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애착도 불안정한 믿음도 아닌 딱 적당한 거리 찾기
'중요한 건, 너와 나 사이에 믿음이 깨졌다는 거야!'
무슨 드라마 같은 소린가 싶지만,
우리의 모든 인간관계는 믿음과 신뢰 속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그게 연프에 나오는 아찔한 밀당을 꼭 말하는 건 아니다.
'아니야 내 말을 믿어줘!'
가족이나 연인이 아닌 이상,
우리가 친구관계에서던 일을 할때
단순히 징징되는 것 만으로, 내 사정을 이해해 달라고 하는 것 만으로
상황을 역전시키기는 불충분하다.
결국 쌍방의 이해관계 스팩트럼의 어느 선상에서
적절한 타협을 하지 않으면 말이다.
꾀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남편이 나와 연애시절에 겪었던 일이다.
남편이 어느날,
일하던 직장에서 같은 부서와 직종은 아니지만
여러 회식자리를 통해 가까워진 행정직 직원이 생겼다 했다.
본인은 워낙 낯을 가리는데,
상대방이 먼저 아주 친근한 척, 형이라고 하며 편하게 대하라는 둥 이야기하며
먼저 다가워주어서 몇몇 사람들과 함께 친해졌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했고, 나도 안면 정도는 있는 사람이라
직장에서 긍정적 관계가 많아지는 것은
여러 면에서 나쁜 것은 아니라 생각했다.
그 행정직 직원을 포함한 한 두명의 직원들과 함께
더러 퇴근 후 나와의 꽁냥거림도 뒤로한 채 술자리를 가지기도 했고,
술자리를 같이하고 흡연을 같이하면 그렇게 급속도로 친해지나 싶을 정도로
짧은 시간에 꾀나 가까운 사이가 된 듯 했다.
사람따라 빨리 친해지는 성향도 있다보니 그것 또한 그러려니 했다.
근데 점점 갈수록 뭔가 관계가 이상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건,
오밤중에도 특별한 용건 없이 남편에게 전화를 하고,
술마시고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나오거나 데리러 오라고 해서
남편이 대신 술값을 치루고 택시까지 태워 보내는 상황이 있을 때 부터였다.
나도 그렇게 에스코트(?) 해준 적 없는 남편이
좀 지나치게 대해준다 싶었다.
남편도 꾀나 부담스러움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알아보니 주변의 다른 몇몇 동료들에게도 그렇게 해서
손절한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듣게 되었다.
남편이 좀 거리를 둬야 겠다 생각해서 전화를 몇번 받지 않았는데,
문자 폭탄을 보내 쌍욕을 했다가, 애걸했다가 하는 등
연인인 나도 안하는 짓을 하니
그 친근함은 이제 없고
남편이 점점 버거움의 짐을 이제는 놓아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
사실 남편과 그 행정직 직원 사이 결정적인 결별의 순간은
'엄마 병원비를 해야 해서 그런데 돈 천만원 빌려줄 수 있냐'는
것이었는데,
남편은 급한 우정을 만들고 돈을 빌리려는 목적에 의해 본인을 이용했다는 생각에
한동안 매우 직장 내 인간관계에 대한 불신을 가진 채
'일에서 만난 사이'는 일로만 교류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구축하게 되었다.
결국 인간의 배신은 '금전'의 문제였던가를 생각하기 이전에,
나는 사람 간 관계의 선택과 유지에 결정적 신뢰의 요인은 무엇인가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근본적으로 우리는 태어날 때 부터 밀당을 하고 있다.
적당한 신뢰관계를 맺는 연습은 결국
가장 첫 인간관계인 부모와의 관계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소위 '애착'이라고 하는 것이
결국 모든 인간관계의 근본이 된다.
물론 개인이 타고나는 기질적 성향도 있겠지만,
어떤 환경에서 부모와 어떤 관계를 경험했는가는
향후 친구관계, 연인관계, 직장 내 관계, 부부관계 등
모든 관계 속에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의 내 관계 갈등이나 문제를 그렇다면 '부모'의 탓으로 돌려야 하는가 한다면
당연히 그건 아니다. 결국은 누적된 관계 경험에서 수정 보완되면서
자신의 관계패턴과 성향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긍정적 경험을 더 많이 한다면,
달라질 여지는 있기 때문이다.
그 행정직 직원의 애착문제를 단편적 사항만 가지고 '불안-양가( anxious-ambivalent)
형태'이다 라고 말하기는 매우 조심스러우나,
어떠한 탐색도 없이 아주 급속도로 친근하게 밀착하고, 그 관계가 틀어지려 하면
굉장한 집착과 불편함을 제공하며 붙여두려는 행동들이,
적어도 '건강한 애착'이라는 점에서
어른이 될 때 까지 그 경험을 못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혼자 이 험한 세상을 살수 없어서 친구가 있고 가족이 있고 연인이 있고
그리고 일에서는 동료가 있는 법이다.
그 소중한 관계를이 나를 해치기도 하지만 굳건한 삶을 살도록 지키기도 한다.
그러기에는 나 또한 단단한 자아를 가지고 함께 서로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신뢰는 쌍방의 문제이니, 상대방 만을 탓할 필요는 없다.
상대방이 나에게 부정적인 사인을 보내고 있다면,
그저 '나는 너에게 어떤 사람인지' 한번만 들여다 보시길.
그건 어른이어서 비로서 할 수 있는 성숙된 자세이다.
그림출처: https://blog.naver.com/jch0400/601266389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