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치안 괜찮나요?
이 글은 개인의 주관적인 일부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로 주관적 의견이지 사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자만해서 이 글을 쓰자 마자 내 출장지 근처에서 대량 납치 사건이 일어났다.. 뭐 다들 무사히 돌아왔다고 하지만 역시 사람은 자기 경험만으로 생각한다… 혹시라고 이글을 읽으면 참고 하십셔…)
이직하고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미국 출장을 갈 예정이 잡혔다. 팀원들과 커피타임을 하면서 해외출장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다들 미국 출장은 한 번 가보고 싶다며 부러운 내색이었다. 그러다 한 명이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멕시코 출장 예산이 잡혀 있던데... 그것도 아마 가시게 되지 않을까요?"
"멕시코요? 저는 스페인어도 못하고, 가본 적도 없는데요..."
"우리 중에 누가 갈까요? 팀장님이 직접 갈 것 같지도 않고"
가장 큰 토픽은 멕시코가 안전한가였다. 그동안 여러 매체에서 접한 멕시코는 카르텔이 지배하는 나라였다. 카르텔이 장악한 마을, 여러 정치인들이 마약과의 전쟁을 했지만 도리어 정부가 패배했다는 뉴스, 유력 정치인이 카르텔과 전쟁을 선포하고 암살당했다는 뉴스를 서로 주고받으며 멕시코에 대한 인상을 주고받았다. 나 역시 그동안 즐겨봤던 '나르코스'같은 미드를 언급하며 멕시코는 정말 위험하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미국 출장길에 멕시코도 경유해서 다녀오시고 계획 짜서 결재 올리세요."
짧은 팀장님의 지시에 나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했다. 그리고 커피타임에 얘기했던 그 불행한 출장의 주인공이 나였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내가 가야 할 도시는 Satillo라는 도시였다. 그곳에 회사는 새로운 법인을 세울 생각이었다. 항공권부터 알아보았다.
"멕시코 Saltillo에 가야 하는데요..."
"넵 항공권 여정 보내드렸습니다."
항공권을 받아보니 미국으로 입국해서 Dallas에서 경유해서 가는 여정이다. 도착 공항도 몬터레이 공항이라고 한다. 그럼 몬터레이에서 Saltillo에는 어떻게 가는 것일까 모든 것이 막막했다.
막상 멕시코에 도착해 보니 대중교통이나 치안 모든 것이 생각보다 좋았다. 공항에 도착해 보니 각 도시로 가는 대중교통도 모두 완비돼있었고 영어 안내도 다 되어있었다. 한국인 픽업서비스까지 신청한 자신이 조금 민망해졌다. 그리고 렌트도 안 했는데 부끄러운 상상이지만 영화 속의 밀림으로 나있는 비포장 도로와 길을 가로막는 갱단, 양 떼, 소떼를 상상했었다.
몬테레이에서 살티요로 가는 길은 고속도로 하이웨이였다. 물론 선진국은 아니었기에 사고도 많고 도로 사정이 좋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내 상상 속의 갱단이 기관총을 얹은 무장 포터가 다니고 두건을 두른 갱들이 도로를 지키는 그런 도로도 아니었다.
현지에서 들은 정보로는 몬테레이는 미국 이남에서 제일 부유한 도시라고 했다. 물론 빈부의 격차가 엄청나서 극빈층에 의한 범죄율이 상당히 높지만 그래도 우려했던 그런 슬럼가가 아닌 빌딩숲이 화려한 곳이었다.
갱들과의 관계도 그랬다. 물론 갱들도 있고 그들이 멕시코에서 상당한 세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갱 두목이 경찰과 전투를 벌여 경찰 수십 명이 죽고 다시 이 두목을 탈출시키기 위해 카르텔이 공항을 공격하는 그런 일이 얼마 전에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도시에서 갱들과 정부는 일반적인 서민들이 사는 지역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조건으로 일종의 평화협정을 맺었다고 한다.
멕시코 카르텔의 주 수입원은 미국에 마약을 운송하는 것이었고, 극빈층들에게 마약을 파는 것이었다. 따라서 마약 수송루트를 공격받지 않는 한, 마약 판매망이 상대 세력으로 공격받지 않는 한 무력 충돌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 카르텔의 총격적에 휘말리거나 카르텔이 시민들을 공격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했다.
잘 생각해 보면 일반 시민들은 돈을 많이 벌어서 마약의 고객이 되어야지 두려움을 느끼고 경제가 붕괴된다면 카르텔에게도 좋을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외국 기업들도 마찬가지 이유로 공격받은 사례가 극히 드물다고 했다. 물론 이것은 내가 상상했던 무법천지의 무정부 상태보다 좋은 것이지 결코 한국이나 다른 선진국처럼 안전한 나라라는 뜻은 아니다.
내가 처음 중국에 갈 때에도 비슷했다. 중국에 치안과 위생에 대해 온갖 소문이 난무했고 에이즈, 강도, 납치, 삼합회, 공산당에 대한 온갖 무서운 소문을 다 들었다. 언젠가 나와 다른 두 친구가 상하이 뒷골목을 걸어가며 너무 무섭다는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때 같이 걷던 형이 말했다.
"지금 이 거리에서 가장 위협적인 게 누굴까?"
"글쎄...? 강도나... 불량배?"
그러자 형은 우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고 행적도 금방 사라질 외국인 청년 3명"
우리가 현지인들에게 더 무서운 존재라는 역설이었다.
중국도 그렇고 멕시코도 그렇고 분명 오명을 쓸만한 이유는 있었다. 하지만 세계 어디든 사람들이 살고 외국 기업이 들어와 투자를 하는 도시는 다 어떻게든 사람들이 살만한 도시이다. 그러니 너무 두려움에 떨어선 안된다. (그렇다고 또 한국처럼 밤중에 혼자 노트북에 핸드폰 들고 지갑 뒷주머니에 넣고 걸어 다니면 안 된다.)
출장 내내 안전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보내고 다음 출장지로 이동하였다. 살티요와 멘터레이의 멕시코 사람들은 여유로워 보였고 평화로워 보였다. 물론 슬럼가와 빈민들도 있다고 들었지만 너무 지나친 걱정은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