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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a Kim Jul 13. 2016

사랑의 가정적 질문들

나에게 사랑은 무엇인가?

우리는 밴쿠버 아일랜드로 향하는 페리 안에 주차해둔 나의 차 안에 앉아있었다. 주말을 맞은 1박 2일의 짧은 여행, 이는 12년간 친구로 지내온 우리의 뺨을 물들이고 우리의 입꼬리를 들썩이게 했다.


짧은 낮잠들을 자고 깨고를 반복하니 힘이 철철 넘치고 있었다. 공기 중에 우리의 시선이 마주치고 우리는 남자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세계, 아니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는 최고의 주제가 아닐 수가 없다. 역시나 여자들이란.


그때만 해도 나는 장거리 연애 중이었고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면 멀리 있는 남자친구에게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이 들어 늘 질문을 하는 인터뷰어의 자리를 자처했다.




내 친구 스테파니에게 있어서 사랑은 의리 있고, 참을성 있으며, 약속을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한 나의 사랑의 의미를 그녀에게 강요할 수 없었고, 그래서 나는 불편하지만 단순한 가정적 질문들을 통해 그녀를 시험해보기로 했다. 


그녀의 사랑이 언제까지 의리 있을 수 있고, 얼마나 참을 수 있으며, 언제까지 용서할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만약에 언니 남편이 언니의 상담 사무실 바로 옆에 새로운 상담 사무실을 열어서 직접적인 경쟁을 시작한다면 어떻게 할 거야?


그렇다. 나는 '직업'으로 시작했다. 의도적이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관계 속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요소들을 뒤로 미룬 것이 아닐까.


전혀 흔들림 없어 보이던 스테파니는 문제가 너무 쉽다는 듯 대답했다.


"내 사무실 문 닫고 다른 회사에 취직하면 되지."


그녀의 상상 속 남편은 우리의 상상 속 자유시장에서만큼은 승리자였다. 

자유시장 경제와 자유시장 관계의 승리자.


만약에 남편 가족이 10억 이상의 부채를 갖고 있는데 언니도 결혼 후에 같이 그 빚을 갚아야 한다면?


이번에는 스테파니의 표정이 조금 더 심각해졌다. 실제 같기도 하고 또 언제고 일어날법한 상황들을 만들어내는 이 창의적인 운동에 마침내 그녀를 동참시키게 된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 또 다른 질문으로 답했다. 마치 그녀가 이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임을 확인하는 것처럼.


"남편이 미리 내게 얘기해준 거야? 결혼 전에?"


"응, 얘기했어." 나는 설명했다.


"그렇다면 같이 갚을래."


스테파니는 자신의 월급을 두쪽으로 쪼개는 것이나 그녀의 남편 된 사람이 그들의 관계 속 까지 끌고 들어온 물질적 짐 따위에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다. 남편과 남편의 가족을 위해 그렇게 하겠다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 나니 돈이 본래 가지고 있던 대단한 능력을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부부로 살아가는 것, 누군가와 애정의 관계로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에는 엄청난 양의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정적 질문을 던지는 이 실험의 단순성을 고려하여 나 또한 세 번째 질문을 마지막 질문으로 던지고 싶었다. 세상 모든 사랑 관계의 중심부를 겨냥한 질문:


만약 언니의 남편이 기초 교양 수업을 가르치는 교수로 일하고 있다고 하자. 교실에는 주로 18살, 19살, 20살짜리 젊은 여자 대학생들뿐이다. 하루는 그가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언니와 저녁을 먹고 난 뒤, 화장실에 가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핸드폰을 챙기는 것을 본다. 그건 왠지 언니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이기도 하다. 그때부터 그는 4 자릿수 비밀번호로 핸드폰을 잠가두고 예전과 같지 않게 자주 핸드폰을 바라보고 문자를 쓰는 것 같다. 알고 보니 그는 그의 학생 하나와 잠자리를 갖고 있었고, 그 학생은 전에 언니가 남편을 놀래 주러 몰래 준비한 점심 데이트를 위해 학교에 방문했을 적에 교실을 나오며 남편을 향해 특히나 밝고 명랑하게 웃던 그 학생이었다.


언니는 어떻게 할 거야?


스테파니는 제 때에 대답하기를 잊은 사람처럼 보였다. 답을 해야 할 마감시간을 지킬 수 없을 것 같아 나는 시간을 좀 더 주었다. 그녀의 얼굴빛이 갑자기 미소를 띠며 해석이 어려운 어색함으로 변하였다. 우리는 도망가고 싶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실험을 시작한 것이었다.


"하룻밤이었어? 남편은 뭐라고 말하는데?" 잠깐의 시간 동안 그녀는 많은 질문들을 만들어냈다.


"응. 하룻밤뿐이었어. 남편이 말하기를 그 여학생에 대한 감정은 전혀 없대. 언니는 그 말을 듣고 그 말을 믿어. 남편이 얼마나 미안해하고 있는지 보여. 남편이 사과를 하는 동안 언니와 남편의 기억들이 언니의 머릿속을 스치지." 나는 이야기를 좀 더 다듬어 그녀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남편을 용서할래."


사실 나는 스테파니가 남편을 용서하고, 상상 속 남편과 몸매 좋고 다재다능한 여학생 사이에 일어난 일을 잊으려 노력할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남편을 용서할 거라고 말했을 때, 나는 그 젊은 여학생이 그들의 역사와 그들의 관계 자체를 박살 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것을 스테파니가 보지 못하는 것에 크게 실망했다. 그녀의 답변이 날 실망시키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우기는 듯, 나는 이야기를 계속해갔다.


"언니가 용서해준 후에 그 사건을 거의 다 잊었을 때쯤, 언니와 남편의 결혼생활에 더 이상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처럼 여겨지고 남편은 새로운 대학으로 직장을 옮겨. 세상에서 2번째로 완벽한 남편상처럼 느껴졌지. 애석하게도 한 번의 외도 때문에 최고의 남편상은 받을 수 없겠지만. 그런데 언니는 다시 한번 남편이 같은 여학생을 몇 달째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지금 것 거짓말을 해온 거였어. 언니가 아닌 그 여학생을 정말로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하기까지 해.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어떻게 할 거야?"


"바이, 바이." 스테파니는 말했다. 그녀는 정말로 상상 속 남편을 놓아준 것처럼, 진짜든 가짜든 감정적으로 공격을 당하고 깊이 상처를 받은 듯한 표정이었다.


개념화되었건 끝까지 숨겨져 있었건, 그녀의 사랑은 다른 어떤 모양의 새로운 사랑이 나타나 한 자리를 차지하기 전까지는 절대 소멸하지 않는 그런 것이다. 스테파니는 결국 그 망할 남편과 여학생에게 우선권을 양보하고 길을 비켜주었지만.


이 대화의 끝무렵, 나는 스테파니가 한번 신뢰를 저버린 사람을 한번 더 믿어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몰랐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면서도 돌아서서 떠나기보다는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의리 있고, 참을성 있고, 약속을 지킬 줄 아는 것을 넘어서, 스테파니에게 사랑은 약속한 일, 전념하겠다는 책임이었다. 약속한 순간, 모든 것을 약속한 그대로 지키기 위해 어떤 것도 망설이지 않고 의리를 지키며 참을성 있게 기다릴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적어도 그 순간까지는. 예상치 못한 3번째 사람이 껴든 순간 전까지는.




때때로 사람들은 문제의 근원이 우리 자신에게 있다 한다. 자신을 괴롭히는 것들은 모두 내 안에서 시작된 것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스테파니의 경우, 사랑의 힘은 관계의 모든 내부적인 것들을 치유하고 해결했다. 가끔은 우리의 통제 밖에 있는 외부적인 것들이 우리를 부수고, 바스러뜨리고, 파괴하기도 한다.


가정적 질문들을 던짐과 올 답들을 생각함으로, 우리는 사랑의 가능성과 그것에 투영되는 것들 속을 모험했다. 다른 사람의 관점에 서서 사건들을 바라보기도 했고,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편에 서보기도 했다.


나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스테파니가 의리 있고, 인내심이 많고, 영원히 지켜질 약속만을 하는 사람과 일평생을 함께하기로 맹세할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이 사람은 직업에 있어 너무 경쟁적이지 않으면서, 10억이 넘는 가족의 빚을 떠 앉고 있지 않고, 어떤 속임수에 쉬이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스테파니가 갖고 있는 사랑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사랑 자체를 신뢰하는 같은 믿음의 정도를 갖고 있는 사람이기를.


나 또한 만약 그녀가 가진 믿음을 나의 인간관계에서 가질 수 있다면?


사랑에는 이런 모든 가정적 질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참으로 아름답고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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