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남해 여행기에 많은 분들이 뜨거운 관심과 호응을 보내주셔서 이번에는 경주 편을 써본다.
경주는 어릴 적 수학여행으로 갔던 탓인지 불국사와 경주월드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는데, 20년이 지나 다시 본 경주는 황리단길이다 뭐다 어느새 많이도 변해 있었다.
국내 여행은 따로 휴가 낼 필요 없이 주말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큰 매력이 있다. 대신에 일정이 타이트 하기 때문에 이견을 조율한 여력이 없다. 그래서 현장 적응력이 좋고, 여행 코드와 음식이 잘 맞는 여행 메이트와 떠나는 것이 좋다.
우리는 이유를 묻지 않고 뛰라면 뛰고, 먹자면 먹는 무난함과 새벽부터 야경까지 하루를 꽉 채운 일정도 잘 따라다니는 체력이 있다. 하지만 황리단길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가게들은 정신없고 갑갑해서 한 곳도 제대로 머물지 못했다. 사람 밀도 높고 답답한 것을 싫어하는 3040 세대에겐 황리단길을 벗어나 외곽길로 갈 것을 추천한다. ^_^
캬~ 이거지.. 번화가를 살짝 벗어나 걷는 경주의 아무 길은 고즈넉하고 여유로웠다.
황리단길을 조금 벗어나니 예스러운 고택과 운치 있는 가게들이 즐비했다. 그중 젤 끌리는 집으로 들어갔다.
캬~ 이 밥상은 레트로 오브 레트로 갬성으로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희귀템이 되시겠다.
쫀득이 하나에 추억과
피데기 하나에 사랑과
맥주 한 모금에 쓸쓸함...
절로 감성 뿜뿜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그다음은 대릉원!
신라천년의 유적지답게 여러 왕과 왕비들이 많이도 묻혀 있다. 무덤 사이를 산책한다는 게 기괴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보면 그저 아름답고 평온하다.
날이 좋아서...
경주에서 함께 한 모든 시간이 눈 부셨...
고택들 사이의 흙길도 걷고~
저녁에는 야경을 보러 동궁과 월지로 갔다. 야경 조명이 켜지기 직전에는 자리 선점이 치열하다는 글을 읽었기에 미리미리 이동해서 VIP석으로 자리 잡았다^^
하루 종일 걸었으니,
저녁은(죄책감 없는) 먹방이다ㅏㅏㅏ!!!
어시장에 들러 회, 멍게, 개불 줍줍!
역시 숙소는 바닷바람 맞으며 한 잔 할 수 있는 곳이 최고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이튼날 아침.
눈 떠 보니 서울에서 사왔던 라면 다섯 개는 빈 봉지만 덩그러니 굴러다녔다.. (내 배가 아닌 다른 배에 들어갔길 킹크랩 집게발 같은 두 손을 모아 기도해본다)
우리는 다른 건 몰라도 해장음식 만은 치열하게 사전 협의를 이뤄서 정했었다. 바로 곱창전골!
꿀맛 곱창전골. 널 잊지 않겠다.
배 뚠뚠!
다음은 벚꽃 명소인 보문호!
우리가 갔을 때는 벚꽃은 지고 푸른 새잎이 가득한 시기였다. 산책로가 엄청 길어서 한 바뀌 다 돌 순 없었고, 오리배 페달을 돌리며 마지막을 하얗게 불태웠다.
* 라면 5개는 어디로 간걸까? 아직도 미스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