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운문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
길은 잘못이 없다는 걸 알려주는
별빛을 가정한다
빠짐없이 쏟아져 내리는 통에
지나온 생의 온도는 공평했지만
공평한 것은 도무지 빛이 될 수 없어서
그늘진 고시원의 겨울은
가상의 별빛을 모아서 만든
1인용 전기방석으로 허리를 데우고
침대 옆은 아마도 끝난 사랑과
뜨내기들의 머리카락이 뒤엉킨 낭떠러지
있는 힘을 다해 내 등을 떠받치던
그 무렵의 중력을 찾는다면
꼭꼭 씹어먹는 아이처럼 걸을 텐데
한 걸음에 과학
한 걸음에 사상
또 한 걸음에 오열
뒷걸음질 치면 다가오는 사랑
그때마다 폐쇄병동이었지
내가 벌레를 죽이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시간처럼
가정일 뿐이야
비유는 이유가 될 수 없지
나는 그토록 공포였음에도
내가 살아난 순간과
나를 살게한 순간을 지켜
함께하도록
함께 표류할지라도
그러다 보면 시간이 수액처럼 내리고
살려고 떠나간 사람들을 생각하며
다정하게 늙고
안부를 묻는 대신 웃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