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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카리 Feb 05. 2023

틱톡 안 하고 브런치 쓰면서

문자로 쓰는 일이란 무엇일까

학교 다닐 때 탈춤공연을 많이 보고 인간문화재 선생님들과도 개인적인 친분이 있을 정도로 지냈다. 그러다 보니 탈춤에 대해 지인들에게 광고를 해야 했는데 도대체 나 자신도 재미가 없었다. 500년 전에 힙했던 풍자와 춤이 현대인들에게 무슨 재미가 있으며 그 긴 길이를 누가 앉아서 볼 것인가?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전통극에서 '가면', '풍자', '객석과 무대의 구분이 없음' 등등의 일부를 가지고 발전시켜서 K-pop 유행 이후 문화적으로 낙후된 서양 것들에게도 '떼창'이나 '관객과의 소통'등 그저 잘난 공연을 앉아서 보기만 하던 수동적 관람 문화권에 쌍방향 소통’하는 고급 한국적 무대매너를 세상에 전파시킨 듯하다.


어쨌든 안 그래도 인기 없는 내 글에 대한 핑계를 이리저리 생각해 보다가 '그래 이것은 내 잘못이 아니라 문자를 멀리하고 영상을 가까이하는 현시대가 잘못이다.'라는 또 잘못을 환경 탓으로 돌리는 행동을 하다가 탈춤 생각이 났다. 혹시 나는 보존 해야할 문화재조차 아닌 그냥 탈춤같은 콘텐츠를 하고 있는게 아닐까? 뭐 내 글의 인기를 떠나서 지금은 유튜브 영상조차도 2배속으로 보고 스토리가 아예 없는 틱톡의 10초짜리 영상이 대세인데 도대체 몇 장씩 나의 뇌 속에 부유하는 말들을 늘어놓은 이 콘텐츠를 도대체 누가 본단 말인가?


그러다가 생각이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 봤다. 저 알타미라 동굴에서 최초에 뭔가를 남기려 했던 나 같은 사람이 비바람 치고 눈 쌓여 어디 갈 데도 없는 원시인들을 모아 놓고 동굴에서 횃불사이로 그린 들소 그림을 보여 줬을 때 독자들이 느꼈을 전율과 재미를 생각해 본다.


“오! 저것은 들소가 아니지만 우리는 왜 저걸 보면 들소라 느끼는가!“


“횃불이 흔들릴 때마다 들소도 움직인다! 그래 저것은 필경 저자가 들소 영혼의 일부를 저기에 붙들어 둔 것이다.”


“자 여러분 들소에 화살을 쏘세요. 아마 실제 들소 잡을 때 더 힘받을 걸요?”


상상해 보니 (아 현대에는 부동산으로 돈버는 방법 글인가!)지금 내 글 보다 훨씬 재미있을 것 같다. 젠장


그 뒤에 도시가 생기고 사람들한테 음악과 춤을 곁들여서 화려한 옷과 장식을 입고 1박 2일 풍요의 제전을 하는데 동굴에 박혀서 제가 정말 의미 있는 벽화를 그렸습니다. 하고 외쳐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물론 최고의 동굴 벽화를 그린 사람들은 아직도 찾아가서 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사람이 사유를 하는 한 그리고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인공지능 보다 유일하게 나은 사람의 장점이라면 가장 좋은 콘텐츠는 언어로 무엇인가를 남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논리적인 속도는 AI를 사람이 따라갈 수가 없다.


하지만 AI가 빠른 분야는 사람이 그렇게 하라고 시킨 분야다. '왜?'에 대한 부분은 아직까지 AI가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왜? 그렇게 몸매 좋은 사람들의 이미지를 창출하는 데에 그렇게 많은 시행착오를 겪습니까?", "왜? 그렇게 비논리적인 사고를 일으켜서 사고를 막는 일에 치중합니까?"처럼 AI 라면 하지 않을 일을 사람이 하기 때문에 '왜?'에 대한 분야를 사람이 정해 주면 AI는 그 분야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수행한다.


심지어 이제는 AI가 콘텐츠를 창작하기 시작하자 수없이 많은 쓰레기들을 AI를 통해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AI가 만들어낸 유사한 복제품 소설, 복제품 미술, 복제품 스토리들을 마주치게 될 것이다. 이미 gptCHAT을 통해 만들어진 수많은 fake 콘텐츠들 통해 검색이 무의미 해 질 것을 눈앞에 두고 있다.


“왜 이런 쓰레기 같은 가짜 정보들을 만듭니까?”


“닥치고 만들어라 그래야 검색 엔진에 걸리게 된다!”


동굴 벽화가 주술적인 의미를 가지고 신성시되던 시절, 음악과 춤이 영적인 의미를 갖던 시절을 지나 어떤 정제된 언어는 마술적인 힘을 가지고 있어 소원을 들어준다는 시기를 지나왔다. 물론 미래에는 가상현실 안에 들어가게 되면 다시 프로그램이라 불리는 언어가 그런 힘을 가질 수도 있겠다.


커피를 마시고 생각을 가다 보니 탈춤에서 GPT 챗까지 떠나 왔다. 어쨌든 틱톡을 안 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는 나는 근원적인 사유를 하고 싶고 그것을 어디라도 남기고 싶어서다. 절대 오페라 유행하는데 동굴에 소그림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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