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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한 코파카바나 해변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루의 오후

by Girliver

리오 데 자네이루(Rio de Janeiro), 일월(Janeiro)의 강(Rio)이라는 의미의 도시, 현지 발음은 히우 지 자네이루. 이 긴 이름의 이 도시는 1960년대까지 브라질의 수도였고 세계적인 미항, 삼바축제 리오 카니발(Rio Carnival)로 잘 알려진 곳이다.


유명한 코파카바나(Copacabana) 해변에 근접한 숙소를 잡는다. 다음 주에 열리는 삼바축제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물가 비싼 리오는 더 난리다. 호스텔은 깨끗하긴 하지만 가뜩이나 비좁은 방에 침대를 3층으로 쓰는 구조다. 내 침대는 다행히 1층이긴 하지만 3층에 한번 올라가면 내려오기 싫을 지경이다. 이 모든 게 리오의 비싼 물가 때문이다.

코파카바나 해변은 일 년 내내 기온이 높아서 늘 관광객이 넘친다고 한다. 바다내음이 좋다. 바다는 어디서나 그 바다인데, 멀리 보이는 산의 둥글둥글한 능선이 내가 알던 바닷가 풍경과는 다르다.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일광욕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후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럽긴 하다.


우수아이아나 파타고니아 빙하의 차가운 바닷물만 보다가 뜨거운 해변에 오게 되니 바닷물로 뛰어들게 된다. 카메라도 있고 몸을 다 적실 수는 없어서 발만 담가본다. 지난 1월 초 벵골만 바다에 발을 담그고 바람을 맞던 기억이 떠올라 살포시 미소 짓게 된다. 북반구의 겨울, 남미의 여름바다에 발을 담근다는 자체로도 은근히 재미있다.

한 눈에 쏙 들어오는 해변의 모래사장과 건물들이 5킬로미터나 늘어서 있으니 시간 여유가 있다면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바다다. 사진으로만 보던 리오 데 자네이루 해변의 풍경 출처가 바로 여기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평일엔 일하고 주말은 여기서 지내면 어디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일상의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해가 지고 있다. 여기 코파카바나 해변의 밤은 조심해야 한다. 브라질은 남미에서는 잘 사는 나라지만, 각종 범죄가 많이 발생한다. 여기 해변이나 유명 관광지에서 관광객들이 강도를 당하는 경우를 경고하는 사람이 많다. 총을 가진 사람들이 총구를 들이밀면 지갑이나 카메라를 빼앗기는 일은 다반사이고 이런 일이 생길 경우 저항하지 않고 현금이고 귀중품이고 그냥 다 주는 게 안전한 일이라는 충고는 가이드북이고 인터넷 정보, 여행자들과 현지인들도 공감하는 것이다.


유난히 겁이 많은 동행은 아예 아무것도 들도 나오지 않고, 나의 경우는 현금을 주머니와 목걸이 지갑에 따로 넣어두고 만일의 사태에는 보이는 목걸이 지갑을 던져주려는 마음으로 거리에 나왔다. 남미의 다른 나라에서도 소매치기는 엄청 조심하고 다녔지만, 브라질에서는 총을 가진 강도를 만날 가능성이 많다는 게 크나큰 공포로 다가온다. 리오에서의 첫날이라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서둘러 호스텔로 돌아온다. 진짜 무슨 일이야 생기진 않겠지만, 조심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거리에 널린 슈퍼마켓 중 하나에 들어가 맥주와 과일, 간식을 사가지고 숙소로 들어간다. 호스텔의 좁은 마당에 자리를 잡고 맥주를 마시며 브라질의 첫 밤을 보낸다. 브라질이라는 새로운 나라에서의 첫날이라 설레기보다는 남미 여행의 마지막 나라라는 아쉬움과 얼마 후 다른 대륙으로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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