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메트로를 타고 아토차 역으로 가서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으로 향한다. 나른한 햇살 아래 가벼운 복장을 한 사람들이 돌아다니거나 놀이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오후 풍경은 참 평화롭다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이다.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상트페테스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은 세계 3대 미술관이라고 한다. 마드리드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을 꼽으라면 미술관에 가는 일이라고 할 만큼 마드리드는 예술작품이 풍부한 도시다. 오후 6시부터는 무료입장이라 시간을 맞춰서 온 것이다.
과연 프라도 미술관에는 책으로만 보던 작품들이 줄줄이 전시되어 있다. 고야(Goya)의 "옷을 입은 마하(Maja Vestida)"와 "옷을 벗은 마하(Maja Desnuda)"가 나란히 걸려있는 전시실에 서니 실감이 난다.
유럽회화사의 최고 작품으로 일컬어진다는 궁정화가 벨라스케스(Velâzqez)의 시녀들(Las Meninas)도 감상한다. 문외한의 눈으로도 이런 구도, 이런 감각의 회화가 가능했구나 싶은, 독창적이면서 눈길이 가는 작품이다. 그림 앞의 많은 사람들이 그 인기를 증명한다.
눈에 익은 그림들, 귀에 익은 작가들이 넘쳐나는 이곳에서 예술품에 파묻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모든 것을 보려고 애쓰지 않고 눈이 가는 작품들에 시간을 더 할애하는 것이 고통스러울 지경이다. 학교 미술시간이나 책에서 읽었거나 어딘가에서 봐서 상식으로 알던 작가, 작품들이 많은 것이다. 절대왕정 시대 스페인이 세계를 호령하던 시절의 영광이 이렇게 남았는가 싶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미술관에서 너무 걸었더니 다리가 아프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나오니 아토차 역에는 이제 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메트로를 타고 마드리드 시민들의 퇴근길을 곁눈질하면서 숙소로 돌아간다. 여행자를 등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명화 감상의 여운을 전해주기도 하는 낯선 도시에서의 한 나절이 다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