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 속에 빠진 선물들
오늘 낮에 운좋게 맛난 붕어빵 가판을 만났다. 어쩌다 발견하면 차를 세울 수 없는 위치에 있거나 지나쳐버리는 바람에 이번 겨울 번번히 놓쳤던 붕어빵. 와. 횡재와 같은 순간이었다. 한달음에 달려가 한참 붕어빵을 굽고 계시는 아저씨에게 나도 모르게 탄성에 가까운 인사를 건넨다. 8개에 2천원? 내가 알던 붕어빵이 아닌 미니붕어빵이다. 꼬리에 살짝 탄 바삭한 부분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붕어빵의 하이라이트이나. 이런들 어떠하리. 하교 후 간식을 챙겨줘야 할 아이들 몫까지 4천원어치를 받아온다. 빵 봉지를 받고 횡단보도로 발을 돌리자마자, 한 마리를 입 속에 넣는다. 세상에. 인생붕어빵이다. 이런 황홀한 맛이. 더 사야하나 생각하는 와중에 신호가 바뀌고 어느새 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에이 이따 라이딩하다 들를 수 있으니까 우선 집에 가자.’
아이들을 위해 먹으면 안된다는 죄책감 (이런 건 왜 생기냐 말이다.) 속에 하나 둘 먹다보니 벌써 4개째 집어먹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올라가며, ‘이렇게 맛있는 걸 나만 혼자 먹는다는 건 정말 아까운 일이야.’ 라고 생각했다. 그리곤 우리 단지에 유독 선하신 경비아저씨가 생각났다. 1층으로 나가 남은 남은 붕어빵이 모두 들어있는 봉지를 드리며 “별 건 아니지만, (사실 지금은 내 전부나 마찬가진데…) 심심하실 때 드세요.” 꾸벅 인사를 드리고 돌아선다. 그리고 집을 향해 걸어가는 찰나.
어젯밤에 엄마를 뵙고 왔다. 엄마는 너무너무 속상한 일이 있다고 하셨다. 주말에 아빠와 코스트코에 양송이스프와 피자 한 조각을 드시려 앉았는데 좁은 테이블이라 다른 가족들과 합석 아닌 합석을 하게 되셨단다.
비슷한 연령에 비슷한 나잇대의 자녀들 얘기를 나누며 음식도 나누셨단다. 식사를 마친 후 아빠는 쓰레기를 정리하려고 먼저 일어나셨고, 엄마를 데리고 식사를 나눈 가족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차에 오르셨다. 그제서야 엄마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눈치채셨다.
아침에 산 몬치치인형. 요새 유독 기운이 없는 엄마에게 기운을 선사해줄만큼 엄마가 사랑에 빠진 몬치치 인형. 심지어 그 인형을 사려고 그 날 일찍 나서서 득템하신 후 돌아오는 길에 들른 코스트코였다. 아빠가 식사 후 정리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엄마는 그날 아침에 구입한 <몬치치 인형>을 합석한 가족들에게 주었다.
그런데 엄마는 기억이 안난다. 아빠는 목격하지 못했으니 어찌된 영문인지도 모르셨다.
3주 전, 나는 아빠, 엄마를 설득해 신경과로 모시고 갔다. MRI를 찍어본 결과, 아직 뇌손상은 많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혈액검사와 인지검사에서 엄마는 “초기 치매” 판정을 받으셨다. 평생 세무 일을 하고, 누구보다 꼼꼼하고, 엄마 덕에 물건 잃어버릴 일은 없었던 우리 가족이었는데…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일어났다. 엄마는위암 수술을 두 번에 걸쳐서 마치셨다. 5년이 지나 완치 판정을 받은 날, 의사선생님은 그렇게 말씀하셨단다. 이제 시작이라고… 몸에 어디서 이상이 생기든 이상한 일이 아닐 거라고…
그래도 엄마 자신과 우리는, 엄마는 돌아가실 때까지 펜대를 놓지 않으실거라 했고, 그러니 당연히 엄마에게 치매라는 사건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우리 엄마를 보며 치매를 연상해본 적도 없다.
아이들 먹이겠다고 사온 붕어빵을 모두 경비아저씨께 드리고 돌아서면서 엄마 생각이 났다.
“내가 그 인형을 사려고 아침에 나가서 사온 건데, 그걸 돌아오는 길에 그 사람들한테 줬다니.. 기억이 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