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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카리 Sep 10. 2023

동티살 (2)

1 편 요약:

아버지 사업 실패와 여자친구의 이별로 힘들어하던 나는 이 모든 불행이 내가 주워온 핸드폰 때문에 동티살이 낀 것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그 핸드폰을 버리러 회사에 가져왔다가 부장에게 한소리를 듣는다.


동티살 (1) (brunch.co.kr)




[김대리님 힘내세요... 회의실 밖에 까지 들리던데.. 부장님이 좀 가끔 저래요..]


메신저로 이선주 사원이 말을 걸었다.


[고마워요. 요즘 자꾸 저러네요.]


[그러게요. 요즘 왜 그러시나 몰라 어제는 왜 안 오셨어요? 어제 술자리에서도 다들 대리님 걱정했는데..]


[어제요? 다들요?]


[네 다들 대리님 요즘 너무 힘들어 보인다고..]


[그랬나요? 제가 분위기를 좀 안 좋게 만들었네요.]


아버지 사업은 사업이고 조금 밝은 모습으로 지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내 것도 아닌 아버지 돈이 없어졌을 뿐인데. 내 삶은 달라진 것도 없지 않나.


[김대리 아오 부장 새끼 왜 저러냐]


옆자리 오 과장이 업무에 몰두하는 모습을 해놓고는 메신저로 말을 걸었다.


[아.. 네... 어제 보고서 건으로]


[아니 어제 김대리 집이 D전자 납품하는 회사라고 말이 나왔거든.. 부장이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아.. 네..]


[선주 사원이 엄청 걱정을 하니까 다들 그렇게 걱정되면 선주 사원이 좀 돌봐주라 뭐 이랬거든]


[ㅎㅎ 고맙네요.]


[근데 그 뒤로 부장이 저렇게 사사건건 시비네]


"오 과장 이리 와바"


"네에..."


부장이 오 과장을 불러내어 대화가 끊겼다. 오 과장에게도 뭔가 싫은 소리를 했다. 오 과장은 능글능글하게 부장의 기분을 맞추더니 이내 너털웃음이 터졌다. 둘이 내 자리로 왔다. 부장이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김대리 야 서운했냐?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어 근데 이폰 뭐야?"


"아... 그거 주운 폰인데요."


"그래? 나 이거 주라, 나 게임하는데 부캐 키우려고"


"아.. 네 어차피 버리려고... 아! 맞다.. 안됩니다. 이거 동티살..."


"뭐? 동태살? 갑자기 그게 뭐야"


"아.. 그게 아니라... 완전 안 켜져서 버리려고요"


"야 그냥 너네 집에 버리지 굳이 회사까지 가져왔냐? 회사 돈은 니돈 아니라 이거지?"


"아 부장님~ 또 왜 그러실까? 우리 김대리 자 나와 나가서 커피 한잔하자"


나는 부장이 싫긴 했지만 그래도 동티살이 붙어있다는데 핸드폰을 넘길 정도로 이사람이 죽도록 싫지는 않았다.




부장과 오 과장에게 이끌려 커피와 담배를 하고 오자 메신저에 오 과장 욕까지 더해져 창이 폭주했다. 그 뒤 우리는 부장을 빼고 종종 술자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법인카드 사용권은 부장에게 있었기 때문에 전체 회식도 많았다. 회식 자리에서 나는 점점 이선주 사원의 자리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옆자리에 앉으면 사람들의 말이 나올까 싶어 한 테이블에 앉으려 노력을 했다.


다행히 나와 이선주 사원은 막내라인이었기 때문에 배치상 종종 같은 테이블에 앉을 때가 많았다. 그리고 2차, 3차로 이동해 갈 때면 나는 항상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그녀 근처에 앉을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식이 잡히면 그녀의 참석 여부가 나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이선주 사원은 동정심에 그랬는지 그냥 자기와 가장 나이 차이가 덜난 게 나여서였는지 모르겠지만 항상 나를 보며 웃어주고 장난도 스스럼없이 쳤다. 업무처럼 느껴지던 회식도 어느새 기다려지게 되었다. 프로젝트 성사건으로 부장이 회식을 만든 자리에서 1박 2일 워크숍 얘기가 나왔다. 열명이 넘는 부서 사람들이 모두 참여한 큰 회식자리였다.


"어휴 이선주 씨 우리들끼리 있을 때는 조용하더니 아주 웃음꽃이 피었네?"


깐깐해 보이는 신 과장이 다리를 꼬아 앉으며 말했다. 그녀는 똑 부러지는 워킹맘이었다. 뭐라 타박하는 말투였지만 표정에는 웃음기가 가득한 게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에이 신과장님 제가 또 언니 없이 이 아저씨들 틈에서 어떻게 살아요~"


이선주 사원이 신 과장에게 몸을 기대며 이리저리 몸을 꼬았다. 그러는 바람에 그녀의 블라우스 자락이 살짝 말려 올라갔고 나는 그것을 보고 얼른 고개를 돌렸다.


"아.. 이거 듣는 아저씨 서러워서 못살겠네, 이선주 사원은 만나는 사람 있어?"


오 과장이 짓궂은 표정으로 물어봤다.


"그런 개인사는 좀 묻지 말지? 우리 선주는 내가 지킨다."


신 과장이 이선주 사원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왜에 우리가 하루에 몇 시간씩 붙어 있는데 그런 것도 서로 물어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오 과장이 어쩐지 말은 이선주 사원에게 하고 있지만 목소리는 나를 향해 있었다.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헤헤 남자친구는 없고... 음.."


"썸? 썸이구나? 요즘 사람들은 사귀진 않고 썸만 탄다며"


오 과장이 추궁하듯 물었다.


"헤헤 썸이라고 해야 되나~ 잘 모르겠어요. 암튼 남. 자. 친. 구. 는 없어요."


"오오~ 솔로네 솔로"


부장이 화장실에서 돌아오면서 대화는 종료되었다. 오 과장이 요즘 사람들의 연애 세태에 대해 신나는 주워들은 이야기들을 늘어놓았고 신 과장이 가끔 그런 말은 차별적인 발언이고 성희롱이라며 지적해 주었다. 부장은 큰소리로 웃기도 하고 그거는 오 과장이 좀 주의를 해라 신 과장은 너무 날카롭다며 나름 중재를 하였다.


2차를 지나자 부장이 젊은 사람들끼리 놀라며 일어섰다. 부장이 자리를 뜨자 우리는 치열하게 부장의 험담을 깠다. 그의 일거수일투족 작은 신체 버릇들이 모두 도마에 올라와 씹혀댔다. 하도 수다를 떨었더니 마셨던 술이 다시 깰 정도였다. 신 과장이 먼저 남편 혼자 애를 보고 있어서 가야 된다고 일어섰다.


오 과장이 남은 사람들을 이끌고 노래방으로 향했다. 노래방에서 나는 이선주 사원의 옆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나는 그곳에 이선주 사원과 단둘이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그녀가 무대에 나가서 노래를 부르고 다시 내 옆자리로 올 때 나는 그녀의 마음을 느꼈고 나 역시도 나가서 몇 곡인가를 부르고 다시 그녀의 옆자리로 돌아왔다.




[메시지 도착:피글렛]

[메시지 도착:피글렛]


이선주 사원의 핸드폰에 계속해서 메시지 도착이 떴다. 메시지를 확인한 그녀는 이제 가야 된다며 일어섰다. 그녀가 챙겨든 핸드폰 뒤에 피글렛 스티커가 나를 바라보며 수줍게 웃었다.  그녀가 가버린 노래방은 다시 지루한 반복되는 일의 연장이 될 터였다.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았다.

"시간도 늦었는데 혼자 어떻게 보내 김대리 자 이 오만 원 가지고 이선주 씨 바래다줘"


오 과장이 아까 100점이 나왔다며 박 차장이 노래방 화면에 붙인 오만 원을 떼서 줬다.


"이야 내 돈으로 오 과장 저게 생색을 내네?"


"어머~ 오 과장님 이선주 사원만 챙기고 저희는 뭐예요?"


"야 너네 술꾼들이랑 이선주 사원이 같냐? 그리고 우리 선수들은 4차 가야지?"


"어우~ 지인짜... 4차는 곰장어?"


각지에서 원성이 자자 했지만 다들 저마다의 일들을 하느라 큰 관심은 없어 보였고 오 과장은 나에게 눈을 찡긋하며 둘을 챙겨서 내보냈다.


길거리는 이제 비틀거리는 사람 들고 가득 차있었다. 젊은 연인들이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택시를 잡기 위해 큰 길가로 걸어가며 침묵이 길어졌다.

"박 차장님 노래 진짜 잘 부르죠?"


어색함을 이기지 못해 생각도 없는 얘기를 꺼냈다.


"아.. 박 차장님이요.. 네네..."


이선주 사원이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보내면서 건성으로 말했다.


"이선주 사원 우리 맥주... 한잔 더할래요?"


"네? 맥주요?"


"아... 덥기도 하고.. 노래를 많이 불렀더니.. 목말라서..."


"아... 저 근데 친구가 잠깐 보자고 해서요. 다음에, 다음에 같이 마셔요."


"아.. 네.. 그럼 친구분 만나는데 까지 태워다 드릴 꼐요."


"아.. 아니에요 이 근처에 있다고 해서요"


"오 과장님이 택시비 줬는데.."


"김대리님이 그걸로 집에 들어가세요~ 저는 같이 타고 갔다고 할게요"


"아... 그럼 다음에 같이 맥주 마시고 그때 같이 택시 타요."


"네... 그래요.. 그럼 저는 여기서 인사드릴 께요!"


이선주 사원은 나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멀어졌다. 나는 왜인지 쓸쓸해졌다. 근처 순대 국밥집에서 해장을 할 겸 소주를 한잔 더 마셨다. 사실 이선주 사원과 다시 마주치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 국밥집에서 바라보니 회사사람들이 노래방에서 나오더니 우르르 어딘가로 사라졌다.




국밥집을 나와 택시를 잡기 위해 큰길로 나갔다. 그러다가 이제 술도 깼고 돈도 아낄 겸 조금 더 걸어서 버스를 타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온사인이 점점 뜸해지는 주택가를 지나 멀리 정류장이 보였다. 정류장 사이 골목에 커피집이 보였다. 커피를 사 먹을 생각에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테이크아웃 주문을 하고 구석자리에 서로 기대어 있는 남녀커플에 눈이 갔다.


익숙한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위에 뒤집어진 채 놓인 핸드폰에 피글렛 스티커가 보였다.  이선주사원이었다. 테이블 유리에 비치는 얼굴은 부장의 얼굴이었다.


다들 회식을 마치고 다시 모인 건가 했지만 둘뿐이었다. 둘이 그런사이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노와 슬픔 놀라움 그 중간쯤인 감정이 올라오며 속이 미식거렸다.


이선주 사원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고 놀란 토끼눈이 되었다. 그 눈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나는 계산대를 보며 그녀를 못 본 척했다.


3화

https://brunch.co.kr/@intothebluesea/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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