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해도 괜찮습니다. 어른일지라도...
알면서도 왜 그랬을까....
가끔 그런 일들을 저지르곤 한다.
나도 잘 안다. 그게 곧 심각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을.
너무 빨리 일을 처리해서 손해 본 때가 많았다.
단지 다음 일이 밀려와서의 문제가 아니다.
때로는 시일을 기다리고 조율해야 하는데,
앞으로 쌓일 일들을 생각하면 까마득하여,
소위 환자분들과 밀당을 잘 못한 적이 많다.
나 또한 예민하고 조급한 성향이라
미루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데,
하물며 환자분들도 그러하면 거의 부스터 급으로 일을 처리한다.
근데 어떤 일은 조금 시간을 두고 지켜보았다가
적재적소에 환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해 드릴 필요도 있다.
가령, 어떤 환자분은 A라는 의료비지원이 적합한 상황이지만,
입원이 장기화되면서 B라는 의료비지원이 더 적합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빠르게 일을 처리하려고
A라는 의료비지원을 이미 신청해 버려
나중에 환자와 다시 조율하여 A라는 의료비지원을 취소하고
B라는 의료비지원을 재신청을 하는 상황을 만든다.
나도 시간을 뺏기고
환자도 사실 번거롭게 여러 번을 신청하고
그 과정에서 의료비지원이 잘 된 것인지 전전긍긍하는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경험은 이런 실수를 줄인다.
경험이 인생의 어머니라는 말이 틀리진 않는 듯하다.
이를 나로 모를 리가 없지만
현실적으로 일을 하다 보면 우선순위를 나름 정하고 일해도
그놈의 '변수'라는 것이 생긴다.
야근을 미리 가족들에게 예고했음에도
갑자기 아이가 아프다던가,
모처럼의 외식을 하자고 리드했는데
소개하고 가려했던 집이 오늘 마치 휴무였다는 등
이런 걸 한두 번 겪지 않는데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어떤 일을 할 때 '무의식적으로 잘못된 패턴을 반복'하는
우리가 말하는 '습관' 때문일 수도 있고
프로이트가 말한 대로 '반복강박'증상 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같은 실수라 생각하는 그 일련의 일들이
사실 전후 사정을 보면 우리에게 새로운 상황과 환경으로 느껴지는 것 때문일 수도 있다.
모든 상황은 늘 새로우며 같은 날은 없으니까.
같은 환자가 와도 상황은 그때 다르고
아이가 아픈 것도 그때그때 질환과 정도가 달라
남편에게 맡겨도 되는지 내가 야근을 뿌리치고 가야 하는지는
결국 case by case이다.
하지만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경험이 자산이 되어
다음에는 이렇게 해야지 하는 생각들이 모여
결국은 다음을 더 유연하게 살게 해 준다.
어른이 겪는 경험의 과정은
유연성을 기르는 과정이다.
아이처럼 새로운 것을 배우고 학습하기보다는
있었던 경험을 더 단단히 그리고 큰 스트레스 없이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이 늘 그 연속선 상에 있다.
가장 큰 대비는 연습과 실수의 반복이다.
그래야 굳세게 더 큰 파도도 이겨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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