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코어를 찾는 과정이다

인생의 밸런스는 나에서부터 시작되는 겁니다

by 반달

한 때 운동을 하겠다 결심하고

가장 쉽고 만만한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유행한다는 필라테스를 한 적이 있다.

우아한 백조처럼 몸을 이리저리 늘이고 휘는 것이

그까짓 거 국민체조로 단련된 몸이면 뭔들이란 생각에

하찮은 마음을 가지고 시작했었다.

결과는 예상하다시피 참패.

내 체력을 너무 믿었던 건지,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지만

필라테스는 그야말로 지옥의 운동이라 할 만큼

하는 내내 곡소리를 멈추지 못했었다.

웃으며 조곤조곤 동작을 지시하는 선생님이

얼마나 얄미웠던지 모른다

'더 하실 수 있어요! 더더!'라는 말이

아마 제일 많이 들었던 말 같다.

그리고 필라테스를 배우는 내내 들었던 또 다른 말은

근육과 코어에 관한 이야기였다.


헬창이도 아닌데 무슨 근육인가 싶지만

필라테스에서는 무엇보다도 근육과 균형의 조화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몸 양측과 위아래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몸의 중심이 얼마나 잘 잡혀있는가

즉 '코어'가 얼마나 단단하고 야무진가 가

동작을 순조로이 수행하는데 매우 중요해 보였다.

'코어'라는 보이지 않는 근육을

자랑할 것도 아닌데 왜 다듬어야 하는가 싶지만,

사람이 서 있고 걷고 하는 모든 과정에서

몸의 중심 근육을 기르는 것은 삶의 질에

매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마음 또한 마찬가지이다.

'마음의 근육을 길러라'라는 말은

여러 책이나 방송 등 다양한 곳에서 들어봄직한 말이다.

마음 또한 상처와 변화의 감정 소용돌이에서

단단히 근육을 가지고 있어야

그 항상성을 유지하고 평정을 찾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음 또한 그 근육의 중심인

'코어'가 매우 중요하다.


나는 그 '코어'가 '정체성(identity)'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내 마음이 어떤지' 잘 모르거나

'내가 다른 사람과의 비교'속에서 스스로를 잃거나

'내 마음을 저버리는'상황이 많다.


어릴 적 아이들이 누군가의 글씨체를 따라 하고

친구의 스타일에 동경하며

때로는 연예인의 행동과 태도에 자극을 받듯이

그 모두가 자신이 누구인가의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에서

흔히 하게 되는 행동일 것이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 인생에 진로를 알려줄지도 모르는 자의 에세이 책을 읽으며

혹은 여행 속에서 누군가를 만나 삶의 방향을 정하기도 하고

유행하는 것이던 아니면 유니크한 것이던

꾸준한 자신만의 취미를 찾아 마음속을 들여다 묻곤 한다.


'정체성'이라는 것은 '내가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특성'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것이 온몸으로 풍기지 않더라도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렇게 사는 것이 내 인생이다

라는 것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

내 색깔까진 아니어도 나는 어떤 색에 가까운지 온전히 들여다보게 해주는 사람.

추구미가 아니라 구축된 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떤 사람을 만나면 독특하고 기억에 남으며 개성이 넘친다

그런 사람에게 끌린다면 그건 추구미,

어떤 사람은 큰 색깔의 기억은 없지만 자신의 소신이 있었고

말이 군더더기 없이 담백했다면 그건 그 사람의 정체성을 본 것.


늘 나 또한 나의 정체성이 무엇일까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남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하고

나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자 명상이나 글쓰기 등

다양한 활동을 시도한다.

시간이 남아돌아서도 아니고

고상한 취미 따위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나 다움'이 있어야 앞으로 남은 인생을

여러 풍파에 흔들리지 않고 잘 살아갈 것 같아서이다.


누구도 비바람을 막아주지 않는 어른의 삶에서

깊은 뿌리 하나 가지고 있어야 굳세게 버텨서지 않을까.

그게 우리가 마음의 코어를 길러야 하는 이유이다.



화면 캡처 2025-10-11 114050.jpg 작가명/작품명: 프라다 칼로 / 자화상

그림출처: https://namu.wiki/w/%ED%94%84%EB%A6%AC%EB%8B%A4%20%EC%B9%BC%EB%A1%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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