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알게 된 AMH 수치
서른이 넘고, 마흔에 가까워졌어도 이렇다 할 신체변화나 건강상의 문제를 느끼진 못 했다. 특별히 건강이 좋다거나 반대로 어딘가 몹시 약하지도 않은, 그럭저럭 사는 데 지장 없는 건강상태를 유지해왔다. 다만 체력이 약했고, 멀미가 심했으며, 장이 좋지 않았고, 시력이 나쁜 정도였으니 사실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그런데 산부인과에 가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나는 이를테면 ‘관리대상’에 속했다. 이를 정확하게 말해주는 숫자가 있었다. 바로 AMH 수치다.
AMH 수치
AMH는 여성의 난소 기능과 생식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검사다. 일반적으로 AMH 수치는 20대는 4.0~5.0ng/mL, 35세 전후로는 3.0 ng/mL 정도 되며, 나이가 들어 폐경에 가까워질수록 0ng/mL에 가까워진다. (네이버 건강 용어사전)
솔직히 말하면 처음 들었다. 결혼 전까지 임신과 출산에 관해 상식적인 수준으로 밖에는 몰랐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관심이 없었다. 이런 습관이 혹은 이런 음식이 난소나 자궁 건강에 좋지 않으니 하지 말아야지, 자궁에 좋은 음식이라는데 더 챙겨 먹어야지 하는 등의 생각을 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나만 이렇게 무지하고 준비성이 없었던 걸까. 서른다섯 전에 미리 난자를 얼려뒀어야 하는 걸까. 눈앞에 닥친 돌이킬 수 없는 현실에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AMH 수치 그러니까 난소 나이라고들 부르는 그 수치가 0.7로 나왔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정상적인 난자 1개를 제대로 만들기 어려운 수치라고 했다.
난자의 개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줄어들고, 크게 감소하는 기점이 만 35세라고 한다. 난임센터를 처음 찾았을 때 내 나이 이미 마흔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AMH 수치 0.7을 가진, 세 번의 유산 경험이 있는, 게다가 마흔의 여성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시험관뿐이었다. 잠깐 당혹감이 찾아오긴 했지만,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오히려 나는 뭔가 분명해서 좋다는 생각까지 했다. 다른 선택의 여지를 이를테면 자연 임신 같은 어쩌면 꿈과 같은 일을 전혀 기대하거나 바라지 않아도 된다는 거였으니까. 지금 내가 가야 할 길은 오직 한 길, 시험관뿐이니까. 오히려 마음이 개운해지는 것 같았다. 앞으로 닥칠 일은 생각도 못 한 채 나는 진료실을 나오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껏 모르고 살았던 수치는 그날 이후로 줄곧 나를 따라다녔다. 음식을 고르다가도, 누워서 뒹굴뒹굴하다가도, 내 몸을 위해서 정확히는 난소 건강을 위해서 어떤 게 좋을지를 생각해 보게 됐다. 그렇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테지만, 조금이라도 좋은 음식을 먹고, 평소 싫어하는 운동을 하고, 마음도 즐겁게 먹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노력하고 공을 들이게 됐다.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차분히 하다 보면 어떤 결과든 내 손에 잡히지 않을까, 그때 나는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내 인생의 첫 도전 ‘마흔한 살의 시험관’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