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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tojeong Jun 20. 2020

(확실한) 불행을 피하는 기술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얼마 전 노트북 한 대를 샀다. 판매처는 주문이 폭주해서 순차 배송 중이라며 주문을 한 지 한 달 뒤에나 배송을 했다. 주문 취소를 할까 몇 번 고민했지만 끝까지 기다린 이유는 노트북 사양에 비해 저렴한 가격 때문이었다.


국내 메이저 제조사인 삼성, LG 노트북에 버금가는 기능과 속도라며 광고하던 조립식 노트북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남긴 구매 후기도 평이 괜찮았다. 하지만 이것이 패착이었다.


36만 8천 원에 괜찮은 사양을 자랑하던 노트북에 대한 기대는 언박싱 직후 처참하게 무너졌다. 노트북은 생각보다 무거웠고, 키보드와 터치패드는 인식 감이 떨어졌다. 로딩은 한참 걸렸고, 프로그램도 버벅거렸다. 사기당한 기분마저 드는 수준의 노트북이었다.


바로 환불을 요청했지만 고객센터에서는 기능 결함이 확실히 인정되어야 환불이 가능하기 때문에, 결함이 발견되지 않을 시 택배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무성의하고 기계적인 답변이었다. 배송은 한 달이나 걸렸지만 사과 한마디 없고, 실망스러운 제품 질에 대한 뻔뻔한 태도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옛 속담을 떠오르게 했다.


몇 년 전 '불행 피하기 기술(저자. 롤프 도벨리)'이라는 책에서는 내게 미리 이런 일을 겪을 것임을 예언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었다. 그중 이번 불행은 블랙박스 사고(Black box thinking)로 대처하라고 알려준 것이 떠올라 다시 책을 펼쳐보았다.


같은 비행기 기종이 여러 차례 산산조각 나는 대형사고가 반복되었지만 생존자가 없어서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이때 누군가의 제안으로 조종사의 대화는 물론 모든 데이터가 기록되는 블랙박스를 모든 비행기에 설치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고가 반복된 이유는 비행기 창문 모양이 네모라서 압력을 못 견디고 부서진 것이었다. 사고 원인이 규명된 이후에는 모든 비행기의 창문 모양이 둥글어졌다.


이야기의 교훈은 이러하다.

같은 불행을 반복하지 마라! 불행했던 사건의 원인을 블랙박스처럼 분석해라!


이번 노트북 구매처럼 불행했던 경험이 있었는지  머릿속 블랙박스를 돌려봤다.


1) 나는 과장+허위광고에 여러 번 당한 경험이 있다.

  - 광고를 보고 핸디형 청소기를 구매했는데, 얼마 뒤 다이슨 청소기를 새로 사야만 했다

  - 다이슨 청소기는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2) 저가 제품은 그 값을 한다.

  - 저가 제품은 품질과 서비스가 고가에 비해 훌륭하기 어렵다. 이번 노트북고객센터전화도 받질 않는다.

  - 반면, 10  샀던 맥북은 고장 한번 없이 쓰고 있다. 전화를 걸 일이 10년 간 아예 없었다.


그럼 나는 이런 숱한 경험이 있는데  이런 저질 노트북을   것인가?


1) 저렴하지만 좋은 사양이길 믿고 싶었다.

2) 귀찮아서 정보수집과 제품 비교에 소홀했다.


광고를 곧이곧대로 믿고 샀다가 실망했던 제품이 한둘이 아닌데 또 이런 허술한 상술에 당해서 호갱님이 된 것인가!


속상한 마음을 달랠 방법이 없어 그저 반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를 책망한다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법이니 사건 분석과 기록, 반성문을 남기는 것으로 스스로에게 벌 주는 중..


싸다고 함부로 사지 말자.

검증된 좋은 것을 사자. 그게 돈을 아끼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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