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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번의밤 Jun 10. 2024

길 아닌 곳에 대한 별빛의 관점

간헐적 운문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

길은 잘못이 없다는 걸 알려주는

별빛을 가정한다


빠짐없이 쏟아져 내리는 통에

지나온 생의 온도는 공평했지만

공평한 것은 도무지 빛이 될 수 없어서


그늘진 고시원의 겨울은

가상의 별빛을 모아서 만든

1인용 전기방석으로 허리를 데우고


침대 옆은 아마도 끝난 사랑과

뜨내기들의 머리카락이 뒤엉킨 낭떠러지


있는 힘을 다해 내 등을 떠받치던

그 무렵의 중력을 찾는다면

꼭꼭 씹어먹는 아이처럼 걸을 텐데


한 걸음에 과학

한 걸음에 사상

또 한 걸음에 오열

뒷걸음질 치면 다가오는 사랑


그때마다 폐쇄병동이었지

내가 벌레를 죽이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시간처럼


가정일 뿐이야

비유는 이유가 될 수 없지

나는 그토록 공포였음에도


내가 살아난 순간과

나를 살게한 순간을 지켜

함께하도록

함께 표류할지라도


그러다 보면 시간이 수액처럼 내리고

살려고 떠나간 사람들을 생각하며

다정하게 늙고

안부를 묻는 대신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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