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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카리 Aug 20. 2023

행복한 데자뷔 만드는 법

행복한 기억을 사과처럼 꺼내 먹어요

어린 시절 읽은 피터팬에서 네버랜드로 떠나기 전 팅커벨은 하늘은 나는 법에 대해 알려준다 [행복한 생각을 해봐!] 아이들은 저마다 행복한 생각을 하고 요정의 가루를 뿌리자 하늘을 날 수 있게 된다. 

우리에게 누가 [행복한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한다면 가만히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면 언제 인가? 돈을 많이 벌었을 때? 시험에 합격했을 때?  맛있는 음식을 먹은 기억,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여행을 떠났을 때? 가보고 싶은 도시에 처음 내릴 때? 많은 행복한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행복한 기억들을 항상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다가 꺼내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치거나 힘들고 외로울 때 그 기억들을 꺼내어 위로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처음 가본 장소나, 처음 겪는 상황에서 마치 예전에 이곳에 와본 기분이 들거나 이 상황을 예전에 똑같이 지나 본 것 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을 데자뷔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행복한 기억들이 데자뷔 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면 얼마나 좋을까? 


행복한 상상을 생각을 하는 것은 큰 힘이 있다. *슈바이처 박사는 젊을 시절에 포로수용소에 갇힌 시절이 있다. 그 힘든 수용 생활을 견디게 해 준 것은 마루 바닥을 피아노 삼아 상상의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몸은 수용소에 갇혀 있지만 나무 바닥에 피아노를 연주하는 순간 만은 언젠가의 행복한 연주회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포로수용소에서 상상의 피아노를 연주한 파울 비트겐슈타인

실제로 홀로코스트나 처참한 전쟁 기간에 살아남은 사람들을 이끌어 주는 구심점은 삶의 의미에 대한 작은 상상들인 경우가 많다. 꼭 다시 돌아가서 잘 익은 오렌지와 치즈를 싸서 시원한 스파클링 샴페인을 들고 소풍을 가야지 이런 사소한 상상을 하다 보면 어느새 그 기억 속의 분위기와 행복한 냄새 까지도 같이 나는 듯하다. 






소설과 책을 만들어진 [향수]라는 작품이 있다. 여기서 천재 조향사이자 살인마인 장바티스트 그루누이는 사람들의 사회를 피해 산속의 동굴에 들어간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표현할 길이 없어서 생략한 듯한데 원작에서는 거기서 끊임없이 자신이 미리 만들어둔 향수의 조합을 떠올리며 혼자만의 연회를 즐긴다. 실제 재료가 없이도 이미 기억 속에 쌓아둔 향기들을 꺼내 오는 것이다. 처음 맡아본 향긋한 과일의 기억, 길거리의 향신료 냄새, 여름날 연못가 물냄새와 나뭇잎들이 피워 올리는 냄새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너무 빠르게 왔다 사라져 버린 아름다운 여인의 향기 그리고 그곳을 내려와 어느 도시를 걷다가 자신이 가장 아름다운 향이라 생각했던 그녀와 똑같은 향을 지닌 소녀를 발견한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행복한 시절의 기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한다. 사람마다 주기는 다르겠지만 그때 행복한 사진을 보며 행복한 기억을 반추해 본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해서 남겨둔 그 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봐도 어떨 때는 저런 데 간 적이 있었나? 저렇게 즐거웠었나 문득 괴리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또 반대로 까맣게 잊고 있던 기억이 어느 날 카페에서 들여오는 그때 들었던 노래, 길 가다 코끝에 전해진 그날 맡았던 냄새로 생각이 나기도 하고 같이 갔던 친구들과 그때의 얘기를 재밌게 한다면 또 불현듯 그때의 행복감이 전해진다. 


여행에 가서 신나게 놀았던 기억은 잘 안 나는데 갑자기 들어 선 어떤 거리의 기억이 사진처럼 생각날 때가 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친구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꼭 둘이서 비 맞으며 걸어가다 먹은 국밥이 생각이 난다거나 어느 맑은 날 시골길을 운전하며 둘이서 말없이 들었던 노래가 기억에 남아 노래만 들으면 그 친구 생각이 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헤어진 연인의 샴푸 냄새나 향수, 좋아하던 음식과 통화 연결음들이 그 사건, 그 사람 자체의 기억으로 바뀌어 버려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다. 

알파치노가 주연한 여인의 향기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어떤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전혀 다른 사건이 그 트리거가 되는 경우를 인출단서라고 한다. 이 인출단서로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오감으로 느껴진 감각들이고 가장 길게 저장되는 것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글자가 나타나기 전에 우리 선조들은 노래로 전설들을 전했고 심지어 수천 년 뒤에도 전해지는 노래들이 있다. 우리도 어릴 때 들었던 만화 주제가를 흥얼거리면 그때의 기억을 이 하나 둘 떠오른다. 


행복한 기억들을 만들어 꺼내 오려면 이런 감각들을 사용해서 인출단서를 만든다. 어느 날씨가 좋은 날 햇볕이 완벽하고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그런 날이면 숨을 깊게 들이마셔 그날의 공기의 향을 기억한다. 아니면 그날에 어울리는 노래를 틀어본다. 아니면 그날 만은 나의 플레이 리스트가 아닌 친구의 음악을 들어본다. 사랑하는 사람의 향기를 그날의 공기의 향과 섞어 오래오래 맡아본다. 그날의 하늘과 바람, 공기의 냄새 듣던 음악 향기들을 음미하며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계속 기억이 나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이렇게 만들어둔 행복한 기억들은 내 두뇌 어딘가에 저장이 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음악, 향기, 그날 만났던 친구 등의 인출단서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나와 재생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둔 기억들은 힘들 때 외로울 때 그리고 또 한 번 좋은 기억들을 만들 때 마치 사과처럼 꺼내 먹는 것이다. 불면에 시달리는 밤, 끝없는 기다림, 17시간 비행등에 꺼내어 본다.  


*슈바이처 박사가 포로수용소에 갇혔을 때 너무나 연주가 하고 싶어 나무 바닥에 상상의 연주를 했고 이 모습을 친구가 그림을 그려준 일화를 어린 시절에 읽은 적이 있는데 글을 쓰면서 관련 이미지를 찾으려니 아무리 찾아도 없다. 나무판자에 무엇인가를 연주하면서 수용시절을 견뎌낸 것은 파울 비트겐슈타인이라고 하는데... 누구 아시는 분.. 내 기억이 왜곡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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