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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tojeong Dec 27. 2020

조제 그리고 다시 조제

영화 <조제>의 감독은 원작 영화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수없이 봤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 하나를 놓친 게 아닐까?


왜 사랑하게 되는지

왜 이별하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 말이다.


놓친 게 아니라 감독의 의도적 생략이라면

모두가 잘 아는 이야기 흐름을 굳이 반복하지 않고 현 시점으로 재해석해 배우들의 연기와 영상미에 집중한 리메이크 일 수도 있겠다. 


이유가 어느 쪽이든 영화 <조제>에서는 남자 주인공 영석(남주혁)의 감정 변화가 설득력이 떨어져 몰입을 방해하고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나는 영화 <조제>를 보고 눈물범벅으로 영화관을 나왔다. 가난과 장애, 고립과 단절이라는 두려움을 떠안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여자, 조제(한지민) 때문이다. 


원작 영화는 불안정한 청춘들의 사랑을 담담하게 전하며 남자 주인공(츠네오)의 감정선을 따라 집중하게 한다. 반면 영화 <조제>는 무겁고 절절하다. 혼자서는 집 밖을 나설 수도 없는 조제(한지민)를 보면서 그 막막함에 함께 마음이 내려앉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는 공포와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식칼을 휘두르며 위협에 맞서는 조제보다, 그저 휠체어 바퀴를 빠르게 돌리며 도망치는 조제가 훨씬 더 많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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