 쓰는 나.

요즘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무언가를 창조적인 일이다. 또한 모양이 짜여 있는 직장생활보다는 모양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프로젝트 형식의 일들을 더 하고 싶어 한다.


그런 우리에게도 작업이나 창업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는 것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일 이전에 사람이다.




00 이전에 사람이다.


이 표현은 삶 구석구석에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00을 하는 동안에는 그 과정에 흠뻑 취해 무엇이 더 중요한지, 무엇을 위해 00을 시작했는지, 00를 하는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기 일쑤다. 하와이 여행을 준비하던 나의 모습을 봐도 그렇다. 아무리 많은 정보가 있더라도,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는 여러 사람들이 직접 추천해준 공간과 그들이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두 손 들어 찬양한 하와이의 맛이 아닐까. 그리고 여행의 후엔, 나 또한 누군가에게 이 여행의 기억을 전해줄 수 있다면 더 좋겠다.


또한, 이번 여행에서 나와 함께 하와이 해변의 모래사장을 거닐어줄 엄마와 동생. 내가 올바른 정보를 찾고 우리에게 꼭 맞는 계획을 짜고자 머리를 굴렸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들이다. 아무리 눈부시게 아름다운 노을이 내 눈앞에 있더라도, 태어나 먹어본 도넛 중 가장 맛있는 도넛을 단 돈 몇 불로 손에 쥐었다 해도, 이들이 없이는 시작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었을 여행이기에, 나는 '여행 이전에 사람이다'라는 결론에 다시 한번 도달한다.


공항으로 향하기 4시간을 앞둔 지금,

이번 하와이 여행의 첫 체크리스트의 자리를 나의 여행 파트너이자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 엄마와 동생이 차지했다는 사실이 여행보다 더 설레고 더 감사하다.



Source:

Image by Thomas Mar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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