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치셨나요? 네... 니오!
지금 친구들은 아는지 모르지만
예전 최고의 예능이라고 하면 '무한도전'을 꼽았다.
가끔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뜨는 몇몇의 짤들은
지금 가끔 봐도 키득거릴 만큼 힐링을 준다.
그중 '식스맨'이라는 주제가 있었는데
게스트 중 한 명이었던 홍진경이
장시간의 녹화에 지쳐했는데
이를 간파한 유재석이 '지금 지쳤나요?'라고 묻자,
'아니요'라고 표정과 다른 답변을 하면서
한동안 밈이 되기도 했다.
보통의 회사원이라면 저러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늘 한다.
난 항상 회사를 가면서 퇴근을 꿈꾸고,
내내 지쳐있지만 웃으며 상대를 응대한다.
그게 곧 생존 법칙처럼 된 어른의 세계는,
모든 면에 예스맨이 되어야 하는 상황도 있다.
당당하게 '노(NO)'를 외쳐야 한다고 하지만,
글쎄, 현실에서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
부당해도 내 사회적 지위와 위치가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깜냥을 인지하고 있다면
그저 오늘 소주 한잔으로 이 서러움을 털어내야만 한다.
한편으로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결정 속에 파 묻히는 것만큼
빡빡한 경쟁과 많은 일들 속에서 지내는 것도 지칠 일이다.
밥 먹듯 하는 야근은 도대체 누가 9 to 6을 만들었는가 할 정도로 무의미하고,
별 보고 출근해 별 보고 퇴근한다는 말은 집에 갈 수 없단 말이기도 하며,
워라밸을 갈구하지만 그렇지 못한 회사의 일들은
그저 매일을 허석 대며 살아간다.
'회사일은 네가 다 하니?'
라며 걱정하는 부모님의 말도 일리가 있다.
나 없으면 회사는 돌아갈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자존심을 세우기에는 나의 일이 너무 잡일이거나,
혹은 그럴만한 일들도 아니라는 게 인지되면,
더욱 무기력이라는 작자가 몰려온다.
주말은 도대체 언제 오는가를 매일 군대처럼 세어보고
막상 주말 오면 아무것도 안 하는
그렇다고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요,
하던 일만 펑크 나지 않게 하는 나의 생활을 이어간다.
'이럴 거면 그만두던가!'
라는 상사의 말이 없더라도, 이미 눈빛은 '저 녀석 맛이 갔네'로 들린다.
뭐든 무의미하고 재미없는 세상살이가 이어진다면,
우리는 이를 '번 아웃(burn out)'이라 부른다.
흔히 '소진감'이라고 말하는 이 감정은
그냥 편안하게 살아요를 갈구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삶이 도대체 나아질 리 없다는 희망의 상실에서 온다.
미래를 위해 노력하며 사는데,
결국 나는 지금의 현재도 노력하며 살아야 하는 이 상황이,
결국은 오랜 무기력과 '번 아웃'을 부르게 된다.
우리는 모두 '지칠 만도 한'일을 하며 살고 있다.
그게 돈을 버는 일이던, 아이를 키우는 일이던, 부모를 간병하는 일이던
이 세상에 편한 일은 없다.
지나가 보면 '아무것도 한 게' 없어 더 허무해지는 소진감에서 벗어나려면,
아무것도 못했어도 '괜찮다'라는 다독임도,
그리고 때로는 '쉬어가도 괜찮다'라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휴직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진짜 진심 번아웃으로 고생했다.
죽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인생이 허무했고
법 없이도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이 자리인가
또래와 비교하며 스스로를 하찮게 여겼다.
그때 신랑이 나에게 휴직을 권고했다.
처음에는 강하게 반대했다. 그게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더 미친 듯이 바빠서 잡생각을 잊는 것도 있겠지만 지금은 쉼이 필요하다는 것에
결국은 신랑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휴직기간 진짜 별거 없이 지냈는데
낮의 무료함과 고요함이 언젠가부터 일상이 되고
밖에 불어오는 바람 리듬에 숨소리를 맞출 정도로 평안해졌다.
휴직으로 그다지 얻은 것은 없다.
하지만 잃은 것도 없다.
그럼, 한번쯤 해봐도 되는 것 아닌가.
내 말은 뜻밖의 '휴직'의 계획을 무조건 권유한다기보단,
적어도 번아웃을 잘 지나가려면 한 템포는 지금 숨 고르기를 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미래는 현재 속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에서 내가 이탈하지 않도록, 때로는 숨 고르기를 해보자.
공감은 내가 할 때 가장 와닿는 법이니까.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773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