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에서 만난 친구들 - 빠가사리
지난 번 글에 썼듯이 대갑게를 맛있게 먹은 뒤로 나는 동네 수산시장에서 식재료들을 사다가 집에서 먹는 일에 재미를 들리게 되었다.
중국은 워낙 식재료 가격이 저렴하고 타지에서 혼자 약속이 없는 날에 시간을 보내기도 좋고 중국음식이 익숙하지 않았을 때에 나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요리를 하면서 중국음식들이랑 친해지는 방법이었다.
날개 달린건 비행기 빼고 다먹고 다리가 달린건 의자를 빼고 다 먹는 다는 중국답게 마트의 수산물 코너에 가보면 아쿠아리움에 온것 처럼 다양한 수산물들을 만날 수 있다.
바다가 가까운 홍콩과 상해는 바다의 산물도 풍부 했지만 강남 일대의 수많은 호수 덕분에 홍콩과 비교해서 상해의 마트에는 다양한 민물 생선들이 있었다.
(이번 글에는 생선이나 개구리 거북이의 사진이 나옵니다. 싫어하시는 분들은 주의)
1. 빠가사리
빠가사리는 동자개의 별칭이다.
물론 동자개라고 부르는 사람을 만나보지는 못했다.
민물 매운탕집을 좀 한다는 집에 가면 기본 메뉴로 새우나, 잡어 매운탕을 한다.
그리고 특별 메뉴로 가격을 좀더 올려서 빠가사리나, 쏘가리, 메기, 참게 매운탕을 걸어 놓았다면
'아 이 집이 어딘가 시골에 좋은 공급처를 가지고 있구나!' 생각하게 된다.
물론 이 식당에서 젊은이들의 얼굴을 보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미래가 걱정되는 메뉴이기도 하다.
필자 역시 중국에 오기 전까지 빠가사리 매운탕을 맛보지 못했다.
중국 음식을 얘기하다 뜬금없이 빠가사리 얘기를 하는 이유는 중국에서도 널리 먹는 생선이기 때문이다.
이전 글에서 잠깐 서술했듯이 중국에서 민물 생선의 위상은 한국과 다르게 대중적으로 매우 친숙하다.
https://brunch.co.kr/@intothebluesea/5
필자 역시 새우나 대갑게처럼 평범한(?) 식재료 도전해서 성공하였기 때문에 조금 더 까다로운 식재료에 도전을 해보기로 하고 마트에서 탕감용이라고 적힌 생선을 잡아 들었다.
새우는 남미산이라고 적여 있었기 때문에 알기 쉬운데 아래 물고기는 한자를 보고도 무슨 물고기인지 감이 오지 않았지만 제일 많이 진열 되어 있기 때문에 일딴 덥썩 집어 들었다.
집에 와서 외국사는 한국인들의 마법의 레시피 (라면에 넣어 먹어 본다)를 해보니 국물에 생선 특유의 향이 더해지면서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제법 좋았다.
세트로 곁들여진 생강과 파도 비린내를 잡으며 조금은 도운 것 같다.
한 끼 배부르게 먹고 나서 그제서야 저 생선은 무슨 생선인가 찾아 보기로 했다.
물론 이글을 쓰는 시점에는
'아 저렇게 생긴 생선이 우리 나라에도 많이 먹고 중국에서도 많이 먹는 빠가사리구나' 하고 한눈에 알지만,
저 친구를 처음 시장에서 마주하고 나서 정확한 한국 이름을 찾기 까지는 꽤 긴 여정이었다.
포장지에 적혀있는 이름인 昂刺鱼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나오지 않는다.
중국 인터넷에서 뒤져보니 黄颡鱼로 자동 변경을 해준다.
黄颡鱼가 무슨 물고기 인지 네이버에 검색을 하니 이번에는 자가사리라고 나온다.
자가사리는 또 무슨 물고기 인가...
몽타주가 내가 찾고자 하는 어상이아니다.
결국 자가사리과 물고기 사진을 보다가 동자개를 발견하고
동자개와 사진 대조를 통해 정확한 이름을 알아 내었다.
도대체 왜 昂刺鱼가 전혀 다른 얼굴을 갖은 자가사리가 된 것인가?
계속해서 여기저기 찾아 보니 재미있는걸 발견 했다.
䰲, 鱨, 魠, 鰅, 鱳, 魺, 鱤, 䲓, 鲄, 䱀, 䱮, 鳡
위의 한자 모두 뜻이 자가사리라고 사전에 나와있다....
아마도 최초에 사전을 우리식으로 번역했거나 정리 한 사람이
'수염나고, 민물에 사는, 메기가 아닌 생선'은 모두 자가사리라고 적기로 한 모양이다.
이런 사정은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어서 黄颡鱼로 자동 변경이 되는 물고기 이름이 黄辣丁、黄姑子、黄沙古、黄角丁、刺黄股、昂刺鱼、昂公로 굉장이 많다.
내가 찾아낸 북쪽의 사투리인 嘎牙子 라는 단어도 있으니 중국은 땅도 넓은 만큼 방언도 다양하다.
결국 내가 사먹은 생선은 한국어로는 '동자개'이며 가장 흔히 불리는 별칭은 '빠가사리'이다. 중국어로는 '黄颡鱼 (huangsangyu)라고 불리고 상해와 남부 지방에서는 昂刺鱼(angciyu)라고 불리우는 모양이다.
빠가사리는 중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이름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고 분분한데 한국에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빠가사리란 이름에 난데 없는 왜색 논란이 더해진 것이다.
빠가라는 이름이 일본어에서 바보를 뜻하는 '빠가'와 발음이 같아서 일제시대에 지은 이름이라는 것이다.
그럴싸한 유래가 있는데 잠깐 각색하여 소개해 본다.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이 한국 시골에 까지 들어와 살면서 조선인들을 따라 천렵까지 하였다.
조선인들은 내심 아니꼬왔으나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왠 물고기를 잡았는데 이 물고기가 반일감정이 꽤 강한 모양인지
날까로운 가시로 일본인들의 손을 찔렀고
물고기가 마치 일본인을 놀리 듯이
"빠까 빠가!" 라고 "바보야 바보"라고 영락없는 일본어를 하여
그 물고기가 빠가사리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일본말인 빠가사리 말고 동자개라고 부르자며 엄격 근엄 진지한 얘기를 듣게 된다.
결론 부터 얘기하자면 이 이야기는 닭도리탕 논란과 같이 지나친 일본경계증의 발로라고 본다.
빠가사리를 잡아본 사람은(이제는 거의 없겠지만) 알겠지만
이 물고기는 등뼈로 손을 찌르기도 하지만 등뼈를 긁으며 빠각거리는 소리를 낸다.
그래서 중국의 별칭 중에는 "嘎牙子(gayazi) 까야쯔'라는 소리를 흉내낸 이름이 있다
일본어로도 "기기 (ギギ)"라고 잡히면 나는 소리를 흉내낸 이름이 있다.
사람이 사는 곳이 모두 비슷하다면 빠가사리라는 이름이 일제 시대에 웬 작은 하천에서 일어난 일이 전국으로 퍼져 원래 있던 동자개의 이름을 밀어내고 빠가사리가 되었다기보다 예전부터 빠각 빠각 소리를 내는 빠가사리라고 불렸다는 점이 더 타당해 보인다.
잠시 옆으로 길게 새었다.
필자 역시 빠가사리를 손질하며 가시에 손이 찔리기도 하였다.
(대갑게는 탈출하고 빠가사리는 손을 찌르고 꽤 저항이 심하다.)
혹시라도 이글을 읽고 빠가사리를 사온다면
손질할 때나 먹을 때나 이 가슴지느러미 옆 가시를 주의해야 한다.
중국은 빠가사리가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아 시장을 지나다 보면 가판대에 늘 나와있다.
우리나라도 빠가사리가 자기 이름을 잘 지키며 매운탕거리로 사랑받아 우리 하천에서 계속 귀한 대접 받으며 잘 뛰어 놀기를 바란다.
또 한중일의 어린이들과 어른들이 천렵을 하며 똑같이 가시에 찔리면서도 그 독특한 향을 느끼려고 요리를 한다니 이 또한 재미있다.
언제 일본사람과 중국사람을 만나면 빠가사리와 기기, 까야즈 얘기를 하면서 즐거운 공통점을...(느끼는 사람들의 나이대와 고향이 얼마나 시골인지를 심히 알만 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