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카리 Feb 01. 2023

이직 시장에서 내가 팔릴까?

이직기(記) - 2

학교를 마치고 군복무를 마치고 회사에 취업하기 까지 나는 나름 열심히 살았지만 조금 안일하게 살았다. 열심히 노력만 하면 남들이 다 알아 줄것이라 생각했다. 이직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름 여러 경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력서만 시장에 던지면 맞는 회사에서 찾아 갈 것이라 생각했다.


예상은 여지 없이 빗나갔다.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경력이 제각각이고 포지션이 오픈된 이유도 제각각 이었다. 그저 나간 누군가를 대신해줄 자리일 수도 있고 사업을 확장하느라 외부에서 인력을 충원하는 중일 수도 있었다. 필요한 역량도 제각각 이었다. 게다가 취업 카페에 한번에 올라와서 거기만 보고 지원 하던 시절도 끝나 있었다.


나는 나의 강점으로 '다양한 국가에서 업무 경험', '글로벌 업무 가능'이라고 생각했다. 어디에 이력서를 올리는 지도 몰라 이직을 해간 선배에게 물어보니 국내용 해외용 국내 진출 외국계용 사이트가 다 따로 있단다. 그래서 지금 보면 이불킥을 30분 정도 하는 이력서를 개발새발 업로드 하였다.


그런데 헤드헌터 시장도 경쟁이 심한 모양인지 업로드를 하자마자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이직 준비 하고 계시죠?"


"네에.."


"어떤 회사를 찾고 계신가요?


"이직 할 회사요..."


"아 혹시 대기업 쪽인가요? 중견인가요? 외국계인가요? 같은 업계로만 보시나요"


답을 못찾고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내 스펙 보고 알아서 찾아 주는게 아니었나? 다행이 헤드헌터들은 대부분 추천하고자 하는 회사가 있기 때문에 저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무의미 했다. 내가 뭐라 답하든 "그렇다면 여기는 어떠세요?", "그렇다면 혹시 이런 분야도 써보세여." 라는 무적의 권유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이직을 한다면 목표가 무엇인지 부터 정해야 했다.


1. 근속연수가 긴 회사(채용 과정에서 확인 불가)


2. 현재 회사 보다 좋은 인지도(제 3이직도 고려)


3. 연봉인상


이렇게 마음을 잡고 이 이하는 답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나의 셀링 포인트와 시장에서 나를 바라보는 포인트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서류 통과에서 부터 나를 오라 하는 기업들이 저마다 각자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 이력서를 그 때 그 때 마다 대폭 수정해야 했다. 헤드헌터들도 자신들이 생각하는 셀링 포인트로 나의 이력서를 수정 한다고 했다.


기나긴 싸움이었다. 일단 마음이 떠나니 회사일이 손에 안잡혔다. 회사의 단점만 보였다. 하지만 오라는 회사와 내가 가고 싶은 회사가 영 맞지 않았다. 사실 오라고 한 몇개 되지도 않는 회사가 정말 내가 이직을 왜 해야 하는가 싶은 회사였다. 또 면접을 오라고 부르는 회사들도  "이 사람 우리랑 안맞는데 일단 한번 볼까?" 이런식의 접근이 많아 보였다.


자존감이 떨어지고 주눅이 들었다. 그렇게 1년 정도가 지나자 이제 내가 가고싶은 회사보다는 그저 나를 받아주는 회사면 된다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그래도 처음 세운 3가지 목표가 아니면 이직을 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은 계속 고수 했다. 면접에서 정말 말도 안되는 질문을 듣거나 지나치게 긴 전형, 압박면접을 가장한 인격 모독에 시달렸다.


하지만 내가 수행했던 프로젝트 중에 전혀 예상치도 않은 프로젝트를 좋게 본 회사에서 면접을 봤다. 그리고 6개월간 소식이 없었다. 그리곤 갑자기 면접을 보자고 했다. 면접에 가자마자 느낌이 왔다. 이건 테스트가 아니라 그냥 얼굴을 보자는 거구나... 나는 이미 합격이구나 나오는 낯선 회사 주변 길거리를 보며 여기가 결국 낯익은 거리가 될까? 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생각도 몇군데 회사에서 이미 했었어서 제발 간절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최종 합격의 소식이 날아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이직을 결심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