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의존(addiction) 하는가가 중요하다
"커최몇?"
글쎄... 말하기 민망하지만 거의 수혈받는 수준이라고 말해야겠다.
오늘은 딱 아침에 한잔 만! 을 외치지만, 커피콩 씨가 말라버릴 듯
습관처럼 샷추가라도 외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속으로 뜨끔 한 분들 있을 것이다.
절대 나만 커피에 온몸을 담그고 살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현대인의 필수 음료라는 점에 이견은 없지만,
왜 이렇게 우리는 커피에 의존하며 사는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비단 커피뿐만은 아닐 것이다.
유사하게는 흡연, 술에 순간의 피로와 고통을 날린다.
일 끝나 집에 돌아와서 씻어낸 개운함에 TV 앞에 앉아 찰칵 따는 맥주캔의 청량함은
이미 누군가의 밤을 설레게 해,
몇 번이고 그 떨림을 느끼고 싶어 함을, 마셔본 사람은 백번 공감할 것이다.
사랑이 닿을 듯 연결될 듯한 스릴 때문에 설레고 짜릿하듯,
그게 술이던 쇼핑이던 흡연이던 여행이던,
시작하기 전 설렘과 기대가 온 생각을 흔들어 놓는 것이
오늘 같은 주말이 주에 1번만 있어도 굳세게 살게 하는 힘이라 생각한다.
도파민 터지는 삶은 순간을 살게 하지만 영원하진 않다.
하지만 고달픈 하루에 비비적 될 무언가를 둔다는 것은 마음 편안한 일이긴 하다.
내가 아는 지인 중에 하나는 소위 게임 고인물이었다.
흔히 롤플레잉 게임이라 하는 장르는 '발로도 깬다'라고 할 정도니,
하루에 투자하는 시간과 집중도는 짐작할 만하다.
평소에는 사람들과 깔깔거리며 농담도 하고 잘 어울리지만,
일이 끝나면 사람들의 술자리 유혹도 가볍게 넘기고 집에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간혹 그의 삶을 잘 아는 지인들이
'또 게임하러 가냐? 그 시간에 애인이나 만나'
라고 해도 피식 웃고 성실한 집돌이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저거 저거 게임 중독 아니야?'
사람들이 농담 반 진담 반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 했다.
집에서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부모님이 딱히 뭐라 하지 않는 것 같고,
그렇다고 회사에서 졸거나 해야 할 일을 잘 해내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사람들의 의견은 분분했고 극단적이기도 했으며 의혹이 난무했다.
'게임이 뭐 좋다고 저렇게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데? 돈 되는 것도 아닌데.'
'아니 요즘에 게임 중독이 심각하다잖아. 병이야 병!'
'막 칼로 죽이고 찌르고 그런 거 일상에서도 막 폭력적이게 되는 거 아니야?
저리 순해 보여도 사람이 사이코 마냥 돌아버려서 막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도 있잖아.'
'사이버 여친이 있나 보지 뭐, 하하!'
걱정되는 마음에 대해서는 너무너무 이해한다.
그의 게임 패턴과 습관, 들이는 금액의 씀씀이 등 자세한 것은 잘 모르지만,
그러나
'일상생활이나 자기 할 일 하는데 지장 없으면 된 거 아닌가?'
개인적으로 난 그렇게 생각한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활용하는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에는
'물질관련 및 중독장애', '비물질관련장애'의 기준이 존재한다.
이는 정신건강의학을 모르는 사람들도
마약중독, 알코올 중독, 니코틴 중독 등 알고 있는 중독만 해도 다섯 손가락을 넘길 만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질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중독이라는 '질환'에 대해 우리가 구분하는 기준은 분명 의학적으로 존재하고,
물질이나 어떤 비물질 행동으로 인해 '문제'가 생겨야 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즉, 조절능력이 떨어지거나,
일상 및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기거나, 위험하게 쓰거나, 내성이나 금단증상을 줄이기 위해 현저하게
많은 용량의 물질을 쓰거나 평소 쓰거나 행동하거나 먹는 양으로는 이전의 효과를 누리기 어려운 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는 게임을 매일 하지만 일에 지장을 준 적이 없고, 게임을 극단적으로 도피수단으로 삼거나
위험하게 현실과 망각해 행동한 적도 없고, 잠을 줄이며 혹은 일을 뒤로한 채 게임에 몰두하지는
않아 보였다. 물론 속속들이 그의 삶을 알지 못하여 판단이 섣부를 수 있으나,
몇 가지만 따져보아도 오히려 나의 커피습관이 더 중독에 가까운 행동 아닐까 라는 의심도 들었다.
그렇다고 게임에 대해 마냥 긍정적이다 말할 순 없겠지만,
무언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하루의 시름을 다 던져버리고
즐겁게 하루를 마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은 결코 나쁜 습관은 아니라 생각한다.
우리가 마치 매일 마시는 커피 한잔의 여유에 대해, '아유 저거 카페인 중독, 병이야 병!'
이렇게 말하지 않듯이 말이다.
빌어먹게 빡세고 힘든 세상에 하나쯤 중독되어 사는 삶도 나쁘지 않다.
'나를 잃어버릴 만큼 병적인 중독으로 진단되지 않을 것이라면!!!'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던, 일 자체이던, 맛있는 음식이던, 기분 째지는 음악이던
나의 사라지는 오늘 하루에 끝내주는 마무리가 되어줄 것이 있다면
나는 진정 행복한 사람이 아닐는지.
하나쯤 건강한 중독은 어른이 되었으니 가져봐도 되지 않을까.
배우자를 위한, 가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나만을 위한 것!
취미거리로 가장한, 관계라는 것으로 가장한, 습관이라는 것으로 가장한
내일의 일상이 오늘로 행복해질 수 있게 하는 마법 같은 것을.
작가/ 그림명: 윌리엄 존 헤네시 / The pride of dijon(1879)
이미지 출처: https://blog.naver.com/sigma1602/220756213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