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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a Kim Oct 27. 2016

지속을 방해하는 2가지 착각

내가 지속하지 못했던 이유


다방면에서 다재다능한 사람을 한국어로는 팔방미인, 영어로는 multipotentialite 이라고 부른다. 


여러가지 분야에서 요긴하게 쓰일수는 있지만 정작 한 분야에서 대체불가능한 전문가가 되기는 어려운 것 또한 팔방미인이다. 나무위키의 말을 빌리자면 한국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일본의 이유로 팔방미인형 인재관을 들곤 한다고. 팔방미인의 이러한 단점을 콕 찝어 지적하는 속담도 있다: '열두 재주 가진 놈, 저녁거리가 없다.'가 바로 그 것이다. 어설픈 여러가지 재주보다 똑부러지는 한가지 재주를 갖는것이 삶에 더 도움이 된다는 사회적 인식과 편견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선입견을 파괴하는 여자가 있다.


에밀리에 왑닉 Emile Wapnick은 커리어 코치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가 운영하는 블로그 Puttylike과 책 Renaissance Business를 보면 한 관심사에서 다른 관심사로 옮겨가며 일하는 방법, 다양한 분야에서 기량을 쌓는 방법, 여러 지식을 한데 더해서 제대로된 팔방미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만 봐도 그렇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 물리학, 생물학, 수사학, 윤리학 등 분야를 넘나드는 천재성으로 후대에게 수많은 글을 남겼고,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미술 뿐 아니라 음악, 수학, 천문학, 지리학 등에 다재다능한 팔방미인이었다. 이 외에도 한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적인 작품활동을 했던 많은 이들이 역사속에 존재해왔다. (위키피디아와 네이버 인물사전을 잠시만 들여다봐도 한 인물을 소개하는 다양한 타이틀들을 찾을 수 있다!)


이들의 경우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몸 담았던 것이 삶의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로 작용했다. 

팔방미인 인재관으로 폭망했다는 일본에 대한 소문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도대체 어떤 열두재주꾼은 저녁거리가 없고, 어떤 열두재주꾼은 저녁거리가 풍성했던 것일까?




하루에 동전크기만한 그림 하나씩을 그려서, 인스타그램 스타가 되고, 전시와 판매를 업으로 삼는 화가라는 직업을 갖게된 여자가 있다. 사우스 아프리카 South Africa에 사는 로레인 루츠 Lorraine Loots는 개미를 위한 그림 Paintings for Ants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하루에 하나씩, 2013년 한해동안 365개의 동전크기의 그림을 그렸고, 2014년에는 365장의 엽서를 만들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알게되고나서 지속의 개념을 크기로 생각했던 내가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짧은 시간안에 큰 무언가를 생산하는 것이 지속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잡지를 시작해서 3달에 한권씩, 화려한 사진과 수려한 글들을 뽐내야 한다고, 그래야 사람들이 나의 집중력과 지속력을 알아봐줄 것이라고, 그것이야말로 전문가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속은 크기와 비례하는 것이 아니었다. 너무 큰 목표치를 세워놓았으니, 그것을 이룰수 없는 나는 나 자신에게 매일 실망해야만 하고, 그렇다면 일주일은커녕 이틀도 계획을 지켜낼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한장의 글보다 여러장의 책이 주는 무게감이 있다. 누구도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책의 무게감이 좋다고 해도 하루만에 두꺼운 책을 만들수는 없다. 

대신, 하루동안 책에 들어갈 글 한장을 써낼수는 있다. 

인간이 가진 시간과 능력의 한계를 거꾸로 뒤집어보면 나만의 가능성이 된다.  


로레인은 하루라는 시간적 한계와 자신이 가진 그림이라는 재능을 정확하게 이해했다. 그리고 그 것을 지속했다. 그녀의 그림은 돋보기로 들여다보아야할만큼 작지만, 보는 누구에게나 큰 감동을 준다. 


작은 행동으로 큰 미래를 그리는 것. 그것이 바로 '지속의 힘'이다.




나는 또한 지속을 시간적 개념으로 이해했었다. 쇼핑을 할 때의 나를 보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스타일을 원하고 어떤 것을 구매하고자 하는지 잘 알고 있는 편이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는 속도가 빠른 만큼, 쇼핑 후엔 금방 에너지가 방전되고 만다. 내가 가진 에너지의 양 자체가 애초에 너무 적기 때문이다. 하루에 3시간 매일매일 피아노 연습을 하는것, 한달에 음악 20곡을 작곡하는것, 일년에 12번 여행을 가는것만이 '지속'이라고 생각해왔다. 시간적 개념으로 지속을 이해하면 연습의 횟수, 결과물의 갯수, 무언가를 이룬 수에만 신경 쓰게된다. 에너지의 한계를 가진 내가 하루에 3시간, 한달에 20곡, 일년에 12번? 택도 없는 일이다. 목표치를 이루지 못하면 습관처럼 나 자신을 질책한다. 에라이, 난 역시 지속할수 없는 사람인가봐, 라면서.


지속은 시간적 개념이 아닌 동적 개념으로 이해해야만 한다. 

결과물을 가지고 숫자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 하나씩 쌓아가는 과정이 지속인 것이다. 

사람들이 결과물에만, 숫자에만 집중할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 중의 착각이다. 

진짜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것, 감동하는 것은 쌓아가고 있는 우리의 액션이다. 

절대 이룰수 없는 허황된 목적보다 쌓는 액션에 더 집중할 때 우리에게 더욱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블로그에 매주 글을 쓰는 블로거들, 유투브에 매주 비디오를 올리는 유투버들, 음악을 만드는 프로듀서들과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의 지속력을 시간적 개념으로만 보면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랭이 찢어지는 꼴이 되고 말것이다. 지속에도 탄력이 필요한데 이미 일정 기간동안 자신의 컨텐츠를 만들어온 사람들의 가속도와 이제 막 시작하는 우리의 가속도가 어떻게 같을수 있겠는가? 

그래서 저 사람은 대단한데 나는 후지네? 라고 생각하기 전에 이제부터라도 하루에 하나씩 뭔가를 하려고 의자에 앉은 나 자신을 칭찬해주자. 그리고 과거의 나의 모습보다는 미래의 나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가속도가 붙을때까지 한번 해보는 것이다.


쌓이는 액션에 집중해야한다. 내가 쌓아올리고 싶은 나의 모습을 정해놓고 차근 차근. 엊그제는 했는데 어제는 까먹었다고 해서 자신을 닥달할 필요가 없다. 계속해서 한가지를 쌓아가는 이 과정을 길게 본다면 최고의 결심을 해준 나 자신을 칭찬하고 복돋는 것이, 질책하고 비판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게 될것이다.


작은 것을 반복하는 행동. 이 것이 진정한 '지속의 의미'이다.




저녁거리 없었던 열두재주꾼과 저녁거리가 풍요로웠던 열두재주꾼의 다른점은 바로 지속이다. 

취미나 특기를 직업으로 만들어낸 사람들은 모두 다 지속했었다. 그들의 관심사가 하나였든 열개였든, 그보다 더 중요했던 건 무엇이든 꾸준히 지속했다는 점이다. 

크기나 시간적 개념의 지속이 아닌, 인생 전체를 두고 걸어간 긴 여정. 그들은 지금도 꿋꿋이 걸어가고 있다.


타인의 필요에 의해서만 나의 다양한 재능과 관심을 사용하고 다음날이 되면 까맣게 잊어버리진 않았었는지 나를 되짚어 본다. 

초등학생, 그리고 고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4년 넘게 지킨 합창부의 피아노 반주자 자리. 

가정환경이 힘든 아이들에게 무료로 과외서비스를 제공했던 단체에 한학기에 몇 번씩 학습에 필요한 자료들을 만들어 주었던 그래픽 디자인 작업. 

지금은 아주 가끔 만져보는 건반과 포토샵 프로그램이 애틋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자의든 타의든, 어떤 모양으로라도 내가 지속해온 것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확인해본다. 

초등학교 시절 내내 쓴 일기.

대학생 시절때까지 가족,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들.

컴퓨터에 저장된 수필과 단편소설과 시놉시스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이번해 2월에 한국에서 만나뵌 000출판사 사장님도 내게 말씀하셨었다. 


지금 선택한 길이 좁은 길이라면 미래에는 그 길이 넓어지고,
지금 넓은 길을 걸어가면 나중에는 그 길이 좁아진다. 

좁은 길은 고단하고 외롭다. 쓸쓸하고 불안하다. 하지만 그 길의 끝에는 평안과 만족이 있다.


지속은 좁은 길을 선택하는 것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지금것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지속을 다시 정의내려본다. 다른사람과 나를 비교하던 나쁜 습관을 버리고, 너무 높게 정해놓은 목표치도 조절한다. 내가 할수있는 것, 나를 행복하게 하는것이 무엇인지 먼저 찾아내서 그것을 하루가 아닌 좀더 긴 시간단위로 되풀이한다. 일주일에 한번, 한달에 두번, 이런 식으로. 

아니면 자신만의 시간을 정해보는것도 좋다. 마음이 울적해지는 때나, 행복함을 느낄 때 나 자신과 약속한 행동을 반복해보는 것이다. 어떤 이는 비가 오는 날 음악작업이 더 잘되고, 어떤 이는 낮잠에서 깨고난 후 시가 더 잘써질수도 있으니까. 


지속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나는, 지속이든 집중이든, 분야든 자리든, 나만의 것을 찾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잘못된 지속의 정의를 발견하고 나니 그 것들이 차례 차례 깨어지기 시작했고, 지속의 새로운 정의를 내리고 나니 나에게 잘맞는 지속이 어떤 것인지 조금 눈치채게 된 것이었다.


하루에 시간과 단어수를 정해놓고 글을 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의 뇌리를 스치는 문구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거리는 따로 기록해두고 시간이 있을때 다시 찾아 읽어본다. 그리고 거기에 다른 생각들과 이야기거리들을 보태어본다. 내 나이 또래의, 나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이 공감할수 있을만한 질문이나 고민들이 될수도 있고, 나를 멈칫하게 했거나 나로하여금 크게 후회하게 했던 사건일수도 있다. 그저 계속 써내려나간다. 이것이야 말로 내게 꼭 맞는, 내가 직접 나를 위해 손수 선택한 나만의 지속이다.




Source:

Image by Stephen Di Don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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