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습격한 중국의 생선들
지난 번 글에 썼듯이 대갑게를 맛있게 먹은 뒤로 나는 동네 수산시장에서 식재료들을 사다가 집에서 먹는 일에 재미를 들리게 되었다.
중국은 워낙 식재료 가격이 저렴하고 타지에서 혼자 약속이 없는 날에 시간을 보내기도 좋고 중국음식이 익숙하지 않았을 때에 나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요리를 하면서 중국음식들이랑 친해지는 방법이었다.
날개 달린건 비행기 빼고 다먹고 다리가 달린건 의자를 빼고 다 먹는 다는 중국답게 마트의 수산물 코너에 가보면 아쿠아리움에 온것 처럼 다양한 수산물들을 만날 수 있다.
바다가 가까운 홍콩과 상해는 바다의 산물도 풍부 했지만 강남 일대의 수많은 호수 덕분에 홍콩과 비교해서 상해의 마트에는 다양한 민물 생선들이 있었다.
(이번 글에는 생선이나 개구리 거북이의 사진이 나옵니다. 싫어하시는 분들은 주의)
대갑게에 도전했다가 성공한 나로서도 깜짝 놀랄 식재료들이 많았는데 황소 개구리와 거북이(자라), 뱀장어 같이 보이는 생선도 있고 수조에는 익숙하지 않은 어류들이 가득있다.
물론 가금류 매장으로 가면 더욱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지만 해산물을 더 좋아했던 나는 일단 수산물 코너 부터 도전했다.
한국에서 민물고기는 맛은 없지만 기호 식품이나 특색있는 음식으로 취급을 받고 있다.
대중적으로 먹는 민물생선이라고 해봐야 추어탕, 메기매운탕이나 빠가사리 매운탕 붕어찜 등이 있고 그나마도 매니아층들만이 먹는 아는 사람들만 먹는 음식이다.
한 때 향어나 송어등이 회로 반짝 유행했지만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한국에서 생산량도 적고 해산물에 비해 크게 맛이 좋지도 않은 민물생선들은 상대적으로 설 자리가 좁다.
중국의 민물 산물들은 식탁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한국과는 다르다.
나라가 크기 때문에 내륙으로 가면 바다를 접하기 어려운 곳도 많고 강남의 경우는 호수와 강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민물에서 나는 산물들을 구하기도 쉽고 양식하기도 쉬워서 일 것이다.
또 남쪽으로 가면 호수의 크기가 큰 만큼 민물 생선들도 크기가 바다 생선 못지 않게 커서 각종 요리로 발전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문화적으로도 물고기의 발음인 "鱼(위)"가 여유 있다의 "余(위)"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식탕에 물고기가 나오면 자동적으로 여유가 있는 식탁이 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각지에서 저수지에서 양어장을 만들고 여기서 나오는 물고기들을 팔던 사람들이 많았고 여기에 얽힌 많은 전설과 민담들이 많다.
그래서 누군가를 잘 대접한다면 생선 요리를 통으로 대접하는 것이 우리로 치면 '소고기를 산다' 정도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인들의 이런 민물생선 사랑은 화교 진출과 함꼐 세계로 뻗어 갔는데 이민자의 나라 미국도 마찬가지 이다.
미국의 주류를 형성하는 앵글로 색슨인들은 유목민들의 후손답게 민물 생선에는 관심조차 없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핀이나 톰소여의 모험에 보면 메기를 낚아서 먹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먹을것이 없던 남부의 촌이나 흑인들이나 먹는다며 랍스타 역시도 맛없는 생선으로 취급(했던)하던 문화 때문에 민물생선 요리는 도통 관심이 없다.
하지만 미국에 진출한 중국인들이 자신들이 먹던 지역의 고급 어종인 '백련어 (Asian Carp), 대두리(Big head Carp), 초어 등을 풀어놨다.
중국처럼 인간이라는 천적이 없어진 이 외래종은 미국 생태계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했는데 아래 동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미국의 오대호를 완전히 점령하고 사람이 튀어오르는 물고기에 맞아 다치는 일이 생길 정도로 물반 고기반이 되어버렸다.
이 영상외에도 미시간 ASian Carp 나, 미시간 Big head Carp라고 검색을 하면 오대호를 점령한 중국 물고기들에 대한 영상을 쉽게 볼 수 있다.
미국인들의 민물 생선에 대한 무관심에 중국 현지에서는 멸종 위기라 없어서 못먹는다는 이 귀한 생선들이 미시간 호수에서는 박멸 대상이 되어 축제를 벌여 대량으로 잡아 낸뒤 먹지도 않고 퇴비로 써버린다고 한다......
생긴것도 눈이 약간 아래로 쳐지고 작아서 약간 모자라(?)보이는 외모를 가지도 있다.
게다가 잉어는 진흙 바닥을 훑고 먹이를 먹어 흙냄새가 난다는 오해와 낚시를 스포츠로 여기는 미국인들에게도 배위로 뛰어올라 죽는 이 생선은 도무지 호감을 못일으켰을 것이다.
또한 이 생선에 대한 대우와 생선에 대한 과도한 혐오감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감을 동시에 느낀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 기사를 접한 것도 벌써 몇년 전인데 현재는 이름을 바꾼 뒤 미국인들에게 식재료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아래 기사 참조
https://www.news1.kr/articles/?4720984
몇년 사이에 대우가 사뭇 달라진 것 같다. Copi가 미국에서 유행에 성공하면 우리나라에도 copi 스테이크나 튀김이 역수입 될 일이 있지는 않을지 생각해 보면 우습다.
우리나라도 미국에 가물치를 수출해서 가물치가 생태계를 파괴하고 비국인들에게 '뱀머리 물고기 Snake head'라 불리며 공포영화의 주인공까지 되었다고 하니 남의 일이 아니다.
또 이렇게 이름을 바꿔 식재료의 인식을 좋게하는 전략은 우리도 많이 당했는데 동남아에서 수입된 '틸라피아'라는 민물 생선을 '역돔'이란 그럴싸한 이름으로 개명하여 예식장 부페의 회 코너를 차지하여 한동안 우리에게 비린 식감을 선사하였다.
어느 나라에서는 귀한 식재료가 어느나라에서는 퇴비에서나 쓰이는 혐오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 천대받던 식재료가 이름을 바꿔 달고 나와서 고급 식품이 되기도 하는 점이 재미있다.
갑자기 고급 요리가 된 랍스터나, 싼음식의 대명사였던 냉동삼겹살이 갑자기 비싸지는 것을 보며
문화와 선입견이 사람들에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