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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카리 Nov 14. 2022

중국의 전설 - 백사전(3) 허생과 백소정의 만남

항주 서호와 뇌봉탑에 얽힌 전설


  백소정과 소청은 그 뒤로 언니 동생 처럼 지냈다. 그러면서 계속 가장 키가 크면서 작은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음력 4월 5일 청명절이 되었다. 청명절은 봄이 완연하여 이제 날이 점점 개는 명절로 사람들은 옷차림을 가볍게 하고 조상들의 묘를 찾아 겨울동안 방치된 묘를 정리하고 지전을 태웠다. 성묘를 마친 뒤에는 거리로 나와 연을 날리기도 하고, 그네 뛰기를 하는 처자들도 있었다. 사람들은 문앞에 봄을 상징하는 버드나무 가지를 꽃았고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도 여자들은 머리에 남자들은 옷깃에 버드나무를 꽂아 봄을 기렸다. 쑥을 넣고 팥을 넣어 만든 청단을 만들어 나눠 먹기도 하였다. 



  백소정과 소청도 단오절을 맞아 나들이를 나왔다. 사람들 사이를 거닐며 그네를 뛰기도 하고 청단을 맛보기도 하며 완연한 봄날을 만끽했다. 사람들 틈에 섞여 단교 부근까지 왔다. 사람들은 단교에서 호수의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때 소청이 백소정의 옷깃을 잡아 끌며 말했다. 


"언니 저기 좀 보세요 저기! 저 호숫가에 사람을 봐요"


"그래 사람이 참 많구나"


"아니요, 저 버드나무에 올라가 앉아 있는 서생을 보세요!"


"그래, 버드나무에 올라가 호수 구경을 하는 서생이 나도 보이는 구나"


"언니 저 사람이 바로 그 가장 크면서 가장 작은 사람이에요!"


"무슨 소리니 내가 보기엔 그저 평범한 키의 사람으로 보이는데?"


"언니 저 서생이 나무 위에 올라 앉아서 사람들이 모두 저 서생의 다리 밑으로 지나 다니니 가장 키가 높은 사람이에요!"


"그렇겠구나 그런데 가장 큰 건 맞지만 또 그렇다고 저사람이 나무에 내려와서도 가장 키가 작은 사람은 아니겠다"


"언니 저사람이 지금 나무 위에 올라 가장 크지만 호수물결에 서생의 모습이 비춰 사람들이 모두 내려다 보니제일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이에요!"


"정말 그렇구나! 저 사람이 남극노옹이 말하던 가장 크지만 가장 낮은 사람이 맞구나"


백낭자가 자세히 보니 용모가 준수하고 갖춰 입은 옷도 단정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을 나무에서 내려 오게 한담"


"언니 좋은 생각이 있어요. 이렇게 하면 어때요?"


소청이 귓속말을 하자 백소정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내 조용히 주문을 외우자 서호가에 가득히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나들이를 나온 사람을은 비를 피하려 흩어졌다. 나무 위에 있던 서생도 나무에서 뛰어내려 서호가로 달려 갔다.


"뱃사공! 뱃사공! 청파문까지 태워다 주시구려!"


서생은 지나가던 작은 배를 잡아 탔다. 그것을 보던 백낭자와 소청도 호숫가로 달려가 배를 잡았다. 


"영감님! 뱃사공 영감님 배를 좀 태워 주세요!"


뱃사공 할아범은 이미 서생을 태웠으니 손님을 더 태울 수 없어 서생의 눈치를 한번 살폈다. 서생은 뱃사공이 자신을 한번 바라보고 호숫가를 바라보자 고개를 들어 뱃사공이 바라보는 곳을 보았다. 그곳을 바라보니 비에 흠뻑 젓은 하얀 옷과 파란 옷의 낭자 두명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젊은 처자 둘이 비에 젓어 떨고 있는 것을 보니 가련한 마음이 든 생은 뱃사공에게 배를 잠시 세워 낭자들을 태우라 했다. 


"낭자들 이렇게 비가 오는데 우산도 없이 어디로 가십니까"


“나들이를 나왔다가 생각지 못하던 비를 만나서 혹시 방향이 같다면 배를 태워 주실 수 있을까요?"


"어서 타십시오."


백소정과 소청은 서생이 이끌어 주는대로 배에 올라 탔다. 


"감사합니다. 서생님 이렇게 은혜를 베풀어 주시고, 혹시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제 성은 허(许)씨 입니다. 어릴적 단교 부근에서 신선을 만났다 하여 신선 선(仙)을 이름으로 씁니다. 허생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그 말을 듣자 소청과 백소정 모두 눈이 휘둥그래 졌다. 남극노옹이 말하던 단약을 먹었던 그 아이가 분명했다. 


"지금은 부모님과 떠나 갈 곳 없이 누님집인 청파문에 살고 있습니다."


"저희 소정 언니도 어릴적 단교에 살다가 지금은 청파문 근처에서 홀로 살고 있답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가봐요"

항주 청파문



셋은 비가 내리는 서호를 구경하다가 어느덧 호숫가에 닿았다.


"낭자들 나는 집이 이 근처 이니 이 우산을 드리리다."


허선이 우산을 쥐어주고 가려하자 소청이 급하게 말했다.


"서생님 우산을 꼭 돌려 드려야 할터인데 내일 날이 밝으면 홍루로 오시면 저희가 우산을 돌려드리겠습니다"


"아 그러면 내일 내가 홍루로 찾아가겠소! 감기 걸리지 않게 어서 들어가시오!"


그 뒤로 백소정와 허생은 서호가에서 만나서 노닐며 서로에 대한 정을 키워 갔고 결국 결혼을 하게 되었다. 누이의 집에서 나온 허생은 백소정과 소청과 함께 보화당라는 약방을 짓고 함께 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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