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카리 Oct 10. 2022

중국의 음식 - 민물 먹거리(4)

올방개, 물밤, 연밥 먹어 봤어요?


상해에서 중국의 음식에 익숙해 질 무렵 홍콩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앞선 글에서 소개 했듯이 홍콩은 상해와는 또 다른 곳이었다. 

홍콩의 좁디 좁은 음식점에서 다닥다닥 붙어 먹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낯선 사람과도 자리만 있으면 합석을 하는 홍콩의 식당 문화는 정말 독특하다. 




상해에서 단련된 내 입맛은 홍콩에 와서도 큰 무리 없이 음식들에 적응을 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점심 마다 거대한 광동의 음식점을 탐방했다.

거대한 미지의 숲을 탐험 하는 것처럼 광동의 식당들을 탐험했다. 


그러다 홍콩 가정식 음식점 비슷한 요릿집에 들어갔다.

엄청나게 많은 메뉴중에 오늘의 런치할인 메뉴로 白菇马蹄蒸肉饭을 보게 되었다. 

음식 탐험을 하면서 모르는 요리는 당연히 시켜봐야 되는것이 도리이다. 


일단 시켜놓고 보니 생김새가 이렇다. 


고기와 버섯, 그리고 마제(马蹄)라는 식재료를 다지고 볶은 뒤 덮밥으로 먹는 요리이다. 


고기의 기름진 맛 그리고 버섯의 감칠맛을 마제라는 식재료가 잡아 주어 균형잡힌 맛이다. 


네이버 사전의 도움을 요청하니 올방개라는 식물의 사투리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荸荠라고 쓰고 아마 남부 지방에서 마제라고 쓰는 것 같다. 

 

올방개라는 식물은 논두렁과 계곡을 헤집고 다닌 나로서도 처음 듣는 식물이었다. 

올방개

따듯한 습지에서 자라는 식물인데 그 구근을 먹는다고 한다. 


올방개 구근 하얀것은 껍질을 벗긴 것이다. 

뿌리 모습을 보니 정말 마제(马蹄)가 말마 자에 발굽 제를 쓰듯이 말 발굽 모양으로 생겼다. 


상해에서도 잘 못보았고 홍콩의 과일 가게에서는 많이 본것 같다. 


중국에서도 광동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고 한다. 


중국 인터넷에도 북방사람들이 '저 광동 사람들이 먹는 과일이 무엇이냐?' 묻는 글들이 많다. 


한번 사 먹어보았는데 배와 같은 식감에 단맛은 덜하고 흙냄새도 조금 나고 밍숭밍숭한 맛이다. 


그래서 식재료로 많이 쓰나 보다. 


중국에서는 올방개를 地下雪梨 지하설리 땅에서 나는 눈처럼 하얀 배라고 부르며 즐겨 먹었다. 


하지만 남방에서만 나기 때문에 북방사람들은 남방인들이 올방개를 먹는다고 하면 갸우뚱한다고 한다.


그래서 북방 사람들은 南方人参 남방사람들의 인삼이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북방의 올방개는 남방처럼 맛이 없다며 불평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올방개로 묵을 쑤어 먹는다고 하는데 사진을 보니 녹두로 만드는 청포묵이랑 똑같이 생겼다. 


아마 나도 청포묵이거니 하고 몇 번 먹었을 것 같기도 하다.  


검색을 해보니 시중에 파는 상품도 있는 것 같다. 


아마 남부 지방을 위주로 올방개묵으로 묵사발을 만들거나 묵 무침으로 많이 먹는다고 한다. 


이규보의 시에도 올방개가 나오는데


聞國令禁農餉淸酒白飯(문국령금농향청주백반)이라는 시에서


먹을 것이 없어서 올방개를 캐먹는다 라는 구절이 나온다.


'乃反掘鳬茈(내반굴부자)   이에 심지어 올방개를 캐먹는 정도 였다.'


백성들에게 청주와 흰밥을 금지하는 등 


가혹한 법령을 베풀자 백성들이 먹을 것이 없어 올방개를 캐먹었다는 구절이다. 


올방개가 구황작물로도 쓰였다고 한다. 


저시에서 나오는 부자를 글자 그대로 패랭이 풀, 올방개라고도 번역하는데


올방개의 어원이 '올'이 오리에서 나온 말이고 '방개'는 땅에서 나는 밤의 합성어이다. 


그래서 오리가 좋아하는 땅에서 나는 밤이라는 말이다. 


우리나라도 중국에서도 지율'地栗' 땅에서 나는 밤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올방개와 비슷한 과일로 물밤이 있다. 



조금 무섭게 생겼지만 안은 하얗게 밤처럼 생겼다. 


네이버에 물밤을 번역하면 가끔 올방개의 중국어인 马蹄로 잘못나온다. 


물밤의 중국어는 菱角이다. 


호수나 늪에 종종 볼 수 있는 마름이란 풀의 뿌리 열매이다. 


봄에는 하얀 꽃이 피기도 한다. 


모르는 사람(서울촌놈)들은 연꽃이랑 착각하기도 한다. 


부레옥잠처럼 줄기에 공기주머니가 있어서 떠서 살아간다. 


어릴때 마름은 논농사에 잡초로 제초대상으로 보였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워낙 땅이 넓다 보니 과일처럼 먹는 모양이다. 


항저우에서 가판대에서 팔길래 사먹어 보았는데 인기가 없는 과일은 이유가 있다. 


밍숭밍숭한 맛이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보니 익혀 먹으라고 써있다...


역시나 중국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찬 기운'을 띄고 있기 때문에 먹는데 주의를 하라고 한다. 




연밥은 연꽃의 열매이다. 


연꽃이 지고 난 뒤에 연꽃의 꼬투리 부분이 도토리 처럼 생긴 열매가 촘촘히 박힌다. 


사진을 징그러워 하는 사람이 많다. 


항주에 가니 연밥을 과일처럼 팔면서 '더위를 막아준다'라고 권한다. 


중국의 남방 사람들은 더위를 막는데 열심이고 북방 사람들은 한기를 막는데 열심이다. 


역시나 먹어보면 밍숭밍숭한 풀 맛이 난다. 


그리스의 오딧세이를 읽다보면 그리스의 영웅 우딧세우스가 연밥먹는 사람들의 땅에 간다.


연밥을 먹으면 사람들은 근심걱정을 잃고 고향에 돌아갈 생각도 잊고 연밥만을 먹기를 원한다. 


어릴 때 이런 글을 읽었기 때문에 나는 연밥이 뭔가 특별한(?) 효능이 있을 줄 알았다...???


아마도 그리스어 번역의 문제 인것 같은데 묘사만 본다면 연밥이라기 보다 양귀비 꽃 열매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도를 하거나 사찰 음식에 일부 쓰인다고 들었다. 


항주나 소주의 여름에 호수변을 걷다보면 과일 장수가 더위를 피하게 해준다며


푸릇한 연밥을 파는데 재미삼아 먹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중국의 길거리 음식 - 마라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