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에서 만난 친구들 - 엄지
지난 번 글에 썼듯이 대갑게를 맛있게 먹은 뒤로 나는 동네 수산시장에서 식재료들을 사다가 집에서 먹는 일에 재미를 들리게 되었다.
중국은 워낙 식재료 가격이 저렴하고 타지에서 혼자 약속이 없는 날에 시간을 보내기도 좋고 중국음식이 익숙하지 않았을 때에 나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요리를 하면서 중국음식들이랑 친해지는 방법이었다.
날개 달린건 비행기 빼고 다먹고 다리가 달린건 의자를 빼고 다 먹는 다는 중국답게 마트의 수산물 코너에 가보면 아쿠아리움에 온것 처럼 다양한 수산물들을 만날 수 있다.
바다가 가까운 홍콩과 상해는 바다의 산물도 풍부 했지만 강남 일대의 수많은 호수 덕분에 홍콩과 비교해서 상해의 마트에는 다양한 민물 생선들이 있었다.
(이번 글에는 생선이나 개구리 거북이의 사진이 나옵니다. 싫어하시는 분들은 주의)
빠가사리까지 도전해본 나는 중국 민물 생선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을 갖게 되었다.
전 글에도 소개 했듯이 친구들이 한국인 친구에게 거하게 대접한다고 불려가 민물 생선 요리도 먹어보았다.
아마도 대두어 살로 만든 '酸辣鱼 (suanlayu)'가 아니었나 싶다.
그 당시에는 고수도 못먹었고 나이도 어려서 새콤하고 달고 비리고 고수향이 나고 매콤한 저 음식에 도무지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중국어도 매우 못했기 때문에 친구가 뭐라뭐라 설명해 주는 것을 알아 듣기도 어려웠다.
지금이야 중국음식을 중국인보다 더 잘먹고 그 때의 맛을 떠올려 저 음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 당시만 해도 중국인들의 경제 사정이 많이 좋지 않았을텐데,
학교 앞에서 만나 나에게 저런 음식까지 대접해준 친구가 새삼 떠오른다.
그 뒤로 시간이 많이 지나 중국에서 일을 하게 된나는 입맛도 중국에 많이 적응되었다.
중국 친구들이 '점심은 중국 요리로 어때?' 물으면
오히려 한국인들과 먹는 일식 한식의 쳇바퀴에서 벗어나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여기게 되었다.
그날도 중국인 친구가 오늘은 'OO 국수 맛집이 새로 문을 열었으니 가보자'고 하였다.
서슴없이 따라간 집에서 길게 줄을 서서 겨우 먹은 국수는 "鳝鱼面“이라고 했다.
무엇인가 이름모를 생선이 구수하게 맛이 나는 진한 느낌의 국수였다.
장어와 미꾸라지의 중간 정도 되는 느낌의 생선이 얹혀지고
밀가루 향이 듬뿍나는 수타면에 진득한 볶은 장을 얹어낸 음식이다.
생선과 밀가루의 맛이 잘 어울러지는 한끼 음식이었다.
(뱀 닮은 물고기 사진 주의)
집에 돌아와 오늘 먹은 생선이 무엇인가 검색해보니 마트에서 자주 보던 뱀을 닮은 생선이었다.
이름은 黄鳝(huangshan) 이고 이번에는 네이버에서 정확하게 드렁허리라고 번역을 해준다.
드렁허리는 내가 자란 지역에서는 엄지라 불렀다.
이 생선 또한 이름이 많은데 엄지, 음지, 웅어, 용의사위 등으로 불린다.
드렁허리라는 이름은 '논두렁을 허는이' 라는 뜻이다.
드렁허리는 진흙 바닥에 살거나 진흙속에 들어가 둥지를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흙을 잘 파는데 그러다 보니 논두렁에도 구멍을 뚫어 논 농사에 방해를 놓기도 한다.
논물을 막기 위해 쌓아둔 둑을 드렁허리가 뚫어 버리는 것이다.
음지, 엄지 등은 습한 기운을 좋아하는 성질에서 붙혀진 이름 같다.
비가 오거나 습기가 찬 날씨에 잘 나타나는데 이는 드렁허리가 피부 호흡을 하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에는 행동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때 장마비가 내리면 동네 짓꿎은 꼬마들이 이 엄지를 잡아서 들고 다니며 사람들을 놀래켰다.
뱀과 비슷하여 착각하기도 한다.
옛날 사람들은 용이 되기 전 이무기가 드렁허리라고 생각했고
안개가 자욱하면 드렁허리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드렁허리가 안개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하였다.
드렁허리는 입으로도 호흡하기 때문에 호흡하기 위해 물밖으로 입을 뻐끔거리는 모습을 보고 만들어진 말이아 생각한다.
또 커가면서 암컷에서 수컷으로 변한다니 여러모로 신기한 생물이다.
드렁허리는 이처럼 논농사를 짓던 우리나라에서 매우 친숙한 물고기였다.
매우 더러운 물에서도 살아가는데 피부호흡탓에 농약에 취약하여 자취를 감추었다.
최근 무농약 농법이 확산되어 다시 돌아와서 논두렁을 헐어 골치거리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논농사를 하기도 하지만 호수와 늪이 워낙 많아 동네 마트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다.
드렁허리가 이렇게 진흙을 뚫는 습성은 중국에서도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얼마전 TV를 보다가 엽기적인 치료방법을 소개하는 뉴스에서 경악스러운 뉴스를 보았다.
-더러움 혐오감 주의-
"변비를 치료하기 위해 항문에 장어를 넣었다"라는 뉴스였다.
놀라운 뉴스 순위를 다루는 프로였는데 1,2위에 등극했던것 같다.
사람들이 드렁허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장어라고 번역을 한 모양인데 실루엣을 보자마자 드렁허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관련기사(더러움 충격주의)
https://www.fnnews.com/news/202108020633369454
중국에서도 같은 기사가 있는걸 보아 실제 일어난 일이라고 보여진다.
https://baijiahao.baidu.com/s?id=1655871549698975966&wfr=spider&for=pc
중국기사에서는 정확하게 황선(드렁허리)라고 되어있다.
민간요법으로 전해졌다니 몇몇은 실제 효험을 보았나보다....
뉴스에 나온 사람은 드렁허리가 너무 열심히 일한 나머지 십이지장을 뚫고 나갔다고 한다.....
절대 따라하면 안될일이다... (설마...)
예전에는 우리에게도 친숙했던 드렁허리가 인적 끊긴 농촌에는 다시 돌아온다고 하니
곧 우리나라에도 엄지 매운탕이 다시 등장하길 바라는건 너무 큰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