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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카리 Feb 01. 2023

나는 이직을 결심 했다.

이직기(記) - 1

어린시절에 장래 희망이 회사원인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은 어영부영 회사원이 되었다. 왜 하는지 모르는 공부를 하고 왜 가는지 모르는 대학을 가듯이 남들 할 때 안하면 큰일 날 것 같아 취업 막차에 손을 흔들고 눈물의 똥꼬쇼를 거치고 간신히 회사에 올라 탔다.


"공부 열심히 하면 다 된다.", "대학만 가면 다 된다."가 막상 해보면 다가 아니였듯이 취업만 하면 다 된다가 아니였다. 들어가니 또 다시 사방팔방 달리며 경쟁하고 노력하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했다. 디즈니 애니매이션이나,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위기를 겪고 난 뒤에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고 끝나던데 그게 아니였다.


회사에 들어가서 동기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고, 팀내에서도 잘 지내고, 유능한 선배를 만나 일도 열심히 하고 학창시절 처럼 살았더니 어느새 시키는 일만 따박따박 하는 사람이 되었다. 회사일은 그게 아니라구요? 아니 열심히 하면 되는게 아니었나? 누군가도 가르쳐 주지 않았고 시키지도 않은일을 해본적이 없던 나로서는 당황스러운 피드백이었다. 회사는 돈을 버는 조직이고 나는 누군가의 조직원이며 성과를 증명해야했고 그저 열심히 한다고 내 가치를 알아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뭐가 문제인지 몰랐기 때문에 '나는 회사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회사가 나를 몰라주다니'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혼자 회사에 삐졌다. '흥!' 운이 좋아서 나는 경기의 흐름을 잘 타고 직원들을 잘 챙겨주는 오너가 있는 회사를 다녔다. 팀원복 또한 마냥 좋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생각해주고 챙겨주는 좋은 사람들을 만났었다. 하지만 처음 부터 좋은 곳에 있으면 그 가치를 알 수 없는 법이다.


어쨌든 인사 발령의 혼란기에 나는 방치되었다. 나는 그저 시키는 일만 잘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나를 그래도 좋게 보고 챙겨주던 사람들도 모두 어딘가로 떠나고 중국, 홍콩에서 시키는일 그저 열심히 하다 보니 회사에 나란 사람을 어필하는 법을 깜박 한 것이다. 그것을 내 탓이 아니라 회사의 탓이라 생각한 나는 이직을 결심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저런 결심을 하고 회사를 보니 회사가 객관적으로 보였고 내 진로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 회사의 장점은 '일이 편했다.', '구성원들이 모두 둥글둥글 좋다.', '나는 공채 출신이다.' 이제는 공채 기수 의미가 거의 없어지는 추세이지만 이 당시만 해도 회사가 매년 기수를 걸고 뽑는 직원들은 회사에서 왜인지 모르게 부채의식을 가지고 그들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있었다. 또 '다양한 업무를 시켰다.', '사내 어느 부서든지 아는 사람 뭔가를 부탁할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삐지고 나서 바라본 회사의 단점은 '연봉이 낮았다.', '내 업무 전문성이 늘지 않는다.', 주변에 '나이 많은 선배가 없었다.' 흔히들 꼰대들이 치워져야 한다고 난리난리를 치고 늙고 급여만 많이 받아가는 선배들이 없는 저 회사는 젊어서 좋다고 하는데, "회사가 직원을 객관적으로만 평가하는가?", "늙고 유능한 선배는 정말 없는가?"를 생각해 봤을 때 나도 늙어서 버려질 것 같았다.


그리고 친했던 동기들과 팀원들에게 물어보았다.


"이 회사 계속 다닐꺼야?"


"응, 나는 여기서 계속 일해서 나중에 비슷한 가게를 차리려고"


" 이 회사 계속 다닐꺼야?"


"응 나는 여기 어린이집에 애도 있고, 육아 하기 좋아"


" 저 선배는 왜 이 회사에 다녀?"


"저 선배는 집이 잘 살아서 다른 회사 가서 야근하면서 아둥바둥 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고"


다들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이직을 준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결론을 내었다.

 

1. 현재 급여 수준에는 문제가 없지만 향 후 가정을 만든다면 이 급여는 힘들다.


2. 근속연수가 작은데 나는 저 나이에 나가서 독립한 준비가 안되었다.


3. 지금 연차에서 이 회사에서 연차가 더 쌓일 경우 전문성이 떨어져 이직이 어려워진다.


4. 이 회사에서 이제 공채 출신이라고 어떻게든 책임지던 시기는 지났다.


결국 이 회사는 좋은 조직이고 좋은 문화를 가졌다.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한 생계의 수단으로서 가치,그리고 시장에서 나의 가치를 높히는 것은 이 회사에서 더 이상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 이제 시장에서 나의 가치와 미래에 내가 가야할 회사에 대해 궁리를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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