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끝장 서울살이 생존일지
"욜로! 이번 명절에 뭐해? 여행이나 갈래?"
"효블.. 난 이제 이직해서 그 주의 일정은 그 주 월요일에 알 수 있어. 예전이 좋았다." (*효블은 나다)
"ㅠㅠ 직장인이 되었구나."
"웅.. 요즘 매일 러시아워를 뚫고 출근해. 매일. 매일.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정신이 편안해서 살만해. 역시 사람은 정신이 더 중요한 거 같아. 몸은 이겨낼 수 있는데 정신은 못 이기겠더라."
"맘 편한 게 최고지."
"효블은 좀 편해졌어?"
"그냥. 여행지 검색해볼 정도야"
"그 정도면 많이 회복된 거네. 축하해."
일주일이 지나고.
"욜로! 요새 바빠? 조용하네."
"웅^^ 몸은 피곤하지만 정신이 편해서 좋았는데.. 몸이 고되니 정신이 또 피폐해지네. 딜레마야. 효블은 어떻게 해결했어?"
"정기적으로 한의원 가서 부황 뜨고 침 맞아. 잠이 안 와서 밤마다 캔맥주를 들이붓곤 해."
"나도 알콜의존으로 하루를 마감 중ㅋㅋ"
한 달 뒤.
"효블! 아놀드 홍이라고 알지?"
"몰라. 누군데?"
"극한의 다이어트 코치야. 100일의 약속이라고 유명해. 이번에 새로 들어가는 100일 다이어트 프로젝트 같이 하자! 나 월요일에 상담받으러 갈 건데 1회에 1만 원씩 총 100회야. PT+식이관리+운동 다 해준대."
"너 마른 체형인데 뭔 다이어트?"
"나 마른 비만이야. 그리고 요즘 체력이 안 돼서. 일주일에 한 번 밤샘 작업을 해야 하는데 자꾸 코피가 나."
"검도를 기억해라."
"아맞네ㅠㅜ 내 도복이랑 목검.."
"수영을 기억해라."
"아오ㅋㅋ 석 달 끊고 한 번 갔나.."
"요가를 기억해라."
"줌바댄스도 있었지ㅋㅋ 아 근데 이번엔 아놀드 홍이라고. PT는 받아본 적도 없고."
그녀는 기어코 아놀드 홍을 만나러 갔다.
그리고 석 달이 지났다.
"효블! 저녁에 뭐해?"
"별일 없어."
"그럼 신도림 역전할매집 가자."
"좋아! 저녁 7시에 봐."
.
.
"효블!!! 나 가게 도착했어. 어디야???"
"가고 있어."
"빨리 튀어와!!!"
"진정해. 7시는 되지도 않았는데 왜 난리야"
"나 혼자만 멀뚱 멀뚱이야!!! 민망해지기 시작했다."
"진정해. 큰 일 아니야."
"뭐라도 시켜야겠어. 안주 나오기 전까지 빨리 와!!!"
"알았어 그만해. 못 본 사이에 왤케 사나워진 거야? 안주는 알아서 시켜."
.
.
"어디야???"
"나 배터리 없어. 그만 연락해. 7시에 도착한다고!"
"왜 이 시간만 되면 배터리가 없냐고!!!"
"없는 걸 어떡해."
"어디야???"
"지하철 내려서 걷고 있어."
"뛰어와!!!"
"고마해라! 확 마! 주차뿔라."
"버터구이 오징어, 김말이 튀김, 염통 꼬치, 짜파구리 시켰다."
"요새 힘든 일 많았나 보네.. 안주 박살 낼 거야?"
"오면 말해줄게."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 근황 토크를 하며 얼음 생맥주를 들이켰다. 그녀는 남자친구와 왜 싸울 수밖에 없었는지 말하며 누구의 잘못인지 내게 물었다.
"나같으면 확 마! 너 진짜 아오!"
"ㅋㅋㅋㅋ"
"무슨 뜻인지 알겠지?"
"ㅋㅋㅋㅋ"
"그분 절대 놓치지 마라."
"ㅋㅋㅋㅋ"
맥주 500cc 잔이 여러번 교체 되었다.
"욜로! 넌 그렇게 급히 일을 시작할 필요가 없지 않았어? 조금 쉬다가 해도 되잖아."
"효블! 나는 일해야 해."
"왜?"
"일하는 나랑 일 하지 않는 내가 어떻게 다를지 아니까."
명료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 내린 선택이다.
끝이 안 보이는 무한루프이지만 각오하고 그 길에 올라 선 그녀가 어른스러워 보였다.
예전에 누군가 말했다. 자신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기 위해 일한다고. 일하는 자기는 살 수 있지만 일하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에.
나는 무던해 보이는 부처 외모와는 달리 매일 아침 간신히 나를 달래서 일터로 보낸다. 일하는 내가 있어야, 여행도 가고 맛집도 가는 내가 존재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때때로 온갖 병맛에 시달려야 하지만 수많은 직장러들은 월요병을 이기고 출근한다. 출근하는 자기가 출근하지 않는 자기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 기대하면서.
내일은 월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