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루의 코르코바두 언덕
리오데자네이루의 랜드마크인 코르코바두 언덕(Morro do Corcovado)의 예수상을 보기 위해 아침부터 서두른다. 아직까지 여행한 남미의 어느 나라보다도 더운 날씨는 거의 푹푹 찌는 수준이다. 더워서 옷은 최대한 가볍게 입었는데 치안은 불안하다고 하니 지갑 두 개를 챙겨서 만일의 사태가 생기면 하나는 강도에게 던져 주는 용도로 쓰려고 한다.
카메라도 표적이 되기 쉽다고 해서 가방에 감춰서 들고 간다. 호스텔에서 정보를 얻어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환승도 해서 무사히 도착한다. 어디를 여행하던지 조심하고 다니긴 했지만 이 정도는 좀 심각한 수준이다. 인적 드문 거리를 다닐 때에는 극도의 긴장상태가 되니 말이다.
예수상(Cristo redentor)은 코르코바두 언덕(Morro do Corcovado) 꼭대기에 있다. 말이 언덕이지 여긴 산이다. 등산열차를 타고 올라가야 해서 두리번거리는데 벌써 어떤 사람이 다가와 셔틀버스가 있다고 한다. 사설 버스인 것 같은데 계속 운행되고 있으니 얼떨결에 표를 사서 미니버스에 올라탄다. 여태 꺼내지 못한 카메라를 조심스럽게 꺼내서 셔터를 눌러본다.
정상의 예수상을 향해서 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고 높다. 오전인데도 기온은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매표소에서 하차하면서 보니, 아침부터 서둘렀는데도 벌써 줄이 길다. 더운 날씨에 삼십 분쯤 줄을 서서 표를 산다. 명불허전, 이곳은 리오 데 자네이루에서 꼭 와야 할 명소이니 관광객이 보통 많은 게 아니다.
드디어 거대한 예수상의 등이 보인다. 가장 높은 언덕에서 이 도시를 굽어보고 계시는 예수님의 등만 보아도 포근한 느낌이 전해온다. 나와 같은 나그네, 게다가 비신자도 이런 마음이 드는데 하물며 이곳에 거주하는 신자들은 어떨까 싶다. 저 아랫사람들의 도시에서 예수상을 바라보는 그들의 마음에는 무한한 존경과 사랑이 가득할 것이다. 도시의 명물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신자들에게 얼마나 경건할 언덕일까?
예수상이 있는 곳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신기한 광경이 펼쳐진다. 밀려드는 관광객들이 차례로 바닥에 눕는다. 바닥 청소하는 것도 아니고 뭔가 싶은 찰나에 깨닫게 된다. 그들의 손에는 한결같이 카메라가 쥐어져 있고 앞에는 누군가가 팔을 벌리고 서있다. 거대한 예수상을 사진의 프레임에 담기 위해 고군분투들인 거다. 팔을 벌리는 것은 예수상과 똑같은 포즈로 기념사진을 찍는 방법인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나도 누워서 사진을 찍는다. 파란 하늘에 솜사탕 같은 구름이 떠다니고 크나큰 예수님이 세상을 향해 두 손은 벌리고 서 계신다. 1931년에 브라질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는 초대형 예수상이 이 언덕에서 항상 리오 데 자네이루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런데 왜 이 도시는 치안이 불안한 걸까? 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주머니를 노리는 걸까? 왜 사람의 세상은 늘 복잡다단하고 평화롭지 못한 걸까? 저렇게 크신 예수님이 굽어보고 계시는데....
예수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최고다. 이 도시의 어디든 다 내려다보인다. 이곳에 올라온다 해도 날씨는 복불복이라고 했는데, 나의 남미 여행운은 끝까지 따라주어서 이런 멋진 하늘을 배경으로 리오 데 자네이루 시내를 내려다보고 예수상을 올려다볼 수 있다. 세계 3대 미항이라는 리오 데 자네이루의 경치는 듣던 대로 아름답다.
코르코바두 언덕으로 올라오는 관광객들은 끝이 없다. 자꾸만 밀려드는 인파 때문에 오래 머물기도 어렵다. 전면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는데 예수상 바로 옆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보이는 풍경은 그저 산이다. 어디를 바라봐도 아름다운 도시다.
언덕을 내려가면서 카메라를 다시 가방에 집어넣는다. 이 멋진 도시의 시내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지는 않다. 길에 나서기만 하면 혹시 강도가 나오지 않을까 심장이 벌렁거린다. 여행길에서는 최소한 마음은 편해야 하는 법인데 계속 이런 상태로 여행해야 한다면 브라질은 최악이다.
아름다운 도시를 두 팔 가득 품어 안은 예수상이 굽어보고 있는 리오 데 자네이루에 평화가 가득하길 빌며 호스텔로의 발걸음을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