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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카리 Sep 27. 2022

상해의 음식 - 중국 3대 진미 10월에 먹는 민물게

강남의 미식 - 대갑게

찬바람이 슬슬 불기 시작하면 바야흐로 게에 살이 오르는 계절이다. 중국에서 이 계절만 되면 친구들이 털게를 먹으러 가자고 했었다. 

우리들 사이에는 털게라 불렀지만 아무래도 오역이고 참게라고 부르거나 중국식인 대갑게라고 해야 정확하다. 


집게 발에 털이 달려 이렇게 불린 것 같은데 털게라는 이름은 바다에 사는 다른 게의 이름이므로 대갑게는 아마도 우리나라의 참게랑 동일한 종이거나 친척이라고 보여진다. 


우리 나라도 지금은 바다의 꽃게로 담근 게장이 일반적이 되었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강이나 논에서 잡은 참게로 담근 게장을 별미로 쳤으며 궁에도 납품 되었다고 한다. 환경오염과 농약으로 전멸했지만 현재는 참게 복원 사업으로 한강에서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한강의 참게는 잡으면 불법이지만 참게 요리집을 찾으면 심심치 않게 참게 탕 요리집을 찾을 수 있는 걸로 봐서 우리나라에서도 소규모로 양식을 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은 참게의 영광이 과거의 일인 것과 다르게 중국의 참게는 현재도 대단한 위상을 지니고 있다. 대갑게를 소개하면서 항상 세계 4대 진미, 중국의 4대 진미라고 하는데 모든 유명 미식이 그렇듯이 3대 까지는 분명하지만 4대 부터는 가는 곳마다 달라지기는 한다. 


하지만 이 대갑게가 맛이 드는 9월 말 부터 10월 사이에는 중국의 모든 식자재 마트는 이 대갑게를 파는 코너가 만들어지고 작은 상점들 사이사이에는 대갑게 전문점이 들어서고 남쪽 끝인 홍콩에도 이런 대갑게 전문 점이 제철에는 생기는 것을 보면 중국에서 대갑게 요리의 위상을 잘 알 수 있다. 

 

상해 주변에서 가장 물이 맑아 좋은 대갑게가 난다는 양징호(阳澄湖)는 이시기에는 엄청난 교통 체증이 빚어질 정도로 인기가 많다. 상해에 조금이라도 유명한 해산물 가게에는 모두 이시기에 대갑게 요리를 메뉴판에 적어 두지 않으면 해산물 가게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양징호는 상해에서 차로 약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호수다. 중국의 강남 즉 양자강 하류에는 수 없이 많은 호수와 작은 하천들이 있는데 이곳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친구따라 강남간다', '강남에서 제비온다' 할때의 강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의 한강이남을 강남이라고 부르지만 중국에서 강남이라 함은 바로 이 양자강 이남을 강남이라고 부른다. 이 지역은 지도만 보아도 온통 호수와 강임을 알수 있다.

바이두 지도로 본 태호와 양징호 일대

                                   양징호(빨간 숫자 핀)가 있는 태호(가장 큰 파란색)주변이다. 


온통 크고 작은 호수로 이루어져 있으며 실제로 가보면 지도엔 나타나지 않는 크고 작은 호수로 가득하다. 

이런 호수들에는 아직 개발을 하지 않아 갈대밭과 진흙뻘이 수 없이 많은데 이런 갈대밭과 진흙뻘에 온갖 생물이 깃들어 살아가고 있다. 


중국도 이런 호수들에 난개발이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중국도 이미 급속한 산업화의 부작용으로 많은 호수들이 오염되었고 특히 가재나 게처럼 호수에 부유물을 섭취하는 생물들에게 중금속이 많이 축적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그래서 비교적 깨끗한 양징호의 대갑게를 최고로 친다고 한다.



                                                          양징호변의 모습이다. 


호수가 지도에선 작았지만 우리나라의 웬만한 호수보다 크고 수평선이 보일정도의 규모이다. 주변으로 갈대가 우거져 있어 생물들이 살아가기 좋아보인다.


이 호수 주변으로 엄청난 규모의 대갑게 시장이 늘어서 있으며 대갑게를 먹으러온 주변 도시 사람들로 정체가 심하다. 방문시에 충분한 시간을 고려해야한다. 평소에 1시간이라면 대갑게 철인 늦가을 부터 초겨울에는 3~4시간은 훌쩍 걸린다. 아예 조금 일찍 도착한다는 마음으로 와서 호수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필자의 일행은 양징호 주변에 이름 모를 작은 호수를 끼고 있는 농가에서 먹기로 하였다. 주인 내외와 부모 그리고 어린 아이와 갓난아이 한가족으로 가족 단위로 운영하고 있다. 남편은 평소에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농사를 지으며 참게 철에는 또 이렇게 식당을 운영한다고 하니 생활력이 있는 부부이다. 


아이가 둘인 것을 보고 중국의 한자녀 정책에 어떻게 아이가 둘이냐 물어보았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독자인 집안이 만나 결혼을 하면 두 아이까지 허락해 준다고 한다. 집 옆으로 4개의 농가가 붙어 있는데 모두 이렇게 대갑게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집들이었다. 


규모가 큰집도 있었지만 이 집이 작고 조용하고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 더욱 좋았다. 집 한 쪽의 수조에는 참게들이 있고 여기서 직접 먹을 게를 골라서 먹을 수 있다. 게들은 수조에서 옥수수와 생선을 먹이로 먹는다고 한다.


                                              쪄서 나온 대갑게의 모습이다. 


상점에서 팔거나 찔 때 게가 돌아다니는 걸 방지하고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끈으로 묶어 둔다. 실수로 줄을 풀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도망친다. 필자도 집에서 요리를 하다가 오밤중에 추격전을 한바탕 벌였다.

(마트에서 50위안 정도 하는 쇼비뇽 블랑에 게 암수 두마리 새우 한팩을 아무 양념 없이 삶기만 해도 고급 레스토랑과 같은 가을 호사를 부릴 수 있다. )




게를 고를 때는 암수 한마리를 골라 2마리를 먹는다고 한다. 암수의 구분법은 배딱지 쪽에 모습을 보고 고른다. 이 시기에는 암컷은 알을 배고 있고 수컷은 내장이 기름져서 암수로 먹어야만 두가지 맛을 모두 즐길 수가 있다.

                   사진에서 선명한 주황색이 암게의 알이고 노란색이 숫놈의 내장이다. 


주황색 알은 맛이 계란 노른자 반숙처럼 고소하고 달다. 창자는 더 기름지고 고소하다. 개인적으로는 술안주로 좋은 기름지고 고소한 숫놈을 더욱 선호한다. 


살이 꽉 차있어 다리 하나하나 집게발 안쪽 까지 모두 껍질을 까서 살을 발라 먹는다. 도구를 쓰지는 않고 이로 까서 먹는데 이가 약한 노인들이 먹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아이와 같이온 아버지는 아이에게 게살을 발라 주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보통 게가 나오기 전에 민물 생선과 고둥과 같은 현지 요리가 먼저 많이 나오기 때문에 게는 두마리로도 족한것 같다. 




게를 먹으면서도 여기에 얽힌 문화가 있다. 게의 성질이 냉하다고 하여 웬만하면 두 마리만 먹는다고 한다. 

그래도 꼭 더먹고 싶다면 네마리를 먹어야 한다고 한다. 이유인즉 好事成雙(좋은 일을 쌍을이루어 온다) 라고 하니 짝수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성향을 알 수 있다. 


게의 등딱지를 갈라 앞부분에서 나오는 하얀 내장을 발라내고 먹었는데 이 역시 성질이 냉하여 먹으면 한기가 드는것을 예방한다고 한다. 중국사람들은 이렇게 차가운 것을 먹고 드는 풍한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데 차가운 음식이 건강에 나쁘다는 종교처럼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 대갑게를 먹을때 반드시 같이 먹는 술이 있는데 바로 황주다. 황주(黃酒)는 간장과 비슷한 맛이 나는 갈색 술로 소흥(绍兴)지역의 소흥황주가 유명하다. 한국인의 입맛에는 잘 맞지 않고 중국의 북방지역 사람들도 황주가 도수가 낮고 맑지 않는 것을 은근히 비하하여 강남 사람들은 북쪽 사람들이 술맛을 모른다 비웃고 북방사람은 남방 사람들이 술맛을 모른다며 서로 농담을 한다. 


가장 대중적인 황주인 고월용산이다. 광고에 아예 대갑게가 들어있다.


필자 역시 걸쭉한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농가에서 준 황주는 주전자에 황주와 생강을 넣고 중탕을 하여 향긋한 향이 게와 매우 잘 어울렸다. 또한 이 황주의 따듯한 기운이 게의 찬기를 막아주어 황금의 비율을 이룬다며 잔을 권하였다. 


이것이 이른바 강남 사람들의 "待蟹下酒 (게철을 기다려 술을 따른다.)" 라는 정취가 아닌가 싶다.




한국에서도 게와 관련된 얘기들이 많은데 민간에서 먹을거리 뿐만 아니라 그림의 소재로도 많이 쓰였는데 주로 과거 급제를 기원하는 민화의 주인공으로 쓰였다. 주로 두마리의 게가 갈대 꽃을 뜯어 먹고 있는 그림이 있는데 두마리의 게를 갈잎에 싸다 二蟹傳蘆 라 하여 소과 대과 두 과거에 급제한다와 같은 발음이 된다. 

  

또 갈대 꽃은 과거에 급제하여 임금이 전해주는 음식 盧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두마리 게가 갈대잎을 먹는 그림은 당신은 소과나 대과에 급제 하여 '로'를 받으십시오 하는 기원의 그림인 것이다.  

중국에는 이런 민화가 없는듯 하니 대과 소과가 있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민화인듯 하다. 우리나라도 논농사가 많았고 논이나 작은 개울들이 게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니 우리나라역시 게 요리와 게에 대한 이야기들이 발달 하였을 것인데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어 많이 아쉽다.


하지만 참게 복원사업의 덕택으로 한강변의 인적 드문 곳을 걷거나 달리기를 하다 보면 양옆으로 도망가는 참게들을 만날 수 있는데 전문가들의 눈에는 다르겠지만 내눈에는 꼭 상해의 대갑게 같아 반갑다.  


바야흐로 대갑게의 철이다. 찬바람이 불고 게가 살이 차오르면 친구들과 좋은날을 잡고 좋은 술을 챙겨 양징호 주변 농가로 대갑게를 먹으러 가거나 바람이 찬 가을 밤에 혼자 게를 찌고 술을 따르며 우수에 잠겨보는 정취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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