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대륙의 끝을 향해

루트 변경, 깐야꾸마리로 가는 길

by Girliver

원래 마두라이(Madurai)라는 도시로 가려했지만 계획을 수정한다. 이번 여행 일정에 없는 곳 중에서 묘하게 끌리는 곳이 바로 깐야꾸마리(Kannyakumari)다. 동행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니, 잠시의 고민 끝에 마두라이를 포기하고 깐야꾸마리로 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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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야꾸마리는 인도 대륙의 최남단 도시다. 갑자기 정한 행선지라 기차표도 예매하지 않았다. 일단 체크아웃부터 한 후 기차역으로 간다. 버스로 뿌두체리에 왔기 때문에 기차역은 처음이다. 소박한 기차역 또한 뿌두체리의 풍경처럼 깨끗하다.


특히 웨이팅 룸은 너무나 깨끗해서 감동이다. 일주일 전 바라나시 무갈사라이 역의 더러운 웨이팅 룸 화장실에서 생쥐를 노려보며 용변 보던 일이 까마득하다. 화장대에 거울까지 구비된 쾌적한 웨이팅 룸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만일 깐야꾸마리 행 기차가 없으면 마두라이로 가기로 배수진을 치고 기차역으로 간다. 창구에서 문의해 보니 일주일에 한번 목요일 오전 11시 30분 기차가 있다. 날짜만 기억할 뿐 요일을 잊어버린 여행자들은 잠시 당황했지만 창구직원이 오늘이 바로 그 목요일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운도 좋다. 당연히 깐야꾸마리로 가기로 결정한다. 엄격한 아쉬람 숙소가 10시 반 체크아웃인 데다가 워낙 대형 숙소라 배낭을 맡아줄 수도 없다 해서 난감했는데 잘됐다. 이동시간은 16시간, 도착시간은 새벽 3시 30분이다. 며칠 단거리 이동으로 심신이 좀 편했으니 또다시 기차여행을 즐길 시간이라고 위안을 해본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3A로 왔더니 역시 쾌적하다. 공간이 분리되도록 커튼도 있어서 편리하다. 여기가 출발지라 승객이 별로 없다. 여섯 명이 앉는 칸에 혼자 앉아 창 밖 풍경을 즐기기도 한다. 기차는 최남단을 향해 달린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남인도의 시골 풍경들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인도가 얼마나 큰 땅인지 실감이 난다.

심심하면 객차의 문으로 가서는 손잡이를 꼭 잡고 남인도의 훈풍을 느껴본다. 넓고 푸른 땅들이 마음을 확 트이게 한다. 기차의 속도감과 바람이 어우러져 머리카락을 날리게 한다. 바람으로 샤워한 듯한 기분이 묘하게 좋다.

기차는 초원도 지나고 밭도 지나고 자전거를 끌고 가는 할아버지도 지나친다. 음악을 원 없이 듣고 아이패드에 담아간 전자책을 읽고 준비해 온 간식을 먹는다. 동행과 이야기를 나누고 도착지 깐냐꾸마리에 대한 정보를 살피다 보니 벌써 저녁이다. 새벽 3시 30분 도착이라 일찍 자둬야 할 것 같은데 잠이 오지 않는다.


자이살메르도, 바라나시도, 첸나이, 마말라뿌람, 폰디체리 조차 기차 뒤편으로 사라졌다. 기차만이 다음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을 뿐이다. 깐야꾸마리, 그 남쪽 끝엔 무엇이 있을까? "끝"이란 게 있기나 한 걸까?