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카리 Sep 17. 2023

극장도 망해가는데 글쓰기라니

얼마 전 유튜브를 보는데 내가 좋아하는 하정우가 나와서 과거에 내가 좋아했던 성시경과 술을 마시며 자기 영화 홍보를 하고 있었다. 맛깔난 입담과 시원하고 진솔한 술자리 분위기가 참 재미있었다. 그래도 영화 결과는 좋지 않았고 하정우가 멋지면 멋질수록 영화결과가 안쓰러웠다.

유튜브 성시경의 먹을텐데

그러다가 문득 언젠가 유튜브인가? 티브이프로에서 요즘 세대들은 드라마를 1.5배로 본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가는 시대가 지났다고 들은 게 얼마 전인데 이제는 집에서 조차 1.5배속 2배속, 나중엔 짤로 정리된 밈만을 볼 뿐 영화를 틀어놓고 차분히 즐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명 기승전결, 발단 전개 절정 위기 결말, 영웅담과 비극, 희극은 인간의 감성 저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본능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세대는 틱톡의 귀신씻나락 까먹는 몸매 드러내기 춤과 억지 황당 개그만을 소비 한다는게 놀라왔다.  더 놀라운 것은 내가 이집트 상형문자에도 새겨져 있다는 요즘 것들은 뭘 모른다고 타박하는 세대가 됐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이제 2시간짜리 영화도 지루해져 가는 세상이 된 것일까?


하지만 나역시 내 기준으로 옛날 컨텐츠를 따라가진 못했다. 어렸을 때 탈춤 공연에 따라간 적이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그렇게 전국적으로 유행했다는 허를 찌르는 풍자와 힙한 춤들이 나에게는 의리상 지켜야 하는 자리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오페라와 뮤지컬도 마찬가지다. 고고하신 분들을 따라갔다가 이것이 재미없고 지루하다고 하면 교양인의 인증을 포기하는 셈이었으므로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물론 인스타에도 거하게 관람평을 심오한 속뜻 이런 걸 풀어서 올렸다. 과거에는 자리 깔고 앉아서 세 시간 네 시간밥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한 공연을 즐겼는데 나는 딱 2시간에 인내력이 짧아진 것 일가?

결혼식, 장례식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동네 사람 모두가 와서 하루 종일 하는 잔치였다고 들었다.(정말이다. 나는 경험한 적이 없다. 그 정도 나이는 아니다... ) 그러다가 점점 당사자 친구들만 참여하고 나머지는 그저 밥이나 얻어먹는 자리가 되었다. 지금은? 식장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결혼식 뷔페 상갓집 밥 역시 특별할 것 없는 밥이 돼버렸다.


나 역시 전세대에 비해 충분히 짧아진 인내력과 인간성에서 더 멀어진 컨텐츠를 즐기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세상은 정말 이렇게 점점 모든 것이 짧아지고 가벼워지는 것일까? 과연 어디까지 짧아질까? 1.5배속 재생을 위한 새로운 콘텐츠가 나올까?


그렇다고 이런 영상 매체들이 결코 더 빠르거나 정보 전달을 잘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정보를 검색을 하면 유튜브 링크들이 나온다. 잘못된 정보 투성이이다. 물론 활자 정보들도 마찬가지이다. 정보에 대한 검증을 하는 것은 활자정보를 보는 것이 훨씬 더 빠르다. 하지만 영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과 논리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조금 긴 서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벽을 느끼게 된다.


물론. 요즘에도 잘 나가는 소설은 웹툰과 드라마의 원작 되고 작가들은 예능 작가,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도 한다. 그저 조회수 안 나오는 글을 쓰다가 문득 내 조회수의 원인을 어디론가 돌려보고 싶었다. 그럼 언젠가 다시 모닥불에 앉아 할아버지가 해주는 옛날 얘기 듣던 시절과 소설책을 며칠이고 읽으며 가방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한 권을 넣고 전쟁터로 나가던 그런 로망을 그리며  하정우처럼 술이랑 안주나 오지게 먹고 빙의 중독 2편을 쓰러 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한 데자뷔 만드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