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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카리 Oct 24. 2022

중국의 길거리 음식 - 마라탕

이제는 한국에서도 대중화 된 마라탕

지금은 한국에도 마라탕 열풍이 불어서 가끔은 한 블럭에 몇개 씩도 있다.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마라탕은 낯선 음식이었다. 이제 한국에도 마라탕, 마라샹궈 도사들이 생겨나서 내가 다시 소개할 필요가 더 있나 싶지만 중국의 길거리 음식을 얘기하면서 마라탕을 빼놓을 수가 없다. 마라탕의 옛날이야기, 한국과 다른 점 이야기를 좀더 보태어 사족을 달아 볼까 한다.  

중국역시 마라탕은 대중적인 음식이다. 이제는 길거리 음식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중국에서도 체인점화되고 고급화가 되었다. 하지만 마라탕의 시작은 가판대였다. 내가 공부를 하던 상해의 대학들은 학생들이 대부분 기숙사에 살았다. 공산정권의 영향일까? 땅이 너무 넓어서 통학을 못해서였을까? 기숙사 촌이 웬만한 아파트촌 처럼 거대하게 들어섰었다. 


기숙사 정문 앞은 낮에는 깔끔하다가 학생들이 숙소로 돌아오는 저녁 시간만 되면 기숙사 사이사이 골목에서 리어카들이 총출동 해서 순식간에 먹거리 시장이 만들어졌다. 쇼우좌삥, 지단삥, 챠오판, 양로우촨, 번쓰탕, 미셴등 정말 많은 길거리 음식들이 늘어섰다. 그중에 가장 인기는 단연 마라탕이다. 

마라탕 가판대 이제는 많이 사라졌다.


마라탕은 얼얼하다를 뜻하는 마麻 와 맵다를 뜻하는 라辣가 합쳐져 말그대로 얼얼하고 매운 탕이다. 우리에게 사천성으로 알려진 쓰촨의 음식이다. 한국의 매운맛과는 다르게 얼얼라고 마비되는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올때는 이 얼얼한 맛이 많이 중화되어 들어왔다. 


중국에 있을 때 한국인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이 마라탕을 맛 보여주면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아무래도 입과 혀가 마비되는 얼얼한 느낌에 익숙치 않아서 였을 것이다. 필자 역시 초반에는 그 느낌에 낯설고 거북했다. 그런데 요즘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집에가서 먹어보니 마라탕이라기 보다 라탕인것 같았다. 한국에 적응해서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중국의 마라탕도 정해진 맛이 없다. 집집마다 다르고 지방마다 또 다르다. 주인장이 쓰촨 출신일경우 마라탕이 매운 맛이 강하고 얼얼한 맛은 약해진다. 매운맛도 화한 매운맛이라고나 할까? 이 음식을 중국의 전국에 대중적으로 유행 시킨것은 둥베이 지역 사람들이라고 한다. 매운맛을 조금 줄이고 얼얼한 맛을 강화해서 팔아서 전국적으로 유행하게 된 것이다. 


중국에선 마라탕 국물을 마시지 않는다.


마라탕은 싼 서민 음식이다 보니 얼마전 뉴스에서는 딸이 가난한 사람을 신랑감으로 데려오자 '가난해서 마라탕 국물까지 마실 놈'이라고 빈정거린 어머니의 뉴스가 중국 사회에서 파란을 일으킨적이 있다. 하지만 국물의 민족인 우리 한국에서는 마라탕 맛도 국물 맛으로 승부하고 있어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 마라샹궈는 마라탕과 똑같은 재료를 국물을 쓰지 않고 볶아내는 방식이다. 이 또한 마라탕이 고급화 되는 과정에서 나온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국물의 나라 한국에 온 마라탕은 국물이 맛있어 졌다. 

필자가 접했을 시점이 바로 이 얼얼한 마라탕이 유행하는 시점이였다. 그 뒤로 다시 두반장의 구수한 맛이 강해지고 국물이 고급화 되면서 남방지역에도 퍼지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의 마라탕 맛은 보지 못했지만 대체로 '서쪽의 매운 맛', '동북의 얼얼한 맛', '남쪽의 구수한 맛'으로 갈리는 것 같다.  한국에 들어온 맛은 서쪽의 맛을 가공한 동북 사람들이 다시 한국 식으로 바꾼 또 다른 맛으로 생각된다. 한국 의 마라탕은 국물이 구수하고 시원한 한국화되었다. 


중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마라탕의 원조가 어디 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사천성의 음식이 동북지역에 와서 대중화 되었다는게 정설이다. 하지만 동북 사람들도 최초 유행했던 마라탕 브랜드가 '원조사천마라탕'이라는 간판을 내걸었기 때문에 동북 사람들은 이 맛있는 마라탕을 먹으며 과연 '사천성의 원조는 대체 얼마나 맛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참고 

https://baike.baidu.com/tashuo/browse/content?id=0705d7139fba08fd71a20707


하지만 막상 사천성에 가서 마라탕을 찾으니 마라탕은 없고 그와 비슷한 음식들만 있었다고 한다. 사천성의 마라탕원 훠궈를 못먹는 서민들 그중에서도 장강을 따라 오르내리며 짐을 나르던 인부들이 훠궈처럼 만들어 먹던 음식에서 시작되었다고 보여진다. 그래서 결국 중국에서 유행하는 마라탕은 동북 삼성이 그 원조 이고 한국에서 유행하는 마라탕은 아마도 한국에 진출한 조선족들이 한번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량한 것 같다.  


중국에서도 마라탕은 길거리 음식, 서민 음식, 싼 음식의 대명사이다. 지금은 많이 고급화 되었다고 하더라도 시작은 가판대였다. 조악한 리어카에 커다란 양철 국물 통을 놓고 맵고 얼얼한 국물을 끓였다. 국물통 주변으로는 빨간 바구니에 식재료들이 담겨 있었다. 

마라탕에 들어가는 재료들


야채, 고기, 버섯, 소세지, 각종 면, 두부등이 쌓여 있었고 재료를 골라서 개인 바구니에 담아가면 재료를 언제나 끊고 있는 국물통에 담아서 샤브샤브 처럼 숨을 죽여 준다. 그 뒤에 국물에 '라유', '장유' 등 기호 대로 조미료를 첨가 해서 먹는 방식이다. 국물맛은 집집마다 달랐지만 그날 그날 또 달랐다. 손님들이 골라오는 재료에서 우러나오는 맛 때문에 또 달라지기 때문이다. 

영원히 끓고 있는 마라탕 솥


바구니에 담겨있는 식재료는 항상 가장 싼것들이었고 국수나 두부, 선지, 오리 피 선지 들도 위생상태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중국 친구들고 '마라탕을 먹으면 항상 배가 아프다.', '마라탕을 먹으려면 각오하고 먹어' 이러면서도 다들 즐겨 먹었다. 필자 역시 마땅한 해장국이 없던 중국에서는 부대끼는 속을 마라탕으로 달래려다가 더더욱 부대끼는 일도 많이 겪었다. 


마라탕의 고향은 사천성이다. 하지만 이 마라탕은 동북삼성에서 개량되어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부자들은 훠궈를 먹고 서민들이나 학생들은 마라탕을 사먹으며 다같이 얼얼하고 화한 맛을 즐겼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얼큰하고 구수한 마라탕이 유행하고 있으니 마라탕도 시대에 따라 발전 하는 모습이 재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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