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1. 구름과 해

by intojeong

해는 만물에게 동등했다.

꽃도 나무도 바람도.. 구름에게도 똑같은 빛을 주었다. 예외는 없었다. 규칙적이고 일률적인 빛이었다.


모든 것을 드러내고, 모든 것을 감추는 해는 강력했다. 동시에 만물에게 당연하고 고리타분한 존재이기도 했다. 정처 없이 하늘을 떠다니며 살아가는 구름과는 정반대의 삶이었다. 구름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만물을 압도할 만큼 막강한 해가 왜 자기처럼 편하게 살지 않고 저리 고되게 사는지를 말이다.


구름은 해가 선택한 삶이 궁금해졌다. 조금 더 가까이서 관찰하고 싶었다. 호기심인지, 그저 끌렸다고 하는 게 맞을지 구름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이유였다.


유난히 눈부신 어느 날, 뭉실뭉실 떠다니던 구름은 용기를 내기로 했다. 적당한 한마디를 찾느라 고심하며 해에게 다가갔다.


"너 기분 좋아 보인다?"


해는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들었으면 대꾸 좀 해주자. 응?"

"봄이잖아. 그뿐이야."


건조한 대답과는 다르게 해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해는 자기가 웃은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할까 말까 고민했고, 그 사이에 구름은 다시 질문했다.


"봄? 너한테 봄은 뭐야?"


해는 나중에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런 해의 고민을 전혀 알리 없는 구름은 대답을 재촉했다.


"낮과 밤은 내가 만드는 거야. 계절을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야. 지금은 봄이니까. 봄이어야 하니까. 나는 내 할 일을 하는 거야."

"신기하다. 나는 계절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 지금은 왜 봄이어야 하는 거야?"

"약속이니까. 당연한 거야.”


구름은 당연하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궁금했다. 구름에게 당연한 것은 없었다. 오늘 있을 곳은 여기여도 되고 아니어도 되었다. 봄이어도 되고 여름이어도 상관없었다.


구름은 어두운 밤이 되고 혼자가 되자, 낮에 해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러다 지금이 봄이어서 좋았고, 내일 아침이면 다시 해를 본다는 것이 기뻤다.


구름은 매일 아침 해를 기다렸다. 해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혼자 보내는 밤의 시간이 지루하고 길게 느껴졌다. 하나 둘 서로에 대해 알게 되는 것들이 늘어났다. 낯설고 설레는 나날이었다.


하지만 해는 만물에게 동등했다.

꽃도 나무도 바람도.. 구름에게도 똑같은 빛을 주었다. 예외는 없었다.


구름은 그게 싫었다. 해에게 특별해지고 싶었다.

자신만 바라봐주길 원하는 마음에 짙은 구름으로 해를 둘러쌓다. 해는 말이 없었다. 더 강한 열기를 내뿜을 뿐이었다. 구름을 투과한 빛이 땅으로 내려갔다.


"나는 도대체 너한테 무슨 의미야?"

"어떻게 생각하면 어려울 수도 있고, 쉬울 수도 있는 거 아닐까? 즐거운 것일 수도 있고, 괴로운 것일 수도 있겠지. 그건 아무도 모를 거야. 너와 나. 우리 둘도 말이야."

"나는 너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

"이미 특별해."

"나만 바라봤으면 좋겠어."

"그건 불가능해. 너는 이해 못 할 거야."


해는 구름이 건넨 첫 질문에 대답했던 순간을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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