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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카리 Sep 28. 2022

항주음식-동파육, 거지닭

서호 주변의 정취와 역사가 깃든 음식

  상해(上海)에서 기차로 한 시간 정도 가면 항저우(杭州)와 쑤저우(苏州)가 나온다. 

지금은 고속철이 등장해서 30분도 안걸려서 여행이라는 느낌이 나지 않고 교외라는 느낌이 강해졌다.

 

  일부러 버스를 탄다거나 고속철이 아닌 기차를 탄다면 또 여행의 기분을 낼 수 있다. 

상해에 어느 정도 머물게 되면 주변 수향 마을들에 가보라고 주변에서 권한다. 서책(西册), 우쩐(乌镇), 샤오싱(绍兴) 등 주변 마을을 권할 때 항저우 쑤저우도 도매급으로 같이 추천이 된다. 


하지만 항저우 쑤저우가 이런 교외 관광지와 비교된다는건 매우 자존심이 상할 위상을 지니고 있다. 

주변 수향마을이 관광지로 개발되기 전부터 아니 상해가 역사에 명함을 내밀기 수백년 전부터 강남의 유명한 도시로 위상이 있었다.


 '하늘에 천당이 있다면 땅에는 항저우 쑤저우가 있다(上有天堂下有苏杭)'할 정도로 중국인들이 자부 할 만큼 아름다운 도시로 이름이 높았다. 


  양자강을 끼고 비옥한 도시와 강과 운하를 파 연결한 수로를 통해 교통이 발달하고 풍부한 물산으로 항저우 쑤저우는 수천년 전부터 비옥하고 부유하였으며 많은 왕조들의 수도 였다. 


또한 중국의 문화와 역사의 무대로서 많은 전설과 문학들을 배출해낸 곳이다. 중국의 정치 중심지가 북방이라면 중국의 문화의 중심지는 강남이였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강남의 중심 도시 중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는 도시가 항저우이고 이 항저우의 상징은 도시에 자리잡고 있는 서호(西湖)이다. 


  서호 주변을 돌기만 해도 수많은 왕조들의 유력자들이 수천년의 세월동안 세워놓은 탑들과 기념물들을 볼 수 있다. 또한 소설속의 영웅들의 전설과 무덤 그들이 스쳐간 흔적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항주와 서호와 함께 강남을 유명하게 하는 것은 강남의 음식들이다. 중국의 요리가 유명하지만 또 강남의 요리 또한 유명하다. 

  특히 항저우의 요리는 서호에서 나오는 수산물과 비옥한 주변의 산물들을 이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배경에 전설과 역사가 서려있어 음식을 먹는 정취가 있다. 



  항저우 역에 내리자 마자 서호를 향해 가면 서호의 물을 치수를 했던 역사를 들을 수 있다. 

물이 있다는 것은 비옥한 토지와 농사에 이로움 뿐만 아니라 홍수의 위험도 같이 안고 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서호에는 제방을 쌓아 치수를 했던 흔적이 많다. 


그중에 가장 유명한것이 쑤디(苏堤)와 바이디(白堤) 인데 저 유명한 소동파(苏东坡)와 백거이(白居易)가 항저우에 있을 때 쌓은 제방이라고 한다. 


이 쑤디 근처에 가면 루외루(楼外楼)라는 식당을 찾을 수 있다. 

엄청난 크기의 식당인데 과거 중국이 처음 서방에 문을 열 때에 닉슨 대통령을 초대하여 강남의 음식을 맛보여 준 곳이라고 한다. 

이 식당에서는 항주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을 파는데 그것이 바로 동파육과 거지닭, 서호초어, 용정하인이다. 




- 동파육(东坡肉) : 소동파의 선정에서 나온 요리 


  소동파는 우리나라 교과서에도 나오는 적벽부를 지은 중국의 정치가이며 문객이다. 

중국에서도 문장이 가장 아름다웠다는 당나라와 송나라의 8대가의 한명으로 두보 이태백과 더불어 유명한 문객이다. 


그가 항저우를 다스릴 때에도 선정으로 이름이 높았는데 치수를 위해 서호에 제방을 쌓고 그 제방이 지금도 남아 있어 수디라 불린다. 

이 제방을 쌓은 뒤 백성들은 그의 선정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돼지와 설탕 인근에 유명한 황주를 바쳤다고 한다. 


하지만 소동파는 그것들을 챙기기 보다 백성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는데 한사람에게 골고루 돌아가게 하기 위해 고기를 조각 조각 자르고 간장과 황주, 설탕을 넣고 도기에 쪄서 다시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어 먹도록 했다고 한다. 여기서 유래 된 요리가 바로 동파육이다. 


  루외루의 동파육은 살코기와 비계를 층층히 즐길 수 있도록 큼직하게 자른뒤 그것을 작은 도기에 넣고 쪘다. 비계가 보드랍고 황주와 간장의 양념과 청경채가 느끼함을 잡아 주어 그 자리에서 몇개를 먹을수 있다. 

같이 나오는 꽃빵에 고기를 한점 올리고 먹으면 더욱 좋다. 

  하지만 요즘에 루외루는 옛날 맛을 잃었다는 평이 대부분이며 현재는 와이포지아의 홍샤오로우에게 그 유명세를 밀린다고 하니 이 또한 시대의 흐름인가 싶다. 


홍샤오로우 역시 동파육과 비슷한 방식이지만 빨간 고추 양념이 들어가 매콤한 맛이 난다. 

이 홍샤오로우 또한 라면으로 만들어질 만큼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중국 요리이다. 




 - 거지닭(규화계 叫花鸡): 훔친 닭이 맛있다. 


 叫花鸡 규화계는 거지닭이라고 설며이 붙어있다. 

규화는 꽃을 부른다는 뜻인데 어쩌다가 거지가 되었으며 거지 닭이라고 이름 붙은 사연은 무엇일까? 

규화는 과거 중국 경극에서 그는 결국 비싼 요리집 앞에서 

"남은 탕이나 남은 찬을 달라 외치는 신세가 됐( 叫化些剩汤和这残菜)"

에서 유래되어 규화를 거지로 쓰게 됐다고 한다. 


건달이 깡패를 칭하는 말이 된 유래와 비슷한 사연이다. 

규화가 거지를 의미한다면 이 요리는 어쩌다가 거지 닭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가 거지닭을 시켜서 나온 요리를 보면 눈치 빠른 사람은 유추할 수 있다.

  

거지닭을 시키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큰 진흙덩어리를 가져오는데 이 진흙을 열면 연잎에 싼 닭이 나온다. 

연잎의 향이 배어들고 진흙에 기름이 모두 흡수되어 담백하고 향긋한 닭요리가 나온다. 

요리 방법이라기 보다는 꽁꽁 숨긴 방법이다. 

  이 요리의 유래는 어디선가 닭을 훔친 거지가 그 닭을 찌거나 굽거나 탕을 하면 닭을 훔쳤다는 것을 들키고 주변이랑도 나누기 싫었기 때문에 연잎에 꽁꽁숨기고 진흙으로 덧대어 냄새가 퍼지는 것을 막았다고 한다.


 그렇게 땅속에 넣고 진흙을 달구어 닭을 찌면 주변에 냄새도 나지 않고 닭이 익은 뒤에는 향긋하고 담백한 요리가 된것이다. 

훔친 닭이라 맛있고 우연히 발견한 이 남의 눈에 띄지 않으려는 요리법이 졸지에 여느 요릿집 요리보다 맛있는 닭을 만들어 냈으니 이 거지의 나쁜 마음이 좋은 쪽으로 활용되었다 하겠다. 


프랑스의 오르톨랑이라는 요리는 새의 눈을 멀게 하고 각종 과일을 먹여 살찌운 뒤 브랜디에 익사시키고 그 잔인한 요리법이 부끄러워 얼굴을 냅킨으로 가리고 먹는다고 한다는데 그런 요리에 비할 만한 요리이다. 

  

  요즘은 진흙주변을 랩으로 칭칭 감아서 깔끔하게 나오는데 사실 그런 깔끔함이 탐탁치만은 않은 요리이다. 루외루나 항주 근처 식당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는 요리이다.   




취하(醉虾): 술취한 새우


  취하는 이름 그대로 취한 새우다. 중국을 개혁 개방한 덩샤오핑도 즐겨 먹었다는데 살아있는 새우를 백주에 담그고 양념에 곁들여서 나온다. 

작은 생이 새우로 만드는 곳도 있고 징거미 같이 조금 큰 새우로 만드는 곳도 있다. 

새우가 술에 담그면 바로 죽어서 나온다는데 내가 간곳은 살아있는 새우가 나왓다. 


 혐오요리라고 악명이 높다. 

우리나라도 살아있는 문어를 해물탕에 넣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거나 대하회를 먹으니 큰 차이는 없어보인다. 그래서 그런것인지 이 요리는 큰 요릿집에는 잘 없다. 


 대중적인 큰 요릿집에는 새우살을 녹차 양념을 넣고 볶은 용정하인이(龙井虾仁)라는 요리가 더 인기이다. 색 다른 체험을 하고 싶다면 취하를 먹고 취해 서호의 경치를 바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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