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아직, 없는 그것
딸을 향한, 엄마만이 갖고 있는 집중력이 있다.
나를 향한, 엄마만이 갖고 있는 집중력을 보았다.
아무한테나 안 들려주는 짜증 200% 목소리로 말도 안 되는 직장상사 얘기를 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말해봤자 뭘 하나, 어차피 조금 뒤면 팀도 옮길 텐데, 그러면 다신 볼일 없는 사람인데, 라며 나 자신을 꾸짖고 있었다.
그 와중에 엄마의 눈빛을 봤다.
나를 또렷이 쳐다보면서 나의 이야기를 두 귀에, 본인의 가슴 가장 깊은 곳에, 오늘이라는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시간 속에 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이야기를 한다. 엄마는 들어도 되고 안 들어도 되는 이야기를 꼭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처럼 듣는다.
나는 딸을 가져본 적도 엄마가 되어본 적도 없어서 엄마가 가진 신비로운 집중력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 알아낼 수 없다. 그 집중력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감히 상상해볼 수도 없다.
다만, 엄마가 내게 보여준 그 집중력의 반의 반만이라도 가지고 엄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로 다짐한다. 엄마의 인생에, 엄마의 선택에, 엄마의 감정과 엄마의 꿈에 나도 더욱 관심 갖기로 다짐한다.
지금의 내 나이에 어린 나를 데리고 일하고 살림하고 아빠를 도왔던 엄마가 다 자란 나에게 아직도 그때만큼의 사랑과 관심과 애정을 쏟아주는 것을 보면서, 나는 나에게 엄마라는 사람을 엄마로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그리고 엄마와 내가 같은 믿음을 가지고 함께 이 길을 걸어가는 것에 또다시 감사한다.
엄마를 웃게 하고 편안하게 하는 이야깃거리를 많이 가진 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